6선발 희망회로 돌리던 팀이, 리그 꼴찌로 추락… SSG, 잘못하면 장기 침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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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발진 최후의 보루로 생각했던 맥카티는 후반기 들어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오랜 기간 인천의 마운드를 지켰던 김광현도 영원할 수는 없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통합 우승을, 그것도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대업이 낀 통합 우승을 차지한 SS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바로 팀 전력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수가 모두 바뀌었다는 점이다.

SSG가 지난해 후반기 고비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두 외국인 투수의 공이 컸다. 2021년 입단해 2년간 외국인 에이스 몫을 한 윌머 폰트는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다. 지난해 시즌 28경기에서 184이닝을 던지며 13승6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다. 구종은 조금 단순하고, 아주 정교한 제구를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었으나 구위 하나만 놓고 보면 자타 공인 리그 최강이었다.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높은 타점에서 펑펑 던졌다. 알고도 못 쳤다.

후반기 대체 외국인 투수로 가세한 숀 모리만도는 구단으로서는 차라리 행운이었다. 모리만도는 입단 후 12경기에서 7승1패 평균자책점 1.67의 맹활약을 펼쳤다. 미국 시장에서 원했던 선수를 찾지 못해 대만으로 눈을 돌려 영입했던 선수인데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모리만도라는 이름이 없는 '와이어 투 와이어'는 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두 선수가 올 시즌을 앞두고 모두 SSG 유니폼을 벗었다. 우선 모리만도는 구단에서 재계약을 포기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한 투구도 그렇고, 전체적인 완성도와 향후 발전 가능성에서 이미 점찍고 있던 커크 맥카티가 낫다고 봤다. 폰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동료들에게 "미국에 간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SSG는 일본 무대에서 뛰던 애니 로메로를 새 에이스로 낙점했다.

그 로메로가 오키나와 연습경기 도중 어깨 부상으로 빠지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다만 그 위기가 시즌 초반 아주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다. 선발 자원들이 나름 있었기 때문이다. 맥카티는 호평을 받고 있었고, 김광현은 부동의 에이스였다. 여기에 나란히 팔꿈치 수술을 받고 지난해 중반 복귀한 박종훈 문승원이 정상적인 캠프를 치르고 대기 중이었다. 오원석은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로메로가 정상 대기를 했다면 김원형 감독이 내심 아까워한 오원석이 불펜으로 갈 판이었지만, 로메로의 부상으로 오원석까지 로테이션에 들어왔다. 여기에 고졸 신인 송영진이 좋은 활약을 했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SSG를 둘러싸고 "로메로도 돌아오면 6선발 체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것이 허상이라는 것은 얼마 가지 않아 드러났다.
 


▲ 제구 문제로 1년 이상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박종훈 ⓒ곽혜미 기자 

▲ 선발과 불펜을 오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문승원 ⓒ곽혜미 기자 



로메로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1군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퇴출됐다. 쓰디 쓴 실패였다. 김광현의 컨디션은 지난해만 못했다. 박종훈 문승원의 투구는 실망스러웠다. 오원석은 6월 이후 페이스가 처지기 시작했다. 맥카티 혼자 분전하다, 새 외국인 선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감을 잡고 조금 거드는 정도였다. 김광현의 투구 내용도 들쭉날쭉했다.

박종훈 문승원의 부진이 컸다. 두 선수가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지 못하면서 여러 선수들이 선발진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SSG는 올해 총 10명의 선발 투수를 썼다. 그러나 토종 선발진은 김광현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멸이다. 선발로 나섰을 때 성적만 놓고 보면 문승원은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99, 박종훈은 16경기에서 5.61, 오원석은 24경기에서 5.59, 송영진은 6경기에서 6.57이다. 최근에는 4~5선발이 나서는 경기에서 팀이 깔끔하게 이긴 게 언제인지 잘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다.

무너지는 선발은 SSG 추락의 시작점이었다. 6선발 희망회로를 돌리던 팀은, 어느덧 리그 최악의 선발 평균자책점(4.65)을 가진 팀으로 추락했다. 물론 폰트가 떠나면서 지난해보다는 못한 전력에서 출발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구단이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야 운이 따라야 한다. 맥카티가 후반기 들어 부진하지만 그래도 올해 전체적으로 공헌한 것을 무시하기 어렵고, 대체 선수인 엘리아스의 투구 내용이 아주 나쁜 건 아니다. 그래도 두 선수 모두 3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이다. 미국 시장이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낙관이다.

국내 선발진 사정은 더 좋지 않다. 김광현 문승원 박종훈은 모두 30대 선수들이다. 그리고 세 선수 모두 한 살을 더 먹는다. 오원석은 언젠가는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다음을 받칠 투수들이 한가닥 대기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이들이 선발 로테이션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올해 퓨처스팀(2군)에서는 제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돈 선수조차 몇 없다. 144경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선발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자칫 팀이 장기 침체로 가는 비극의 시작이 될 수 있다.
 


▲ 선발진 세대교체의 기수로 불렸으나 올해 성적이 주춤한 오원석 ⓒ곽혜미 기자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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