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재활 구슬땀' 문성민 "은퇴? 마흔까지 코트에!"
남자배구 현대캐피탈의 간판 문성민은 지난 4월 무릎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사실 수술 소견을 받은 건 지난 시즌 중반이었습니다. 무릎 통증이 심해졌고, 검사 결과 빨리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성민은 수술 권유를 뿌리치고 시즌을 완주했습니다.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조기 종료됐고, 문성민은 예정대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무릎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인대와 연골 모두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수술 시간은 예정보다 1~2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문성민은 재활이라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재활에 구슬땀을 흘리며 부활을 꿈꾸는 문성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6~7년 전에 큰 수술을 하고 잘 버텨오다가 지지난 시즌부터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버티다 결국 수술을 하게 됐는데, 수술실에서 무릎을 열어보니까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수술 시간도 1~2시간 연장될 정도였으니까요. 재활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좀 힘듭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재활에 임하고 있습니다."
- 시즌 중반에 수술 권유를 받았지만 시즌 끝까지 버틴 이유가 무엇인지.
"사실 워낙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훈련도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어요.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여오현 코치님이 허리 부상에도 코트를 지키고 계셨고. 저도 주장을 맡고 있어서 경기에 뛰지 않아도 조금이라도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버텨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님도 그런 모습을 원하셨고요."
- 재활은 어느 정도 진행됐으며, 복귀 시점은 언제로 잡고 있는지.
"물에서 러닝을 뛰고 점프를 가볍게 뛸 수 있는 상태가 됐습니다. 목표는 새 시즌에 들어갈 때까지 몸을 맞추려고 하는데. 일단 최대한 아프지 않고 복귀하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트레이너와 상의하면서 몸 상태를 잘 만들고 있습니다."
- 6년 만에 다시 삭발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내와 연애할 당시 머리가 짧았거든요. 결혼 후 삭발한 적이 없는데, 수술하면서 뭔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머리에 신경 쓰지 않고 운동에 전념하고 싶어서 와이프에게 삭발을 이야기했는데,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미용실에서 하는 것보다 마침 집에 기계도 있어서 와이프에게 맡겼고요. 즐거운 마음으로 머리를 밀었습니다."
- 지난 시즌은 코로나 사태에 무관중까지 전체적으로 어수선했습니다.
"무관중은 정말 어색했습니다. 연습경기를 하는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배구를 하면서 처음 있었던 일인데, 무관중으로 하면서 팬들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됐습니다. 프로 선수들은 팬들이 있어야지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구나, 다음 시즌에는 꼭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본인의 재활과 전광인의 입대, 현대캐피탈의 전력이 크게 약해질 거라는 평가가 있는데?
"저희 팀은 매년 시작할 때마다 약체로 평가받으면서 시작하는 것 같은데(웃음). 다른 팀이 저희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큰 생각은 없는 거 같아요. 시즌이 시작되어야 알겠지만, 저희 팀은 시즌을 치를수록 강해지는 팀입니다. 선수들 모두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습니다. 은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데, 본인 생각은 어때요.
"최근 들어서 은퇴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일단 목표는 마흔 살까지 뛰는 걸로 잡았습니다. 물론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요(웃음). 최대한 코트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에요. 죽더라도 코트에서 죽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요."
- 두 아들에게 배구 선수인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거 같기도 해요.
"첫째는 코트에 자주 놀러 와서 아빠가 배구 선수라는 인식이 있어요. 하지만 둘째는 모르는 거 같더라고요.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둘째에게 아빠가 배구 선수라는 걸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최대한 오래 하고 싶어요."
- 리그 새 시즌 화두는 '김연경 선수의 컴백'인데, 남자부가 분발을 해야 할 거 같아요.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거라 생각이 들어요. 김연경 선수가 복귀하기 전에도 여자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여자부 위상을 많이 올려놨고, 남자배구를 역전했다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데, 김연경 선수가 오면 더 분위기가 좋아질 거 같네요. 남자 선수들은 더 긴장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팬덤이 큰 현대캐피탈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가능할 거 같은데요. 2017년 개인 커리어 첫 우승 당시 눈물 흘리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열 번 우승한다면 열 번 울고 싶은 마음이에요. 프로 데뷔 첫 우승이었는데,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열심히 재활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충실히 재활하고, 선수들은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어요. 모든 게 합쳐져서 좋은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문성민 선수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메시지 부탁드릴게요.
"많이 기다리시는 만큼 재활 열심히 해서 이번 시즌은 꼭 코트에서 많은 모습 비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주시고요. 곧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