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고급야구 깬 KIA 고급수비
‘딜레이드 더블스틸’은 고급야구로 불리는 위력적인 전술이다. 안타 없이 득점에 성공할 수 있고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은 물론이고 벤치에도 큰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다.
작전은 대부분 이렇게 펼쳐진다. 주자 1·3루 상황에서 1루 주자가 일부러 늦게 스타트하거나 속도를 줄여 2루 도루를 시도한다. 포수는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고 3루 주자 위치를 확인한 후 송구를 한다. 스킵 동작으로 스타트 타이밍을 잡던 3루 주자는 포수의 손에서 공이 2루를 향하는 순간 홈으로 뛰어들어 득점에 성공한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올 시즌 딜레이드 더블스틸을 자주 활용했다. 꼭 3루 주자가 홈으로 뛰어들지 않아도 이 전술에 숙달된 모습을 보여주면 포수가 쉽게 2루로 공을 던질 수 없다. 1·3루 상황을 2·3루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한화는 25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서 1회초 먼저 4점을 잃었지만 1회말 곧장 반격 찬스를 잡았다. 이성열의 희생플라이로 1득점에 성공한 2사 1·3루, 딜레이드 더블스틸 작전이 나왔다. 1루 주자 호잉이 2루 도루를 시도했고 KIA 포수 김민식은 2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KIA 투수 황인준은 마운드에서 급히 주저앉으며 도루 저지 송구를 돕는 척 했다. 한화 3루주자 강경학은 상대 포수가 2루로 공을 던지고 투수가 몸을 낮추자 동시에 홈으로 뛰어 들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 황인준은 몸을 일으켜 송구된 공을 중간에서 잡아 다시 홈으로 던졌다. 결국 강경학은 홈에서 태그아웃. 한화의 고급야구 시도를 KIA는 또 한 차원 높은 고급수비로 막아내며 1회말을 1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딜레이드 더블스틸을 막아내는 전술은 포수가 홀로 2루로 던지는 척 하다가 3루 주자를 잡는 방법이 자주 쓰인다. 몸을 낮췄던 투수가 송구를 잡아 다시 홈으로 던지는 장면은 흔치 않다. 앞으로 한화는 KIA를 상대로 딜레이드 더블스틸 작전을 쓰기 쉽지 않게 됐다는 것도 KIA 입장에서는 큰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