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브루노+포그바 있는 맨유, 판더베이크에 600억 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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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잠잠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네덜란드 대표팀의 전천후 미드필더 도니 판 더 베이크(23) 영입으로 이적 시장의 문을 열었다. 2019-20시즌 후반기에 카라바오컵 4강, FA컵 4강, 유로파리그 4강 및 프리미어리그 3위의 성적을 거두며 눈부신 상승세를 탄 맨유의 2020-21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무려 세 개 대회에서 목전에 두고 놓친 우승컵이다.


2019-20시즌 후반기 맨유 상승세의 중심에는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영입한 포르투갈 대표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25)가 있다. 맨유는 지금까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이후 적임자를 찾지 못한 '새 7번'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정작 맨유가 채우지 못한 공백은 베테랑 미드필더 폴 스콜스와 라이언 긱스가 담당했던 중원의 리더십이다.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주장으로 뛴 페르난데스는 맨유 입단 후 후반기에만 22경기를 뛰며 12득점 8도움으로 20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기간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 다음으로 많은 기회 창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개인 면담에서 페르난데스에게 "공격할 때 체력을 써야 하니 그만 뛰라"고 했다. 페르난데스가 워낙 전방에서 수비에 많이 가담하기 때문이다.


시야와 창의성, 킥의 정확성에 헌신성, 체력을 두루 갖춘 페르난데스는 스콜스 이후 맨유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 받는다. 이적을 추진하던 프랑스 미드필더 폴 포그바와 맨유와 재계약을 결심한 배경도 페르난데스와 함께 맨유에서 큰 위업을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 브루노+포그바 있는 데 판 데이크 영입한 이유


페르난데스의 압도적 활약은 역설적으로 그에 대한 의존증을 야기한다. 호날두의 전성시대, 리오넬 메시의 전성 시대에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이들의 부재 시 균형이 무너지는 현상을 겪으며 타이틀 경쟁에서 밀렸다. 이들은 꾸준함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으나 1년 내내 페이스를 유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맨유가 2019-20시즌을 결국 무관으로 마친 이유는 페르난데스가 결국 시즌 막판에 지쳤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와 포그바, 프레드와 네마냐 마티치에 스콧 맥토미니까지 중원 자원이 풍부한 맨유가 2020-21시즌을 위한 첫 번째 영입 선수로 판 더 베이크를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 더 베이크는 페르난데스가 지쳤을 때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고, 그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판 더 베이크는 아약스에서 10번 역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지만 수비 가담과 압박 능력도 준수하다. 맨유 레전드 벤 톤리는 "내가 보기에 중원에서 못하는 게 없는 선수다. 브라이언 롭슨처럼 박스를 습격할 수 있고, 경기를 지휘할 수 있으며 후방에서 4번 역할도 할 수 있다. 혈기왕성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이면서 골을 만드는 창의성도 갖췄다"고 기대했다.


톤리의 설명은 페르난데스와 판 더 베이크가 매우 유사한 완전체 미드필더라는 것을 뜻한다. 페르난데스가 부재 시 그 역할을 할 수 있고, 페르난데스의 곁에서 파트너가 될 수 있으며, 비상시에는 마티치나 프레드, 맥토미니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다.



♦︎ 코로나 때문에 빡빡한 2020-21시즌, 4개 대회 위한 깊이가 필요하다


맨유는 2020-21시즌에 우승을 원하고, 이를 위해선 스쿼드의 깊이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프리미어리그는 9월 중순에 개막하고, 챔피언스리그는 10월 중순에 시작한다. 2019-20시즌에 생겨난 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겨울 휴식기도 사라졌다. 2021년 여름에는 유로 대회가 열려 일정의 여유가 없다.


앙토니 마시알과 마커스 래시포드, 메이슨 그린우드가 공격진에서 역동성과 득점력을 폭발시키고 있지만 이들에게 공을 전달할 수 있는 빌드업의 밀도가 중요하다. 포그바와 페르난데스가 역대급 중원 콤비를 이루고 있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부상자가 나올지 모른다. 맨유는 새 시즌 기필코 우승컵을 들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판 더 베이크 영입에 옵션 포함 620억 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한 이유다.


맨유의 영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제이든 산초의 이름이 거론되는 측면 공격수 보강, 에릭 바이의 잦은 부상 속에 센터백 보강,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린다면 보다 강한 공격력이 필요한 레프트백 보강 등이 추진 중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이후 많은 돈을 쓰고도 허무한 시즌을 보내온 맨유가 2020-21시즌에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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