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타점 기아 류승현, '포스트 이범호'는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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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5일 한화전 2안타 5타점으로 '인생경기', KIA 11-3 승리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KIA가 전날 영봉패의 수모를 설욕하며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11-3으로 승리했다. 2연패에서 탈출한 KIA는 5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하며 6위 자리를 지켰다(44승49패).

선발 황인준이 2이닝3실점으로 조기강판됐지만 불펜으로 변신한 팻 딘이 4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석에서는 1회 중전 적시타를 때린 최형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7번 3루수로 출전한 고졸 3년 차의 중고 신인 선수가 무려 5타점을 쓸어 담으며 '인생 경기'를 펼쳤다. 시즌 중반부터 이범호의 후계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타이거즈 핫코너의 미래 류승현이 그 주인공이다. 


 


불혹을 향해가는 이범호의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KIA의 핫코너

2002 시즌이 끝난 후 유망주 정성훈을 현대 유니콘스로 트레이드시킨 후 KIA의 3루는 최대 약점이 됐다. 2002년에 입단한 대형 내야수 이현곤(NC 다이노스 수비코치)은 광주일고 후배 정성훈 만큼의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2004년에 입단한 거포형 3루수 김주형의 성장 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FA 보상 선수로 영입한 손지환 역시 타이거즈의 붙박이 주전 3루수가 되지 못했다.

2007년 이헌곤이 타율과 최다안타 1위를 차지하며 핫코너의 고민을 해결하나 싶었지만 2008년 이현곤의 타율은 .338에서 257로 추락했다. 결국 자체 육성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KIA는 2009년 초반 트레이드를 통해 LG의 만년 유망주 김상현을 영입했다. 김상현은 이적하자마자 KIA의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며 타율 .315 36홈런127타점으로 타이거즈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김상현은 2010년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데다가 애초부터 폭발적인 장타력에 비해 수비에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던 선수였다. 결국 2010년 KIA의 3루는 박기남, 이현곤 등 백업 멤버들이 번갈아 맡을 수 밖에 없었고 KIA는 2010 시즌이 끝난 후 FA 3루수 이범호를 영입하는 선택을 했다. 이범호는 일본에 진출하기 전 한화 유니폼을 입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 연속 120경기 이상 출전했던 KBO리그를 대표하는 철인이다.

KIA는 1루수 최희섭, 3루수 이범호, 좌익수 김상현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지만 김상현과 이범호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특히 이범호가 손목,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며 42경기 출전에 그친 2012년에는 다시 박기남, 홍재호,김주형 같은 백업 선수들에게 핫코너를 맡겼다. 당연히 이범호가 나서지 못한 KIA의 3루는 공수에서 구멍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범호는 2013년부터 본래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고 36세 시즌이었던 2016년에는 타율 .310 33홈런108타점으로 프로 데뷔 17년 만에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범호도 올해로 프로에서만 19년을 보낸 30대 후반의 노장 선수가 됐고 KIA도 이범호의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할 상황이 왔다. 그리고 '특급 유망주' 최원준이 가장 앞서 갈 것 같았던 KIA의 차세대 3루수 경쟁에 류승현이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10라운드 출신 류승현의 맹활약

류승현은 광주일고 재학시절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또래의 최원준이나 김주성(LG트윈스), 황경태(두산 베어스) 등에 비하면 다소 평가가 떨어져 소위 '전국구 유망주'는 아니었다. 류승현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2차 10라운드(98순위)로 KIA에 지명됐는데 연고 지역 출신 선수가 아니었다면 프로 지명은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만큼 류승현은 고교야구팬이나 프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하던 선수였다. 


 

류승현은 KIA 입단 후 특별한 부상이나 개인 사정이 없었음에도 육성선수 신분으로 전환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년 만에 정식 선수로 등록된 류승현은 작년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253 3홈런29타점을 기록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비록 작년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에서 1군 출전 기회는 없었지만 류승현에게는 프로선수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3할대 중반의 맹타를 휘두르던 류승현은 지난 6월 3일 생애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1군 데뷔전에서 5번3루수로 선발 출전한 류승현은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강렬한 등장을 알렸다. 열흘 간의 1군 나들이를 마치고 다시 2군에 내려간 류승현은 보름 만에 돌아온 1군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리며 김기태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류승현은 25일 한화전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는 인생 경기를 펼치며 '포스트 이범호'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갔다. 1회 첫 타석부터 한화 선발 윤규진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때리며 2명의 주자를 불러 들인 류승현은 3회에도 좌익수 앞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7회에도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류승현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5타점 경기를 만들었다. 

비록 표본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류승현은 올 시즌 타율 .391 1홈런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18을 기록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3루수 포지션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적이다. 계약금 30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10라운드 출신 중고신인이 올해 6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이범호의 후계자로 급부상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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