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로하스 월간 MVP 탈락에 KT 허탈, KBO 난감

[BO]엠비 0 1897 0
 


"신경이 안쓰일 수가 있겠나."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경기 전 KT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진욱 감독은 팀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7월 MVP 탈락 소식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 로하스가 받을 줄 알았다. 본인도 7월 성적이 좋았고 후보에 올랐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신경을 아예 안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로하스는 8일 발표된 KBO리그 7월 MVP 투표 결과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에 밀려 수상에 실패했다. 로맥은 7월에 열린 21경기에서 타율 3할8푼7리, 9홈런, 23타점, 4도루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했다. 로하스도 이에 못지 않았다. 사실, 기록은 더 좋았다. 로하스는 똑같은 21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3푼4리, 9홈런, 22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타점 1개만 로맥이 밀렸고, 타율과 도루 기록은 더 높았다. 특히, 타율-안타-홈런-득점-출루율-장타율 6개 부문 단독 1위 내지 공동 1위였다. 7월 가장 무서운 타자임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팀 성적이 밀렸을까. 그 것도 아니다. 7월 KT가 12승1무8패를 기록하며 13승9패를 기록한 SK에 승률에서 앞섰다. 다른 것들이 비슷하다고 봤을 때, 약팀 성적을 끌어올렸고 타율에서 월등했던 로하스가 앞섰던 게 맞다. 

기자단 투표는 로하스로 향했다. 총 30표 중 17표를 획득해 4표에 그친 로맥을 이겼다. 로맥은 심지어 8표를 받은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에게도 밀렸다. 하지만 최종 수상자는 로맥이었다. 올해부터 신설된 팬 투표 때문이었다. 

로맥은 팬 투표 총 4만9482표 중 3만927표를 독식했다. 로하스는 6172표에 그쳤다. 팬 투표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나 기자단 투표+팬 투표 합산 결과 로하스가 역전을 당했다. 로맥도 충분히 수상할 만한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사실이나, 팬 투표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정도로 로하스가 못하지 않았다. 

간혹 올스타 투표에서 특정 인기팀 선수들이 몰표를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로맥이 이렇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근거는 찾기가 힘들다. 로맥이 전국구 인기를 얻는 스타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기는 힘들다. 아무래도 한국 야구팬들은 한국에서 뛴 지 얼마 안된 외국인 선수보다 국내 선수들에게 더 큰 사랑을 주기 마련이다. 외국인 선수 중 한국 선수만큼의 사랑을 받거나 인지도를 갖춘 선수는 더스틴 니퍼트(KT) 정도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SK 팬들이 로맥의 수상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도 없었다. 그래서 수상 선수에 투표를 한 팬을 대상으로 선수 유니폼 선물을 주는 게 부작용의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니폼을 받으려면 초반 투표에서 앞서나가는 선수에게 표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 왜냐하면 팬들이 투표를 할 때는 기자단 투표 결과를 알 수 없으니, 팬 투표에서 앞서나가는 선수가 수상이 유력하다고 유추할 수밖에 없다. KBO 관계자는 "이 선수에게 투표를 한 팬이, 다른 수상 선수 유니폼 선물을 받으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어 이런 기획을 했는데, 분명 문제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론, 지난 투표에서도 유니폼 선물을 줬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4, 5월 MVP는 유한준(KT)과 정우람(한화 이글스)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다만, 6월 투표에서 조짐이 있었다. 기자단 투표에서는 세스 후랭코프(두산 베어스)가 앞섰는데, 팬 투표에서 팀 동료 김재환이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때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국내 선수가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활약을 펼쳤으며, 같은 팀이기에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다. 이번만큼 큰 차이의 투표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었따.

때문에 유니폼 선물 때문에 투표 결과가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 찝찝함을 남기는 건 사실이다. 이를 KBO도, 팬 투표 신설을 기획한 KBO리그 타이틀 스폰서 신한은행 측도 인지를 했다. 추후 더 납득하기 힘든 투표 결과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KBO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해 난감하다. 개선책에 대한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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