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cm’ 에디뉴, 당당한 K리그 도전장 “키 작다고 안 되나요?”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에디뉴(26)는 대전 하나시티즌에 입단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자가격리 기간이어서 아직 프로필 사진 하나 없는 그가 벌써 팬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작은 키’ 때문이다. 체구도 스포츠에선 하나의 재능이 된다. 키 1m58의 에디뉴는 38년 역사의 K리그에서 최단신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 통계청 발표 중학교 1학년의 평균 키는 1m60, 올해 K리그 선수들의 평균 키는 1m81에 이른다. 그는 어디서도 작아볼 수밖에 없다. 거칠기로 소문난 한국 축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증 또한 낳고 있다.
에디뉴는 16일 구단을 통한 서면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답했다. “작은 선수라고 축구를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편견”이라면서 “단지 작다는 이유로 많은 상처를 받았던 난 거꾸로 큰 선수를 이기면서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에디뉴의 자신감은 그가 걸어온 발자취에서 그대로 담겨있다. 에디뉴는 브라질 명문 포르탈레자에서 성장해 2013년 프로 데뷔의 꿈을 이뤘다. 작은 키와 체구로 축구를 배울 때부터 벽에 부딪혔던 그는 거절에 익숙해면서 뛸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라도 달려갔다. 에디뉴는 지난 7년간 임대를 포함해 유니폼을 갈아입은 횟수만 12차례다. ‘돈’이 아닌 ‘출전’을 위해 저니맨을 자처했던 그는 자신이 뛰는 무대의 수준을 조금씩 높이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작은 키가 그에게는 반전의 무기가 되고 있다. 체구가 점점 커지는 현대 축구에서 에디뉴의 작은 키가 때로는 강점이 되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아르헨티나의 살아있는 전설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가 낮은 무게 중심과 빠른 발로 커다란 수비수를 농락하는 것이 하나의 롤 모델. 메시보다 11㎝가 더 작은 에디뉴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에 순간 스피드를 더하는 속임 동작과 매끄러운 드리블 돌파로 브라질 1부리그의 장대 수비숲을 자신의 놀이터로 바꿔놨다. 지난해에는 측면 날개로 뛰면서 주로 동료들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맡았지만 5골(36경기)을 넣으면서 득점력까지 인정받았다.
에디뉴는 “지금껏 내가 뛰었던 무대에서 나보다 작은 선수는 없었지만,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쇼맨십은 내가 최고였다”고 말했다.
황선홍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52)이 올 여름 1부리그 승격의 마지막 퍼즐로 에디뉴를 낙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황 감독은 “우리 팀의 약점은 전방에서 공격을 풀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선수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에디뉴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역대 K리그의 단신 선수들에게 기대했던 것과 같은 그림이다. 황 감독은 과거 K리그 최고의 단신 선수로 불렸던 산토스(35·1m65)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에서 보였던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다.
에디뉴도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다지고 있다. 외부 출입이 제한되는 대신 사이클 머신과 헬스기구를 친구 삼아 ‘홈트’에 열중하고 있다. 또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대전에 녹아들 수 있도록 TV중계와 과거 영상들도 전술 공부도 잊지 않고 있다. 대전의 한 관계자는 “에디뉴가 따로 지시한 것도 아닌데 숙제를 하는 것처럼 영상을 분석해 문자로 보고서를 보내온다”고 활짝 웃었다.
에디뉴의 K리그 연착륙을 도울 수 있는 브라질 친구의 존재도 긍정적인 요소다. 올해 2부리그에서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골잡이 안드레와 지난해 포르탈레자에서 함께 뛰었기에 누구보다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안다. 에디뉴와 안드레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대전의 승격 로드맵도 뚜렷해진다.
에디뉴는 “이미 한국 축구의 스타일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면서 “K리그가 얼마나 거친지 잘 알기에 성공을 쉽게 말하지는 않겠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이 나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동료들과 함께 (승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