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진 바퀴도 못 말린 우승…F1 해밀턴, 브리티시 GP '폴투윈'
3연승 해밀턴, 랭킹포인트 88…통산 7번째 챔피언 향해 순항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마지막 랩에서 갑작스럽게 터진 바퀴도 영국 포뮬러원(F1) 드라이버의 '자존심' 루이스 해밀턴(35·영국·메르세데스)의 무서운 질주 본능을 막을 수 없었다.
해밀턴은 3일(한국시간) 영국 노샘프턴셔 실버스톤 서킷(5.891㎞)에서 펼쳐진 2020 F1 월드챔피언십 4라운드 '브리티시 그랑프리'(52랩)에서 1시간28분 01초 283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맥스 페르스타펜(벨기에·레드불 레이싱-혼다)이 해밀턴보다 5초 856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해 준우승했고, 샤를 르클레르(모나코·페라리·+18.474)가 3위로 시상대에 턱걸이했다.
해밀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힘겹게 개막한 이번 시즌 F1 시리즈를 맞아 첫 대회인 오스트리아 그랑프리에서 4위로 부진하게 출발했지만 2~4라운드를 모두 우승하며 쾌조의 3연승을 내달렸다.
랭킹 포인트 88을 쌓은 해밀턴은 13개 대회로 축소된 이번 시즌 F1 무대에서 9개 대회를 남기고 랭킹포인트 2위인 팀 동료 발테리 보타스(핀란드·58점)와 격차를 30점으로 벌리면서 통산 7번째 챔피언을 향해 순항했다.
지난 시즌까지 개인 통산 6번째(2008년·2014년·2015년·2017년·2018년·2019년) 챔피언을 차지한 해밀턴은 이번 시즌까지 '접수'하면 역대 최다 챔피언(7회)인 미하엘 슈마허(독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말 그대로 극적인 우승이었다.
예선에서 1위로 폴 포지션을 잡고 결승에 나선 해밀턴은 페르스타펜과 1위 자리를 다투며 치열한 질주를 펼쳤다.
마지막 랩 중반부에 들어선 해밀턴의 머신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머신 왼쪽 앞바퀴 펑크로 낮아진 자체가 바닥에 긁히면서 생긴 불꽃이었다.
하지만 '베태랑' 해밀턴은 당황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 너덜너덜해진 왼쪽 앞바퀴와 현저하게 느려진 스피드에도 끝까지 차체의 균형을 잡고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고 '폴 투 윈'(예선 1위·결승 1위)으로 이번 시즌 3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더불어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실버스톤 서킷에서 통산 7번째 우승(2008년·2014년·2015년·2016년·2017년·2019년·2020년)을 달성했다.
이번 브리티시 그랑프리에서는 유독 타이어 펑크가 많았다.
해밀턴의 팀 동료인 보타스는 50랩에서 타이어 펑크 때문에 11위로 밀렸고, 카를로스 사인스(스페인·맥라렌)도 마지막 랩에서 해밀턴과 똑같은 왼쪽 앞바퀴 펑크로 4위를 달리다 13위로 추락했다.
해밀턴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마지막 랩 직전까지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됐다"라며 "타이어가 터진 뒤 2위와 차이가 19초에서 10초로 줄어들고 있다는 무전을 들었다. 심장이 멎을 뻔했다"고 돌아봤다.
흑인 드라이버인 해밀턴은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을 하늘 높이 치켜드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