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선두 이끄는 트랜스포머 김희진

[BO]엠비 0 1606 0
 


SF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자동차와 로봇으로 자유자재로 오간다. 여자배구에도 트랜스포머 같은 선수가 있다. 중앙에서 속공을 때렸다가 뒷쪽에선 후위공격을 날리는 IBK기업은행 김희진(28)이다. 

김희진의 주포지션은 가운데에서 속공과 이동공격을 맡는 미들블로커(센터)다. 하지만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변신해 후위공격과 오픈공격도 한다. 농구로 치면 골밑에서 궂은 일을 하던 센터가 외곽으로 나와 슛을 때리는 격이다. 당연히 개인기록 순위표엔 온통 김희진의 이름으로 가득 차 있다. 시간차와 오픈공격은 1위, 속공과 블로킹, 이동공격은 각각 2위, 6위, 7위다. 소속팀 IBK기업은행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용인 IBK연수원에서 만난 김희진은 "요즘 팀 분위기가 좋다. 정규시즌 1위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두 가지 포지션을 함께 소화하는 여자선수는 김희진이 거의 유일하다. 비결은 육상선수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빠른 발과 점프력 덕분이다. 초등학교 때 높이뛰기 선수였던 김희진(신장 1m85㎝)의 스파이크 높이는 300㎝로 국내 최정상급이다. 중앙공격과 측면공격은 공을 때리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 속공은 스텝을 밟지 않고 뛰어오른다. 오픈이나 백어택은 도움닫기를 한 뒤 스파이크를 날린다. 김희진은 "전혀 어렵지 않다. 원래 나는 속공보다는 이동공격에 자신이 있다. 그래서 스텝을 밟으면서 때리는 공격리듬이 익숙하다"고 했다. 이정철 감독이 얘기하지 않아도 경기 전날에 공격 자료를 보며 다양한 공격을 준비하기도 한다.  


 


김희진이 더 무서운 건 '서브'라는 무기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김희진은 올시즌 서브 1위다. 수비와 리시브를 전담하는 리베로인 팀 동료 박상미는 "우리 팀이라 정말 다행이다. 희진 언니 스파이크서브는 빠르고 떨어지는 위치를 예측하기 힘들다. 상대팀에 있을 땐 받기 힘들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25일 도로공사전은 '토털 패키지' 김희진의 모든 걸 보여준 경기였다. 3세트 동안 서브득점 4개를 올리면서 72.2%란 놀라운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상대팀인 김종민 감독도 "김희진이 저런 플레이를 하면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희진은 2016-17시즌 기업은행의 세 번째 우승을 이끈 뒤 기업은행과 FA 계약을 맺었다. 연봉 3억원. 양효진(현대건설)과 함께 V리그 여자부 최고금액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 시즌 개인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팀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졌다. 김희진은 "솔직히 매사에 무신경한 편이라 월급통장도 잘 안 본다. 그런데 '연봉퀸'다운 실력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했다"고 떠올렸다. 

아픈 만큼 성숙했다. 김희진은 "비시즌 기간 대표팀에 가지 못했다. 팬들은 '쉰 덕분에 잘 한다'고 하시지만 전혀 아니다. 소속팀에서 더 많이 훈련했다. 코치님들은 휴가를 반납했다. 세터들도 하루씩 번갈아 나와 도와줬다. 지금의 결과는 노력 덕분"이라고 했다.  


 


김희진의 트레이드마크는 '숏컷'이다. 프로 데뷔 이후 줄곧 짧은 머리를 유지했다. 김희진은 "아버지께서 '운동에 집중하려면 짧은 머리가 낫지 않느냐'고 하셨다. 중·고등학교 때 쭉 짧은 머리인 것도 이유다. 잠깐 기른 적도 있는데 공이 잘 안 보이더라. 그래서 아버지 말씀을 듣기도 했다"고 웃었다. '남자친구가 길러보라고 권유한 적은 없느냐'고 묻자 "예전 남자친구가 그래서 약간 길렀다. 하지만…"이라고 말하며 짧은 머리를 가리켰다.

김희진은 프로 경력보다 국가대표 경력이 더 길다. 고등학교 2학년인 18살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2 런던올림픽(4위). 2014 인천 아시안게임(금메달), 2016 리우올림픽(8강)에 모두 김연경과 함께 출전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일본에게 지고 난 뒤엔 눈물을 펑펑 흘려 선배 한유미가 얼굴을 가리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김희진은 "대표팀에 다시 안 뽑힐 수도 있다. 그래도 뽑힌다면 이번엔 꼭 메달을 걸고 싶다"고 했다. 


 


최근 여자배구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케이블 TV시청률은 1%를 넘을 때도 많고, 평균관중도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김희진은 "인기가 많아진 걸 체감한다.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TV에선 꽤 덩치가 크게 보이나보다. 항상 '생각보다 말랐다'고 하신다"고 웃었다. 이어 "프로는 팬들 덕분에 운영되지 않나.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했다. 

배구계엔 '3대 미남'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문성민(현대캐피탈), 김요한(OK저축은행), 그리고 김희진이다. 짧은 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탓이다. "'잘 생겼다'는 말이요? 기분 나쁘지 않아요. 정말 '잘 생겼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요. 저 요즘은 예쁘단 소리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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