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롯데, 박세웅 기용법도 모르고
롯데의 지난해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한 여름을 달궜던 '진격의 거인 군단'을 떠올릴 수 있다.
당시 롯데는 시즌 초반 이대호의 복귀 효과가 ‘반짝’으로 끝났고 예년과 같이 순위는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치며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서 롯데 반격은 시작됐다. 후반기를 기점으로 롯데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거듭났다. 폭염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낸 롯데는 3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올 시즌 롯데는 지난 해 후반기와 같은 반등을 꿈꾸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희망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가징 큰 이유는 부진한 선발진 때문이다. 지난 시즌 롯데가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이 버틴 불펜 필승조라인의 활약도 컸지만 무엇보다 선발진 모두가 굳건하게 버텨주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린드블럼과 레일리를 필두로 베테랑 송승준과 신예 김원중이 모두 제 역할을 해주며 안정감 있는 선발진을 구축했다. 선발진이 이닝을 최대한 길게 끌어 주었기에 필승조였던 박진형과 조정훈 모두 부상 이슈를 안고 있었지만 무사히 후반기를 치러낼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롯데 선발진을 논할 때 국내선발 에이스였던 박세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 12승을 따내며 생애 처음으로 두자리 승수를 달성하며 롯데 선발진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승수 뿐 아니라 171.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한 안정감은 팀 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도 손에 꼽힐 좋은 기록이었다.
박세웅은 만 22세의 젊은 투수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한 후유증 탓일까. 올 시즌 박세웅은 부상 복귀 후 지난 해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스프링캠프 기간에 통증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고 5월이 되어서야 퓨쳐스리그에 등판했을 정도로 좋지 않았던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주요 기록만 살펴봐도 올 시즌 박세웅이 얼마나 부진한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에이스의 모습을 보였던 2017시즌이나 한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풀타임으로 뛰었던 2016시즌의 기록은 물론이고 데뷔 시즌이었던 2015년보다 부진한 기록이다.
박세웅은 1군 1년차였던 2015시즌에도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하며 1군 선발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박세웅은 만 20세 시즌과 비교해도 훨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박세웅이 부상 후유증을 완벽히 떨쳐내지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여러 전문가들은 박세웅의 투구 동작에서 이전과 같은 과감성이 사라졌다는 평을 하고 있다.
구위 역시 예년 같지 않다. 박세웅은 2018시즌 현재 9이닝당 1.88개의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한 경기 두개 꼴로 홈런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원래 땅볼 타구보다는 뜬공이 많은 타입이긴 하지만 올 시즌엔 뜬공을 유도했다기보다는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롯데는 박세웅 뿐 아니라 선발진 전체가 지난 해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인 듀오 레일리와 듀브론트를 제외하면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도 없고 그나마 외인 투수들 역시 압도적인 투구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향후 큰 반전이 없는 한 롯데의 성적은 현재처럼 하위권을 전전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올 시즌은 부진하지만 박세웅은 향후 10년 간 롯데 선발진을 지켜야 하는 투수다.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로 1군에서 난타를 당하는 것보다는 몸 상태에 대한 완전한 자신감을 찾을 때까지 조정 기간을 가지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실제로 부상 문제가 있던 투수들이 충분한 휴식과 조정을 거쳐 이듬해에 다시금 구위를 회복해 활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롯데 벤치가 명심해야할 점은 박세웅은 당장 올 시즌 성적만 보고 무리시킬 자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5위 넥센과 6경기차로 멀어진 롯데가 향후 박세웅 기용과 관련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