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경기’ 일본을 ‘좋은 매너’라 하는, 나쁜 FIFA 규칙

“잘못 축구한 일본, 오히려 상 준 셈”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일본이 러시아월드컵 16강 진출의 명운이 갈린 폴란드전에서 지고 있으면서도 볼을 돌리고, 동시에 열리는 경쟁상대들으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이 불발될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공을 자기진영에서 맴돌도록 한 것에 대해 ‘참 나쁜 축구’란 세계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이처럼 스포츠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 나쁜 축구를 하고도 ‘좋은 플레이’을 했다는 이유 즉 페어플레이 점수가 좋다는 점 때문에 승점, 골득실, 다득점이 같은 세네갈을 제치고 16강에 오르는 행운을 얻었다.

심판의 경고 수가 적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경고 수가 적은 것은 페어플레이를 한 좋은 팀이다‘라는 얼토당토 않은 명제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공을 안빼앗기려고 볼을 돌리는 것을 페어플레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나쁜 짓 한 자가 벌을 받기는 커녕 상을 받은 것이다.

일본선수들은 폴란드전 후반 시작 직전 “경고받지마”라면서 서로 약속했다고 한다. 열심히 뛰다보면 경고가 나올수도 있는데, 열심히 뛸 의지가 후반 시작부터 없었던 것이다.

못된 짓을 한 쪽이 상을 받는다? 이는 국제축구연맹의 다음 스테이지 진출 규칙이 이처럼 나쁘기 때문이다.

일본은 폴란드와 경기 막바지, 패배에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자 곧바로 공을 돌리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각국 중계진 역시 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국의 독일 격파에 극찬을 했던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일본의 아주 나쁜 플레이에 일침을 가했다.

축구 해설위원인 마이클 오닐은 “일본이 정말 수준 낮은 축구를 보여줬다”면서 “다음 라운드에서 떨어졌으면 좋겠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BBC는 “FIFA가 정한 규칙은 분명 부끄럽다. 덕분에 일본 경기는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월드컵 무대에서 더 좋은 순위 결정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콜롬비아가 1-0으로 앞선다는 소식을 들은 후반 38분여부터 공을 돌려 관중의 야유를 받았으나, 러시아 월드컵에 나선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전에 나서는 실리를 챙겼다.

희한하게도 일본에겐 행운도 따랐다. 콜롬비아는 전반 17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세네갈 사디오 마네의 문전 쇄도를 막던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가 태클하다가 페널티킥 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정당한 태클로 정정됐다. 만약 패널티킥이 인정됐다면, 일본은 탈락이다.

한국의 독일 격파에 대한 지구촌 축구팬들의 열광과 놀라움이 일본의 나쁜 축구, FIFA의 나쁜 규정에 대한 실망과 비난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