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이슈]'無 융통성' 빠듯한 일정에 현장 불만 폭주, 예고된 갈등 아니었나
[부산=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 현장에서는 일정 운영과 관련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예상됐던 충돌이다.
지난 주말 장맛비가 KBO리그를 덮쳤다. 지난달부터 올해 유독 긴 장마 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일요일인 12일에 열릴 예정이던 5경기가 모두 우천 취소 혹은 노게임이 선언되면서 전 경기가 월요일로 미뤄지는 상황이 빚어졌고, 결국 그마저도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했다.
경기 강행 의지와 현실적 고민 그리고 현장의 불만까지. 현재 시점에서 KBO리그의 딜레마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틀이었다.
지난 주말 3연전 중 토요일인 11일 경기까지는 이변 없이 잘 마쳤다. 그러나 11일 밤부터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내린 비는 12일 전국으로 확대된 뒤 13일 밤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일기 예보가 있었다. 기상 예보와 실제 날씨가 다를 때도 잦긴 하지만, 이번에는 장마 전선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큰 비가 예고돼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동일에 비가 내리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수단이 빨리 움직여 휴식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반가워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서스펜디드 경기, 더블 헤더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7~8월 혹서기에는 다행히 더블 헤더와 서스펜디드는 치르지 않지만, 여전히 월요일 경기에 대한 큰 부담이 남아있다. 선수단도 "차라리 오늘 경기를 하는 게 낫다"면서 비를 전혀 반가워하지 않고 있다.
12일 잠실에서는 양팀 사령탑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나머지 4개 구단이 속속 우천 취소를 선언했지만, 잠실은 경기를 강행했다가 한차례 중단 끝에 결국 노게임이 결정됐다. LG와 NC는 부상 우려 속에 선수들이 비를 맞고 헛심을 썼고, 선발 투수 카드 한장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허무한 결과까지 뒤따랐다.
사실 이날 밤 늦게까지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이라는 것은 일기 예보를 본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취소 경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KBO의 우려가 크고, 월요일 경기를 진행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당일에 일정을 끝내야 한다는 의지가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튿날인 13일도 마찬가지였다. 이날도 많은 비가 예보돼있었지만 6개팀, 특히 원정 3개팀은 발목을 붙잡혀 오후 늦게까지 대기하다가 취소 결정이 난 후에야 움직일 수 있었다. 예정됐던 5개 경기 중 정상적으로 치른 경기는 광주, 대전에서 열린 2경기 뿐이었다.
각팀 감독들과 현장에서는 꾸준히 일정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실 예정된 갈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이 한달 이상 늦어졌지만, 수익과 비용 문제 등으로 144경기 체제를 강행하면서 '빠듯한 일정'이라는 전제 조건이 뒤따랐다. 개막 초반에는 몇몇 감독들이 144경기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지만, 이미 구단 최고 결정자가 모인 이사회를 통과한 안건이라 결국 현장과 프런트의 의견 충돌 양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이왕 합의가 된 사항이라면, 적어도 융통성 발휘는 있어야 한다. 경기 취소 시점도 보다 빠르고, 명확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규 시즌 일정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이해하지만, 벌써 몇차례나 억지로 경기를 강행하려다 되려 손해를 보는 상황들이 나왔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얕다고 평가받는 리그에서 부상에 대한 고민이 예전과 비교해 배로 늘어났다. 그래서 엔트리 확대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번주처럼 '월요일 경기'가 진행되면, 해당 팀은 최소 7경기를 휴식일 없이 치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투수 로테이션이나 엔트리 활용에도 큰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