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발탁 논란'에 가려진 아시안게임 '특급 기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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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의 2연패를 이끌 특급 기대주

[오마이뉴스 이근승 기자]

역대 최고의 전력이란 평가다. 특히 공격에 포진한 선수 면면은 국가대표팀인가 싶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던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세계적인 골키퍼로 성장한 조현우,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은 무산됐지만 한국 축구의 10년을 책임질 김민재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도전한다. 


 


안 그래도 큰 관심을 받는데 논란까지 더해졌다. 손흥민, 조현우와 함께 스트라이커 황의조가 와일드카드로 발탁됐다. 얼마 전 월드컵을 누빈 공격수가 셋이나 포함됐고, 아쉬움이 큰 측면 수비나 중원에 별다른 보강이 없단 점이 논란을 키웠다. 굳이 손흥민에 이은 공격수를 선택해야 했다면, '유럽 무대 경험이 풍부한 석현준이 낫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 선발은 김학범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것도 당연하다. 황의조가 아시안게임 2연패에 앞장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컨디션이 누구보다 좋다'던 김학범 감독의 말은 빼어난 안목이 될 수 있고, 특혜 논란을 이겨낸 뚝심 있는 지도자로 칭송받을 수도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다른 기대를 받는 이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우선,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의 군 문제가 걸려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다면, 손흥민은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로 와야 한다. 목표를 달성해야만, 우리는 차범근과 박지성의 뒤를 잇는 슈퍼스타의 도전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 있다.

2연패 도전이다. 우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2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이은 대단한 업적이었다. 그 덕에 이재성과 박주호, 김진수, 김신욱, 장현수 등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번 대표팀도 지난 대회에 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분명 쉬운 도전은 아니다. 우리와 맞붙을 상대는 극단적인 수비와 몇 차례의 역습으로 나설 것이 확실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확인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것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단 한 번의 공격만 시도하고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것이 축구다. 한 번의 실수가 뼈아픈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조현우 등 월드컵을 누빈 스타들이 중심을 잡고, 부상을 털고 복귀한 '대들보' 김민재가 후방을 책임진다. 황현수와 장윤호 등 K리그1에서 가치를 증명한 선수도 있고, 지난해 U-20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이었던 정태욱과 이진현 등도 힘을 보탠다.

'황의조 발탁 논란'에 가려진 아시안게임 기대주

특히, 나상호와 황인범에게 눈길이 간다. 나상호는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과 함께 고교 무대를 주름잡던 '특급 재능'이다. 2013년부터 2년 연속 K리그 주니어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MVP)을 휩쓸었고, 2014시즌에는 황희찬과 함께 주니어리그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나상호는 일찍이 유럽에 도전한 황희찬과 달리 대학(단국대) 진학 후 K리그 문을 두드렸지만, 재능만큼은 여전하다. 2017시즌 광주 FC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K리그1 18경기 2골을 기록했다. 공격 포인트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빠른 슈팅 타이밍과 남다른 판단력을 자랑하며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2부 리그에서 맞이한 올 시즌은 기량이 만개한 느낌이다. 20경기에서 10골(1도움)을 몰아치며 K리그2 득점 랭킹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173cm로 신장은 크지 않지만, 빠른 발과 정교해진 슈팅력을 앞세워 연일 골 폭풍을 몰아친다. 국가대표 공격수와 함께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에 나설 자격은 충분하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황의조 등과의 주전 경쟁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대표팀 공격에 큰 힘을 불어넣을 것이 확실하다. 최근의 득점 감각이라면, 주전으로 나서 승리를 이끄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 황인범의 활약에도 기대가 쏠린다. 황인범은 대전 시티즌 유소년팀을 거쳐 프로에 데뷔한 '특급 재능'이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2015시즌 18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해 14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2가 아닌 K리그1이었지만,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부에서 맞이한 2년 차 시즌은 더욱 빛났다. 리그 35경기에서 5골 5도움을 기록하며, 대전 공격 중심에 섰다. 남다른 시야와 패싱력을 앞세워 팀 화력을 끌어올렸고, 중요한 순간에는 결정력까지 발휘했다. 소속팀은 실망스러운 순위표(7위)를 받아들였지만, 황인범은 2016시즌 K리그2(당시 챌린지) 베스트 11에 선정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황인범은 지난 시즌에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2선에서 한 칸 내려서며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본래의 위치로 돌아와 대전의 공격을 이끌었다. 최종 기록은 32경기 4골 4도움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군 입대'라는 놀라운 선택을 했다. 일찍이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오랜 꿈인 유럽 진출을 일궈내겠다는 생각이었다.

황인범은 아산 무궁화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 K리그2 16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월드컵에 나섰던 주세종, '특급 미드필더' 이명주 등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상대 수비가 예측 못 하는 창의적인 패스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나상호와 황인범 외에도 제2의 기성용이라 불리며 일찍이 유럽 도전에 나선 김정민, 2017 U-20 월드컵 16강의 주역 이진현과 이승모, 인천 유나이티드의 미래로 평가받는 김진야 등 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에 나서는 대표팀에는 빼어난 재능들이 넘쳐난다.

이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월드컵에 나섰던 문선민과 주세종, 윤영선 등은 K리그의 힘을 보여주며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K리그(1·2)를 누비는 유망주들이 얼마만큼의 활약을 해주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등 국가대표 선수들만의 활약으론 2연패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황의조 발탁 논란'에 가려진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재능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새싹들이 화사한 꽃으로 변모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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