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기지개 켜는 삼성…3년만의 가을야구 가능할까
[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사자의 후반기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후반기 들어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을 꼽으라면 역시 삼성 라이온즈다. 지난 2년간 찬란했던 옛 영화를 완전히 잃어버렸던 삼성이 올스타 휴식기 이후 보이지 않게 순위싸움에 가세했다.
삼성은 26일까지 승률 4할6푼4리(45승52패2무)를 기록하며 5위 넥센 히어로즈와 2경기차를 유지했다.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5-7로 역전패했지만 후반기 9경기에서 6승3패로 호조다. 특히 21일 대구 한화전부터 25일 잠실 LG전까지 4연승을 거두며 선수단 전체의 자신감이 향상됐다.
2015년을 끝으로 한국시리즈 4연패와 정규시즌 5연패를 마감한 삼성은 2년 전부터 갑작스런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선수단 운영비가 대폭 축소됐고, 때를 놓친 선수단 리빌딩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지난 2년간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은 승률 4할2푼5리(120승162패6무)에 그쳤다. 승패마진이 무려 -42에 달했다.
한 번 추락한 야구팀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바닥 다지기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 최소 3∼5년을 투자해야 한다. 올 시즌에도 삼성은 시즌 첫 한 달인 4월 말까지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승률 3할5푼5리(11승20패)에 그치면서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5월말 8위(0.446, 25승31패)로 조금 뛰어오르더니 전반기를 5위 넥센 히어로즈에 5경기차를 유지하면서 마감했다. 그리고 올스타 휴식기가 끝난 뒤 파죽지세로 승리를 올리면서 어느덧 가을야구 문턱인 5위권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7위이지만 6위 KIA 타이거즈와 0.5경기로 큰 차이가 없다.
삼성의 최근 강세는 역시 안정된 마운드가 큰 역할을 했다. 에이스 팀 아델만을 축으로 베테랑 윤성환, 신예 양창섭, 좌완 백정현, 또 다른 외국인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톱니바퀴처럼 로테이션을 지탱하고 있다. 여기에 불펜도 최충연-심창민이 필승 계투조를 구축하면서 근소한 리드를 승리로 연결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심창민이 전날 5-4로 앞선 9회말 오지환에게 끝내기 3점홈런을 허용했지만 시즌 44경기(49이닝)에서 5승1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2.76으로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특히 그가 가장 중요시한다는, 투수 가치 평가의 중요한 지표인 WHIP(이닝당 피안타+사사구)가 0.94로 눈에 띈다. 이닝당 채 한 명의 주자를 내보내지 않은 셈이다. 리그의 대표적 마무리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시즌 평균자책점 5.16(7위)인 삼성 마운드는 후반기 불펜 WAR만 따지면 7.57로 한화(8.44)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한다.
김한수 감독은 26일 잠실 LG전에 앞서 투수들의 활약상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펜 투수들이 위기에서 잘 끊어주고 있다. 특히 선발들이 자기 몫을 해준 덕에 경기가 잘 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순위싸움이 격화될수록 잡아야 할 경기가 많아지기 마련. 에이스 아델만을 4일 휴식 후 내보낼 가능성에 대해 그는 "일단은 선발 5명을 일정대로 돌릴 계획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본인이 원한다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3년만의 가을야구를 꿈꿔볼 수 있는 시간. 욕심이 나지 않을까. "선발투수들이 잘 해주니 좋은 경기를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18경기가 남았는데 최선을 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히 올라가는 사자군단의 발걸음이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