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국팀 훈련장 인근 집 빌려 '도둑 촬영'

[BO]엠비 0 1577 0

[2018 러시아월드컵]
고성능 망원경·비디오카메라 동원… 스웨덴 감독은 모르는 척 시치미


요즘 스웨덴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 얘기만 나오면 늘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한국 영상을 아직 못 봤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이길 자신 있다." 한국과의 월드컵 1차전(18일 오후 9시)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선수들 표정에선 초조함이나 불안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스웨덴은 이미 라르스 야콥손이라는 '특수 정찰 요원'을 가동해 한국 대표팀 비공개 훈련까지 낱낱이 지켜본 후 이를 바탕으로 전력 분석을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스웨덴 대표팀 전력 분석 요원인 야콥손은 스웨덴 일간 익스프레센과 인터뷰에서 "한국팀의 레오강 훈련장 산자락에 있는 집을 빌려 훈련 내용을 모두 지켜봤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입성 전 마지막 담금질을 한 것인데, 당시 대표팀은 전술·세트피스 훈련 등에 대해 극비 훈련을 진행했다. 신태용 감독은 국내 취재진에도 초반 훈련 15분만 공개하고, 나머지 훈련을 꼭꼭 숨길 정도로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하지만 스웨덴이 한 수 위였다. 야콥손의 한국팀 염탐(廉探) 과정은 의외로 손쉬웠다. 한국팀 훈련장 인근의 산에 있는 한 독일 부부의 집을 빌려 고성능 망원경과 비디오카메라로 대표팀 훈련 과정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지켜봤다고 한다. 야콥손은 "염탐 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산에 올라가야만 했지만, 그곳에서 훈련을 지켜본 건 완벽했다(perfect)"고 말했다.

그럼에도 야네 안데르손(56) 스웨덴 대표팀 감독은 마치 한국을 잘 모르겠다는 듯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1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스피드와 기술이 좋으며, 강한 체력도 지녔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키(기성용)와 손(손흥민)이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전 했던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원론적인 평가 수준이었다. 그는 '한국을 이길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는 평소 솔직하고 거침없이 발언하기로 유명한 신태용(48) 감독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선수 시절 영리한 플레이로 '여우'라고 불린 신 감독은 7일 볼리비아와 평가전 후 김신욱을 선발 투입한 이유에 대해 "트릭(trick·속임수)이라 보면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10일 스웨덴과 페루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 후엔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취재진에 공개적으로 주전 수비 라인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에선 상대를 속이기 위한 위장술로 보기도 한다.

한덕현 중앙대 의대(스포츠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안데르손 감독은 자신이 쥐고 있는 패를 다 보여주지 않은 채 조금씩 보여주면서 상대방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고도의 심리술'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덧붙여 "신태용 감독은 어떤 게 진짜인지 모르게 역정보를 일부러 계속 흘리는 듯한 모습"이라며 "신 감독이 '트릭의 트릭'을 쓰는 진짜 고수일지는 스웨덴과 벌일 1차전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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