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은퇴’ 외질 “가족에게까지 협박 전화, 독일 유니폼 더는 입기 싫어”
터키 대통령과 문제의 기념사진 찍은 뒤 여론 십자포화, 월드컵 조기 탈락 책임론까지
[서울경제] “협박 전화가 가족에게까지 걸려왔다.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더는 입기 싫다.”
독일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메주트 외질(30·아스널)이 독일축구협회와 일부 독일 국민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협회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와 다른 여러 가지 일 때문에 더 이상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 배경을 설명하며 “인종차별과 무례함이 느껴졌다. 전 세계 많은 선수가 이중국적을 가진 상황에서 축구계는 인종차별의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터키계 독일인인 외질은 2018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지난 5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런던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슬람 문화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여온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 회장은 “에르도안은 존중받을 인물이 아니다. 우리 대표팀 선수가 그의 유세를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외질은 “만나서 그저 축구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독일 정치인들까지 나서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외질의 신념을 의심했다. 에르도안은 지난달 대선·총선 승리로 30년 장기집권의 가능성을 열었다.
‘에르도안 기념사진’ 스캔들에 빗발친 독일 팬들의 비난은 월드컵 조기 탈락에 대한 책임론으로 옮아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떨어지자 팀 분위기를 망쳤다며 외질에게 화살이 향한 것이다. 외질은 소셜미디어에 그린델 회장에 대한 분노와 함께 이민 2세로서의 설움을 장문의 글로 쏟아냈다. “내 혈통에 대한 무례함이 느껴졌다”는 그는 “혐오감이 담긴 메일은 물론 협박 전화가 가족에게까지 걸려왔다”고 했다. 외질은 이번 월드컵을 포함, A매치 93경기 23골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