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보면 순위 보인다? 부각되는 안방마님 중요성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야구에서 포수는 중요 포지션이다. 투수를 리드하고 경기 중 야수들의 위치도 잡아주고 벤치 사인도 전달한다.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포수가 시즌 성적을 가르는데 꽤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올시즌 순위표를 봐도 좋은 포수를 보유하거나 고정적으로 포수진을 운영하는 팀들이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
올해 절대 1강으로 질주 중인 선두 두산의 경우 양의지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양의지는 투수에게 안정감을 주는 포수인데다 올시즌 23일 현재 타격에서도 타율 0.377, 18홈런, 59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공수에서 KBO리그 최고 포수로 군림하고 있다. 양의지를 받치는 백업포수 박세혁 역시 성장 중이다. 올시즌 타율 0.290을 기록하며 타격 역시 좋아지고 있는 단계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박세혁을 외야수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안방이 안정되니 자연스럽게 두산의 경기력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2위 싸움 중인 한화와 SK의 포수진에도 변동이 없다. 한화는 주전 포수 최재훈과 백업 포수 지성준 체제로 줄곧 시즌을 치르고 있다. 최재훈은 올시즌 타율 0.241에 그치고 있지만 투수진을 잘 이끌며 한화 마운드 안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시즌 한화는 높아진 마운드 덕분에 한용덕 감독조차 놀랄 정도의 반전을 이루고 있다. 지성준 역시 영양가 높은 홈런(4홈런, 18타점)을 터뜨리는 등 깜짝 활약 중이다. SK는 이재원과 이성우 체제로 안방을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했던 이재원이 다시 제 기량을 회복하면서 이성우는 백업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에도 이재원이 지명타자로 나갔고, 이성우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4위 LG도 유강남과 정상호에게 번갈아 안방을 맡기고 있다. 유강남으로 포수 세대교체를 이룬 게 LG의 최근 수확 중 하나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넥센은 고민을 안고 있다. 불미스런 일로 주전 포수 박동원을 잃었다. 주효상, 김재현으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박동원에 비해 공수에서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지난 시즌 KIA의 우승멤버였던 주전포수 김민식도 부진으로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롯데와 NC의 포수 고민을 심각하다. 8위에 머무르고 있는 롯데는 강민호(삼성)를 떠나보낸 뒤 주전포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나종덕, 안중열 등 젊은 포수들의 성장세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롯데 투수들은 강민호와의 이별 후 마운드에서 포수 사인에 고개를 젓는 일이 많아졌다. 선발승도 적고 불펜진의 기복도 심해 걱정이다. 현재 윤수강, 김형준에게 포수 자리를 맡기고 있는 NC도 최하위로 떨어져 고전 중이다. 입대한 김태군 공백이 크다.
예외도 있다. 삼성은 강민호와 이지영, KT는 장성우와 이해창의 포수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5강 밖에 머무르고 있다. 두 팀의 경우 주전 포수 역할을 해줘야할 강민호, 장성우가 팀 기대치에 못 미친 탓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