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44%, 육성응원 가장 아쉬워” 정부 경고에 야구계는 ‘움찔’
[BO]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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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1 16:54
[스포티비뉴스=KBO, 김태우 기자] KBO리그의 관중 입장이 허가됐지만,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기는 하나 예전처럼 야구장을 즐길 수 없는 팬들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KBO는 현재 좌석간 거리두기, 좌석에서 취식 금지, 육성 응원 금지, 그리고 전체 수용 인원의 10% 한도라는 큰 틀에서 입장을 허가하고 있다. 야구라는 경기 자체의 콘텐츠는 물론, 야구장 분위기라는 또 다른 콘텐츠를 통해 성장한 KBO리그에서는 다소 어색한 장면일 수 있다.
팬들도 이것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은 인정한다. 일단 그러한 대전제를 제쳐두면, 가장 큰 아쉬움은 ‘육성응원’이었다. 기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투표 결과 총 1742명이 응답한 가운데 가장 아쉬운 점으로 육성응원 제한(42.5%)이 뽑혔다. 마스크 항시 착용은 이해하지만,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소리를 지르지 말라는 것은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 다음으로 관중석 취식 금지(25.9%), 연석 제한(20.7%)이 뽑혔다. 취식 금지의 경우 “지정된 장소에 사람들이 더 모여 코로나 확산의 위험이 있다”고 불만이 나왔다. 연석 제한의 경우는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인데, 차라리 가족과 그룹 단위는 더 붙여놓고 그 그룹 사이를 더 띄우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히려 입장 제한으로 인한 티켓 확보가 아쉽다는 팬들은 10.8%로 소수였다. 대신 “암표상을 더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KBO는 팬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코로나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달라고 말한다. KBO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도 육성응원은 금지”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A구단 관계자 또한 “순간순간 나오는 탄성은 어쩔 수 없으나 단체 응원의 경우 육성 자제를 부탁하고 있다. 수건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목소리를 내는 팬들은 경기장 보안 요원이 제지를 한다. 다만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여기서 잘못하면 다시 무관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복수 야구계 관계자는 “KBO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야구장 내에서의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다. 확진자가 없더라도 팬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음식을 먹고, 응원을 하는 게 TV 중계를 통해 생생하게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라면서 “코로나 방역과 캠페인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정부는 지난 주 거리두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직구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30일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지만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면 관중 확대는 물론 10% 입장 허용 문제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다시 무관중으로 돌리겠다”고 경고한 셈이다.
KBO와 구단도 이 소식을 듣고 긴장하는 측면이 역력하다. KBO 또한 직간접적인 루트를 통해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의중이 브리핑을 통해 알려진 후, 4시간 뒤에는 롯데를 향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미흡했던 롯데자이언츠 구단을 엄중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8월 초에는 10개 구단과 방역점검회의를 갖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당분간은 모두가 이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돌아온 관중들조차 다시 입장의 길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팬들의 의사와 방역 대책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방안, 그리고 언택트 시대에 대비한 콘텐츠 생산 등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당분간은 모두의 인내가 필요한 시점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