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 퓨처스팀 선수간 폭행·무면허 운전 의혹…논란 일자 뒤늦게 KBO에 보고
[BO]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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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4 17:28
-SK 와이번스 퓨처스팀에서 선·후배 간 폭행 사건 터져
-신인급 선수들 음주 후 새벽 5시 숙소 복귀…운전한 선수는 무면허
-“선배 선수가 후배들 집합시킨 뒤 얼차려…후배가 발끈하자 폭행”
-SK, 사건 인지 후 자체 징계로 일단락…SNS에서 논란되자 뒤늦게 구두보고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퓨처스 선수단에서 지난 5월 선·후배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SK 구단은 소속 선수의 무면허 운전과 선배의 후배 폭행을 인지하고도 자체 징계만 내렸다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폭로 글이 올라오자 뒤늦게 KBO(한국야구위원회)에 '구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로 프로야구가 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가뜩이나 故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한창 스포츠 인권 관련 논란이 커진 시점에 터진 사건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SK 퓨처스팀 ‘투수 부족’ 사태, 알고 보니 폭행 사건 때문이었다
6월 11일 강화 SK 퓨처스파크에서 열린 고양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퓨처스리그 경기. 이날 SK는 상식을 파괴한 마운드 운영을 선보였다.
선발투수 이재관이 2.2이닝 8실점하고 내려간 뒤 김태우(2.1이닝 1실점)-김민재(1이닝 무실점)-석호준(3이닝 1실점)이 차례로 올라와 던졌다. SK는 고양에 6대 10으로 졌다.
사정을 모르고 보면 선발 조기 강판 뒤 구원투수들이 눈부신 호투를 펼친 경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날 구원으로 나온 김태우, 김민재, 석호준의 포지션은 투수가 아닌 ‘야수’다.
김태우는 동국대 출신으로 올해 육성 선수로 입단한 신인 포수. 유명 야구인의 친척으로 알려졌다. 김민재는 안산공고 출신으로 2016년 6라운드에서 SK 지명을 받았고, 올해 정식선수가 된 내야수다. 석호준도 동국대 출신으로 올해 육성 선수로 입단한 신인 내야수다.
SK가 야수를 투수로 기용한 건 이 날 하루만이 아니다. 국외파 출신 신인 포수 김성민은 5일 상무전 구원투수로 나온 뒤 13일 LG 트윈스전과 16일 한화 이글스전에도 불펜으로 나왔다. 김태우는 16, 17일에도 나와 연투했고 석호준도 13일 LG전에 구원으로 나왔다.
퓨처스 엔트리에 투수가 부족해서 생긴 사태다. SK는 6월 5일 경기를 앞두고 투수 4명을 퓨처스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11일 경기 전엔 2명을 추가로 말소해 투수 4명만 데리고 경기에 나섰다. 야수들이 줄줄이 투수로 불려 나와야 했던 배경이다.
투수 고갈은 퓨처스 투수들의 부상이나 갑작스러운 1군 콜업 때문이 아니다. 취재 결과 SK 퓨처스팀에서 투수가 바닥난 건 선수단 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이었다.
사건이 터진 건 5월 말. 엠스플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복수의 신인급 투수가 숙소에서 벗어나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이들은 새벽 5시가 돼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선수단 내규 위반이자, 코로나19 사태로 프로야구 종사자 모두가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는 가운데 벌인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들은 2군 숙소에 복귀할 때 개인 차량을 이용했다. 운전한 선수는 무면허 운전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SK 관계자는 “도로주행 연습을 하는 중이었고, 운전면허는 취득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 제152조에 따라 무면허 운전은 적발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매기게 돼 있다. 무면허 운전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정한 12대 중과실 가운데 하나다.
이튿날엔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신인급 선수들이 새벽까지 술을 마셨단 소식을 들은 선배 하나가 ‘군기’를 잡으려다 폭력으로 이어졌다. SK 관계자는 “코치들이 먼저 선수들을 혼내고, 이후 한 고참 선수가 후배 선수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얼차려’를 줬다고 보고 받았다”고 했다. 취재 결과 선배 선수는 얼차려 도중 후배 선수가 발끈하자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SK, 폭력 사건 인지하고도 KBO에 보고 안 해…"선수들 미래 걱정했다"
선수단 폭력과 무면허 운전은 KBO 규약이 규정한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 구단은 품위손상행위가 발생하면 인지한 즉시 KBO에 보고하고 경위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이후 KBO 상벌위원회를 거쳐 적정한 징계가 주어지는 게 수순이다.
그러나 SK는 사건 발생 직후 자체 조사를 통해 사건을 인지하고도 KBO에 보고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SK는 물의를 빚은 선수를 ‘인격수양’을 이유로 3주간 강화도 내 탬플스테이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 사건과 무면허 운전 사실은 KBO에 알리지 않았다.
SK는 사건 내용이 최근 SNS와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퍼지자 그제서야 뒤늦게 KBO에 유선으로 구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KBO 관계자는 “SK의 구두 보고를 처음 받은 날짜는 7월 12일”이라고 했다. 원칙적으로 구단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10일 이내에 KBO에 경위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구단도 징계 대상이다.
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구단에서 잘못 판단한 부분이 있었다. 문제를 일으킨 선수에겐 내규상 최대치의 벌금을 물렸고, 사회 봉사활동도 시키려고 했다. 코로나19로 받아주는 곳이 없어 대신 탬플스테이에 보냈다”고 해명했다.
KBO 보고가 왜 늦었는지에 대해선 “어린 선수들의 미래를 걱정했다”며 구단의 판단 착오와 관련해 다시 한번 솔직하게 인정했다.
소식을 접한 야구 관계자는 “프로야구 선배의 후배 폭행은 쌍팔년도에나 벌어지던 일”이라며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스포츠계 폭력 근절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가장 앞서가는 스포츠 종목인 프로야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인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구단이 모두 관리할 순 없다. 성인 선수들을 전부 관리하는 건 그 자체가 불가능하고, 지금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 SK 일부 선수의 일탈 행위는 해당 선수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SK 구단이 KBO에 제때 정확하게 사건을 보고하고, 원칙에 따라 선수들 징계를 진행했다면 선수와 구단 모두 더 큰 교훈을 얻었을지 모른다.
SK 구단은 조만간 KBO에 구체적인 사건 내용과 자체 조사결과를 담은 경위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