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삼성 라이온즈, 더우면 더 세진다···폭염 속 '라이언 킹'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여름 무더위 속에서 유독 강인한 면모를 자랑하는 사자 군단이 돌아왔다. 삼성 라이온즈가 폭염을 뚫고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6~29일 KIA와의 홈 3연전을 내리 이긴 삼성은 5위로 올라섰다. 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물던 삼성이 5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은 3월28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삼성은 7월 들어 21경기에서 13승 1무 7패를 기록했다. 현재 7월 승률 1위다.
지난 8일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1-1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한층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8일 두산전부터 29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116경기에서 13승 3패를 거뒀다.
후반기에 치른 12경기에서는 9승 3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2016, 2017년에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과거부터 삼성은 여름이 찾아와 날씨가 무더워지면 강한 모습을 자랑했다.
2015년 7월 한 달 동안 14승 7패를 기록해 월간 승률 1위에 올랐고, 그해 8월에는 15승 9패를 거둬 19승 5패를 기록한 NC 다이노스에 이어 월간 승률 2위를 차지했다. 2014년에도 7월 한 달간 13승 7패로 같은 기간 9개 구단 중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모두가 지쳐갈 때인 7, 8월 전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인 대구를 홈으로 쓰는 삼성은 다른 팀과 달랐다. 특히 이전 홈구장인 대구 시민운동장에서는 인조잔디가 뿜어내는 열기로 상대 팀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더위에 익숙해진 덕인지 삼성은 더욱 강해졌다.
삼성은 3년 만에 '여름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되찾는 모양새다.
투수들이 지칠 시기임에도 삼성 마운드는 7월 들어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 이후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3.52로, SK 와이번스(3.28)에 이어 2위다.
두 외국인 투수 리살베르토 보니야와 팀 아델만이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보니야는 7월에 나선 5경기에서 패배없이 2승,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6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9.13에 그친 아델만은 7월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1.80의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6월 평균자책점이 14.34에 달한 윤성환도 7월 4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4.58로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고, 신인 양창섭은 7월 5경기에서 3승(1패)을 거두며 힘을 보태고 있다.
7월 들어 삼성 불펜도 평균자책점 3.08로 믿음직하다. 마무리 투수 심창민을 비롯해 필승조 장필준, 최충연이 뒷문을 잘 걸어잠그고 있다. 특히 장필준은 7월 한 달 동안 12경기에서 1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1.98로 철벽의 모습을 뽐냈다. 심창민은 7월에 나선 11경기에서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3.00으로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최충연(13경기 1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4.96)과 우규민(8경기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3.09)도 제 몫을 했다.
여기에 베테랑 불펜 투수 권오준이 7월에 나선 7경기에서 무실점 역투를 선보였다.
타선도 뜨거웠다. 7월 이후 삼성의 팀 타율은 0.305로, 두산(0.326)에 이어 2위다.
이원석이 20경기에서 타율 0.365 4홈런 20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몸값을 톡톡히 해냈고, 구자욱이 타율 0.337 4홈런 15타점 15득점으로 타선을 쌍끌이했다.
백업 요원들도 주전 못지 않은 활약을 했다. 포수 이지영은 15경기에서 0.447라는 고타율을 기록했고, 최영진도 타율 0.393 2홈런 6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후반기 시작 당시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승패 마진을 '-4'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는 이번주 삼성은 최하위 NC 다이노스와 3연전을 치른 뒤 롯데 자이언츠와 2연전에 나섰다. 일정이 나쁘지 않아 더 큰 도약을 노릴 수 있다.
2016년과 지난해 2년 연속 9위에 그치며 명가의 자존심을 구긴 삼성이 3년 만의 가을야구와 명예회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