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포커스] NC 전준호 코치 ‘팽’ 사건?…전말은 무엇인가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바람 잘 날 없는 NC다이노스가 이번에는 코치 인사를 두고 계속 시끄럽다. 바로 최근 2군(퓨처스팀)인 고양 다이노스로 보직을 옮긴 전준호(49) 코치를 둘러싼 갈등 양상이다.
NC는 지난 1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전 코치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작전·주루를 담당했던 전 코치의 빈자리는 송재익 코치가 대신하고 있다.
NC의 이번 코칭스태프 개편은 올 시즌 4번째다. 시즌 초반 타선 침체로 지난 5월 1일 이도형, 김민호 코치를 내리고 양승관 코치를 1군에 올렸다. 하지만 최하위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달 3일 경기 직후 김경문 감독을 경질하고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고, 4일 김평호 수석코치와 양승관 타격코치가 사퇴하자 기존 1군 코치진을 대거 재편했다. 이후 NC는 전반기 종료와 동시에 전 코치에게 2군으로 갈 것을 통보했다.
전 코치의 2군행에 대해 NC구단의 공식 입장은 “좋은 실력을 가진 테크니컬 한 지도자이기 때문에 1, 2군 코칭스태프 소통 활성화와 2군 선수의 주루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반기 4연승을 달리며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시점에서의 급작스런 인사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여러 얘기들이 많다.
마산고 출신인 전준호 코치는 마산이 배출한 최고의 야구 스타 중 한명이다. 마산고와 영남대를 거쳐 199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전 코치는 이후 현대 유니콘스·히어로즈 등을 거치면서 19시즌 간 통산 타율 0.291·550도루를 기록한 프로야구의 레전드다. 특히 빠른 말로 상대 배터리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인 대표적인 대도(大盜)로 꼽힌다. 2011년 NC의 창단과 함께 전 코치가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것도 지역 팬들의 민심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창원 NC팬들은 전 코치의 2군행에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사퇴부터 쌓여져 온 구단 프런트에 대한 불신이 증폭하는 분위기다. 급기야 구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관계자들을 ‘적폐’로 규정하고 항의 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NC는 부랴부랴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황순현 대표가 팬들과 간담회를 갖고, 홈구장인 창원 마산구장 전광판에 사과 메시지를 띄웠다. 하지만 전준호 코치의 거취에 변화는 없다.
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준호 코치가 ‘팽(兎死狗烹)’ 당한 것일까. 구단 공식 입장은 조심스러웠지만, 전준호 코치의 2군 이동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전준호 코치의 2군행에는 ‘정치’라는 요인이 가장 컸다는 게 구단 안팎의 시선이다. 마산고 출신인 전 코치는 김경문 감독의 퇴진 이후 잠재적인 감독 후보로 꼽힌 게 사실이다. 레전드급 선수시절을 보냈고, 마산 출신이라는 상징성은 그를 유력 대권주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개인의 행보 또한 대놓고 대권주자였다는 게 구단 안팎의 시선이다. NC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즌 초반 구단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김경문 감독이 레임덕에 빠졌을 때 여러 코치들이 차기 감독을 노린 듯한 행보가 있었다. 전 코치도 그 중 한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차기를 노렸던 코치들 중 몇몇은 관두고, 일부는 2군으로 옮겼다. 전 코치만 1군에 남아있었는데, 결국 2군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유영준 감독대행의 지시를 공공연히 무시하는 듯한 행동도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독의 작전 지시가 잘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 자주 반복됐다. 아무리 대행체제라지만, 지휘 체계를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마산고 출신인 전 코치가 동문회를 통해 구단에 압력을 넣었다는 정황도 있다. 같은 마산고 출신인 구단 고위관계자가 여러 번 청탁전화를 받고, 불편해했다는 얘기도 구단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NC는 비상 체제다. 유영준 감독대행 중심으로 어느 정도 팀이 안정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대권을 노리는 개인행동은 구단 내부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했다. 결과적으로는 팀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 행동이었다. 물론 전준호 코치는 지역 언론을 통해 정치를 한 사실이 없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다수의 시선은 그의 행동에 따른 자업자득이라는 의견이다. 관계자는 “오히려 구단에서는 전 코치를 감싸주려 한 측면이 컸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프로야구에서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감독의 입지가 흔들리거나, 감독이 물러난 뒤 차기가 유력한 코치들의 정치적 행보는 지속적으로 반복돼 온 일이다. 하지만 과거 코치들의 대권행보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프로야구 감독은 매력적인 자리다. 해군 제독이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비견될 정도의 다양한 권한이 있다. 미디어의 관심도 쏟아진다. 한마디로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무나 맡을 수 없는 자리이고, 야구 지도자라면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자리다. 물론 그만큼 부담과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그만큼 권력을 향한 암투도 치열하다.
적폐 청산을 외치는 NC팬들의 반응에 NC는 곤혹스럽다. 창단 때부터 팬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한 NC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무엇이 적폐인지는 잘 판단해봐야 한다. 개인적인 욕심을 앞세워 팀 분위기를 해친 행위 또한 적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