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슈어저, ML 16년만에 '300K 듀오' 탄생할까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시즌 300탈삼진이 20승보다 더 빛나는 기록으로 간주된다. 한 시즌 20승 투수보다 300탈삼진 투수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최근 기록을 보더라도 2010년 이후 20승 투수는 19명이나 나왔지만, 300탈삼진 투수는 두 명 밖에 없었다. 한 시즌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기록이 300탈삼진이다.
그런데 올시즌 2명의 300탈삼진 투수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메이저리그 탈삼진 1위는 보스턴 레드삭스(아메리칸리그) 크리스 세일이다. 세일은 이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는 동안 9개의 탈삼진을 보태며 시즌 수치를 197개로 늘렸다.
세일은 올시즌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를 9번 연출했다. 지난 6월 20일 미네소타 트윈스전부터 7월 1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까지는 5경기 연속 10탈삼진 이상을 잡는 기염을 토했다. 9이닝 기준 탈삼진 비율은 13.13개다.
탈삼진 2위는 워싱턴 내셔널스(내셔널리그) 맥스 슈어저이다. 슈어저도 같은 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게임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8안타 2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면서 7개의 탈삼진을 보탰다. 189개로 이 부문 내셔널리그 선두를 지킨 슈어저는 올시즌 10번의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를 이끌었다. 9이닝 기준 탈삼진은 12.09개이다. 지난 6월 2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이후 6경기 동안 한 번도 10탈삼진을 올리지 못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두 선수는 남은 시즌 12~13번의 선발 등판이 가능한데, 지금의 탈삼진 페이스를 적용하면 세일은 최대 315개, 슈어저는 312개를 올릴 수 있다. 한 시즌 300탈삼진 투수가 2명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1901년 양대 리그 출범 이후 한 시즌 2명의 300탈삼진 투수가 나온 것은 7차례 밖에 안된다. 2002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랜디 존슨(334개)-커트 실링(316개) 듀오가 마지막이었다. 또한 각 리그에서 한 명씩 300탈삼진 투수가 나온 것은 1999년이 마지막으로 그해 애리조나의 존슨(364개)과 보스턴 레드삭스 페드로 마르티네스(313개)가 기록했다.
201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세일은 2012년부터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았고, 지난해 보스턴으로 이적해 생애 첫 300탈삼진(308개)을 올렸다. 2015년과 지난해에 이어 생애 세 번째 리그 탈삼진 타이틀이 유력하다.
이날 디트로이트전 승리 후 보스턴의 알렉스 코라 감독은 세일을 전설적인 좌완 '닥터 K' 랜디 존슨에 비유했다. 그는 "세일은 랜디 존슨을 생각나게 한다. 존슨을 떠올리면 항상 뭔가를 해냈다는 생각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지금 세일이 던지는 모습은 매우 수월해 보인다"고 했다. 존슨은 한 시즌 300탈삼진을 6번 기록했으며, 통산 기록은 4875개로 놀란 라이언(5714탈삼진)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같은 좌완인 세일은 평균 95마일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진다. 존슨과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슈어저는 300탈삼진 시즌은 없지만,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200탈삼진 이상을 올리면서 탈삼진 능력을 키워왔다. 올해 2016년 이후 3년 연속 내셔널리그 탈삼진왕을 노리고 있다. 슈어저는 평균 94마일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 구종이 다양하다.
두 선수가 만약 300탈삼진 고지에 오른다면 사이영상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23일 현재 세일은 11승(리그 공동 5위)-평균자책점 2.13(리그 1위), 슈어저는 13승(리그 1위)-평균자책점 2.43(리그 3위)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