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김은선, “아무리 생각해도, 축구 밖에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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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김해)

◆‘피치 피플’
김해시청 FC MF
김은선


한때 K리그에서 최고 수준 수비형 미드필더로 손꼽히던 선수였다. 거칠면서도 지능적인 중원 장악 능력으로 팀 전술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선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몸담고 있던 팀의 차기 주장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팀 안팎에서 커다란 신뢰를 한 몸에 받았으며, 주변을 즐겁게 하는 위트 있는 모습까지도 갖춰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선수였다. 한때 수원 삼성 중원에서 살림꾼 구실을 했던 미드필더 김은선의 과거 이야기다.

잦았던 부상 정도를 제외하면 행복한 나날이었을 그의 커리어는 2년 전 음주운전 사건에 휘말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해당 사건 이후 1주일도 안 되어 소속팀으로부터 계약해지 조치를 당했다. 부인할 수 없는 자신의 잘못이었기에 다른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지만, 이제껏 승승장구해왔던 커리어가 신기루처럼 날아가버렸다는 점에서 그 충격이 무척이나 컸을 것이다.

호주 등 해외에서 뛰면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한국에서 다시 축구 선수로서 일어서고 싶다는 열망이 매우 컸을 것이다. 그 김은선이 K3리그 우승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내며 속에 품고 있었을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K3리그 챔피언 결정전 직후 만난 김은선에게 우승 소감, 그리고 그간의 마음고생에 대해 물었다. 김은선은 자신이 여전히 축구 선수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우승이었다며 감격했다.


“내가 어디에 있든 축구 선수로서…”

Q. K3리그 우승을 축하한다. 김해시청 유니폼을 입고 과거처럼 활기차게 뛰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게 되어 반가웠다.
“K3리그가 출범한 후 첫 시즌에 김해가 우승할 수 있어 영광이다. 개인적으로도 기쁘게 생각한다. 이를 발판삼아 K3리그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고, 한국 축구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1차전서 1-0으로 승리한 탓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주어진 가운데 치른 경기였다. 이게 도리어 방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지난 경기에서 우리가 이겼기 때문에 상대인 경주한수원이 잃을 게 없다는 각오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우리는 지난 1주일 동안 그 점에 대해 준비하고 많이 대화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우리가 예상한 것처럼 밀고 나왔는데, 침착하게 대응을 잘하자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를 가져오려 했고, 경기를 잘했기 때문에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고 본다.”

Q. 지난 2년간 여러 힘든 일이 많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번 K3리그 우승에 큰 의미를 부여할 법한데
“잠깐 방황도 했고, 축구화를 벗을지도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축구밖에 없더라. K3리그 와서 다시 열심히 한다면, 그래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제가 실수했던 부분을 팬들께서 조금이나마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계기를 만들고 싶어 노력했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축구를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고 마음먹었다. 축구화를 벗는 그날까지 축구 선수로서 명예를 다하려 한다.”

Q. 지금 밟고 있는 이 피치가 얼마나 소중한 무대인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1년 정도 외국에 다녀왔는데, 그때도 한국에서 다시 축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비록 무대는 K3리그지만, 막상 와 보니 나름 열정적이고 괜찮은 리그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나 역시 어디에 있든 축구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분위기를 바꾸겠다. 결승전 도중 은사인 서정원 감독이 새 팀을 찾았다. 중국에서 도전한다고 하더라.
“일단 다시 취직하신 걸 축하드린다. 그간 많이 쉬면서 많이 생각하시고, 지도자 공부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가서 잘하셨으면 좋겠다. 워낙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 선수들이 잘 따르게끔 하는 리더십을 갖고 계신다. 중국 가서도 잘하실 거라고 믿는다. 이왕이면 저를 안 잊어버리셨다면, 저도 데려가주셨으면 좋겠다(웃음).”

Q. 한해를 정리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다음 한해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온다. 지난 1년을 정리한다면?
“지난여름에 김해에 들어왔는데, 그때도 정말 잘하고 있었다. 잘하고 있던 팀에 들어와서 더 잘할 수 있게끔 개인적으로 많이 노력했다. 다시 김은선이라는 축구 선수가 아직 축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했다. 내년에는 어디서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디든 축구 선수로서 축구 경기장에서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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