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송광민을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을 바라보며
[BO]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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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4 11:18
역겨웠다. 한 남자를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을 보니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 한화 송광민(35)은 최근 개인 SNS를 닫았다. 일부 사람들이 송광민의 개인 SNS로 몰려가 온갖 비난과 거친 말을 퍼부었다.
이들의 행태는 볼썽사나운 비겁한 행위다. 야구장에서의 아쉬움이나 인터넷 기사에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수준을 넘어섰다. 심각한 범죄 행위다. 인기인에 대한 SNS 테러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프로야구는 다양한 연령층으로 인해 그나마 자정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송광민의 올시즌 성적이 터무니 없진 않다. 최근 들어 약간 부진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욕먹을 정도는 아니다. 올시즌 89경기에서 타율 3할5리 13홈런 59타점을 기록중이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 원정경기에서의 결정적인 수비실책 2개였다. 실점 빌미가 됐고, 한화는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타격부진까지 겹친 송광민은 고개를 떨궜다. 그날밤 비난이 극에 달했다.
불과 한달전, 6월 21일 청주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끝내기 3점홈런을 터뜨렸던 송광민. 영웅은 그새 역적이 됐다. 온라인에서 배려없는 글을 올리는 이들은 극소수다. 하지만 이들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못된 심보를 발산한다. 어딜 가나 도드라져 보이게 마련이다.
송광민은 올시즌 한화 돌풍의 주역 중 한명이다. '수수깡 방망이' 한화에 제라드 호잉, 송광민, 이성열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철벽 불펜을 자랑하는 한화도 득점을 했기에 이겼다. 송광민은 시즌 초반 팀타선을 이끌었고, 김태균과 정근우의 부상공백에서도 극적인 순간 수차례 팀을 구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양 힘겨웠지만 1루 수비도 군말없이 해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최근 "(송)광민이가 구해준 경기가 얼마나 많았나. 정말 잘해줬다. 약간 지쳤다. 다시 힘을 낼 것"이며 "사견이지만 이참에 SNS를 끊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광민은 지난달 청주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 뒤 부상중이던 김태균과 정근우, 그리고 송창식 권 혁 등 선후배들의 이름을 하나씩 짚었다. 그리고 "보고싶다"고 했다. 올해 한화는 선수 개개인의 활약을 넘어선 덕아웃의 끈기가 팀을 바꿨다. 송광민이 그 중심이다.
송광민은 지난해 손목수술을 한 이용규를 대신해 임시 주장을 맡았다가 정식 주장이 됐다. 올해도 부진한 최진행 대신 임시 주장을 맡았다가 정식 주장이 됐다. FA를 앞둔 해에 본인 것 챙기기에도 바쁘지만 개인 성적 대신 팀우선을 강조했고, 이를 실천했다.
한화는 올해 역사적인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23일 현재 2위와 승차없는 3위다. 10년간 가을야구를 못해본 한화는 시즌에 앞서 올해도 가망이 없다는 전문가 진단을 받은 터였다. 대단한 약진이다. 상대 마무리를 신나게 두들기다 지난 주말 2경기 연속 끝내기 패를 하니 심지어 정우람까지 욕을 먹는다.
한화는 지난 넉달간 한화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 지금 한화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전력의 열세를 딛고 버틴 결과다. 지금이야말로 라인업을 지키는 11번째 선수, 바로 팬이 필요한 시기다.
비판은 발전의 토대다. 비난은 쏘아붙이는 자의 스트레스 해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추한 비난을 지인, 형제자매, 부모님, 배우자, 자녀들과 떳떳하게 공유할 수 있을까. 도를 넘은 비난은 쌀 한톨 만들어 내지 못하는 공놀이, 야구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때로 사람이 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