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을 지배할 박지수 “득점왕, 한 번도 못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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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포츠계에서 ‘국보’라는 호칭은 아무에게나 붙는 수식어가 아니다. 해당 종목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수준의 선수만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호칭이다.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통하는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현역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다. 또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 중인 서장훈이 ‘국보 센터’로 불리며 1990년대 한국농구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여자농구에도 ‘국보’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선수가 있다. 역대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 받는 청주 KB스타즈 박지수(22·198㎝)가 그 주인공이다. 2020~2021시즌을 준비 중인 그를 27일 충남 천안 KB챔피언스클럽에서 만났다.
 

● 외인 없는 WKBL, 박지수 세상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020~2021시즌을 외국인선수 없이 치르기로 결정했다. 센터 포지션에서 이미 경쟁상대가 없는 ‘국보’ 박지수를 보유한 KB스타즈는 당연히 우승 후보로 꼽힌다. 이 때문에 또 ‘박지수가 리그를 지배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머지 5개 팀이 새 시즌 준비단계에서 박지수 봉쇄 방안을 최우선순위로 둘 정도다.

박지수는 “나도 농구를 보는 팬 입장이라면 ‘당연히 키 큰 선수가 있는 팀이 무조건 이기는 것 아니야?’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겪어본 입장이라면 다르다. 외인 제도가 없어진다고 했을 때 ‘힘든 시즌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 역시 쏜튼, 단타스와 함께 뛰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당연히 KB가 우승하는 것 아니야’라고 하지만, 작은 선수들을 따라다니고 집중견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든 시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박지수는 상대팀의 경계대상 1호다. 시즌 내내 상대의 거친 수비와 도움 수비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도 이를 예상하고 있었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우리 팀도 상대의 더블 팀 대처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나로 인해 다른 선수에게 찬스가 생기는 부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 박지수가 득점왕 경험이 없는 이유


박지수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그는 중고교 때부터 더블 팀 수비를 당하다보니 지도자들로 하여금 ‘밖으로 패스를 빼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다. 정작 자신의 공격기술을 발전시킬 시간이 적었다. 동료들의 찬스를 만드는 데는 익숙했지만, 1대1로 득점을 올릴 기회가 적었다.

박지수는 “득점에 욕심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1대1을 해서 득점을 올리고 싶은 상황이 있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혼란스럽다. 상대팀에 나보다 큰 선수가 많으니까 더블 팀이 오지 않는다. 1대1을 해서 넣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발을 빼서 넣던지 훅슛도 양손으로 구사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국내에선 더블 팀이 와서 1대1을 할 기회가 없으니 내 기술이 정체된 느낌이다. 그래서 국내리그와 대표팀에서 하는 농구는 완전히 다른 농구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선수생활 내내 국내에선 더블 팀 수비를 당해 1대1 공격 기회가 없다보니, 압도적 높이로 확률 높은 농구를 할 수 있음에도 득점왕 경험이 전무하다. 박지수는 “중, 고등학교 때도 득점왕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심지어 중학교 때 어시스트상도 타봤는데, 득점왕은 한 번도 없었다. 욕심이 화를 부르기 때문에 ‘무조건 이번 시즌 득점왕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 수비에도 잘 대처하면서 내 득점도 가져가고 싶다. 그래서 3점슛이나 돌파 연습도 한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다방면에서 향상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WNBA, 아프지 않으면 간다!


박지수는 2018, 2019년 오프시즌 국내리그를 마친 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로 향했다. 그러나 올해는 소속팀인 라스베이거스 에이스에 합류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도 있지만, 무엇보다 몸이 너무 좋지 않았다. 박지수는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올해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허리가 너무 아팠다. 일단 회복이 우선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은 너무 안타깝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농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이 쉬었던 여름이다. 대표팀 소집도 없어서 푹 쉬면서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고 밝혔다.

비록 올해는 합류가 무산됐지만, 몸이 건강하다면 미국행은 언제든 ‘OK’다. “라스베이거스에선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아쉽고 힘든 부분이지만 그만큼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잘해야 기회를 받지 않겠나.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된다. 아프지 않다면, 내년에는 WNBA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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