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2인자’ 퍼거슨, 격세지감 라이트급

[BO]스포츠 0 1183 0

게이치에 타격패 이어 올리베이라에 그라운드에서 완패
퍼거슨 완벽히 제압한 올리베이라 ‘상승세’
나이·내구성 탓에 전성기 기량 회복 ‘의문’



UFC 라이트급 3위 토니 퍼거슨(미국·26승 5패)이 이번엔 그라운드에서 무너졌다. 연승을 달리다 내리 2연패 째다. 타격·그라운드에서 각각 완패한 퍼거슨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퍼거슨은 1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UFC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256 코메인이벤트에서 찰스 올리베이라(브라질·30승 8패 1무효)에 3라운드 전원일치 판정패했다.

퍼거슨이 당한 2연패 째였다. 퍼거슨은 지난 2013년부터 12연승 행진을 달렸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매치가 잡히고도 경기를 치르지 못한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러시아)와의 타이틀전이 무산됐을 때부터 스텝이 꼬였다. 하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퍼거슨은 결국 지난 5월 UFC 238에서 하빕 대신 저스틴 게이치(1위·미국)와의 격돌을 선택했다.

퍼거슨은 이 경기에서 게이치와 화끈한 타격전을 펼쳤지만 두 차례나 감량하는 등 저조해진 컨디션의 영향을 극복하지 못하고 TKO로 패했다. 하지만 퍼거슨도 이날 경기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도깨비 같은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기 때문에 패배에도 박수 받을 수 있었다.

퍼거슨이 쉬던 7개월 동안 게이치는 하빕에 패했고, 하빕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퍼거슨이 다시 라이트급 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해 택한 상대는, 자신이 “유일하게 싸우고 싶었던 상대”라고 밝힌 ‘서브미션 스페셜리스트’ 올리베이라였다. 올리베이라는 수많은 강자가 버티고 있는 라이트급에서 최근 7연승을 거뒀고, 7번 모두를 피니시하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특히 7번 중 5번은 서브미션 승리로, 라이트급 내 ‘최다 서브미션 승리’ 기록도 보유하고 있었다.




올리베이라의 진가가 케이지 위에서 유감 없이 발휘된 경기였다. 올리베이라는 1라운드 초반부터 로킥에 이은 펀치와 헤드킥까지 퍼거슨에 적중시키며 타격전부터 우위를 보였다. 퍼거슨은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듯 휘청이며 기세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올리베이라는 이를 놓치지 않고 퍼거슨에 테이크 다운을 뺏어내 그라운드 공략에 들어갔다. 마운트 자세로 퍼거슨을 압박한 데 이어, 1라운드 종료 직전에는 퍼거슨의 왼쪽 팔이 완전히 뒤로 꺾이는 완벽한 암바를 걸기까지 했다. 퍼거슨은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이를 버텨냈지만, 이미 승기는 올리베이라와 완전히 넘어가 있었다.

퍼거슨은 2라운드에서 데미지를 입은 듯 왼 팔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다시 테이크 다운에 성공한 올리베이라는 꾸준히 상위 포지션에서 퍼거슨을 컨트롤하며 2라운드까지 우세하게 마쳤다. 퍼거슨이 승리하려면 무조건 올리베이라를 피니시해야 했던 3라운드에서도 올리베이라의 강력한 그라운드 기술이 펼쳐졌다. 손발이 속박된 퍼거슨은 마지막까지 올리베이라의 압박을 뚫어내지 못하고 결국 힘없이 무너졌다.

올리베이라는 퍼거슨이란 강적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8연승 째를 거뒀다. 현역 선수 연승 순위에서 카마루 우스만, 아만다 누네스, 이스라엘 아데산야,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등 수준급 선수들에 이은 5위에 올랐다. 하빕의 은퇴와 코너 맥그리거의 복귀까지 여러 이슈가 맞물린 UFC 라이트급 순위표는 올리베이라의 선전으로 인해 더 큰 혼돈 속에 빠졌다. 올리베이라는 경기 뒤 “더스틴 포이리에와 맥그리거 경기 승자와 붙고 싶다”고 선언했다. 두 선수의 경기는 다음달 24일 예정돼 있다.

자신의 이름을 UFC 무대에 완벽히 각인시킨 올리베이라와는 달리, 완전히 무기력하게 패한 퍼거슨이 다시 복귀해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을 지엔 의문이 제기된다. 내년이면 37세가 되는 데다, 강하게 치고받는 경기를 즐겨와 내구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하빕과 함께 라이트급을 이끈 퍼거슨의 전성기를 떠올린다면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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