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특급 영건 정우영·이민호, 체인지업으로 완전체 응시[SS시선]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직은 과정에 불과하다. 그래도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긍정적인 전망을 내릴 수 있다. LG 마운드를 대표하는 영건 정우영(21)과 이민호(19)가 나란히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있다.
정우영은 지난 18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세 번째 구종으로 체인지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정우영은 “경기를 마치면 늘 내가 던진 영상을 확인한다. 팔높이와 팔스윙, 그리고 공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꾸준히 체크한다”며 “피치 터널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구종은 체인지업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좌타자 상대로도 좋을 것 같다. 지금 내 투심 패스트볼에 체인지업이 추가되면 정말 괜찮을 것 같다. (임)찬규형과 최일언 코치님, 가득염 코치님에게 두루 체인지업 그립에 대한 조언을 얻고 내게 가장 맞는 그립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우영은 지난 1일 잠실 한화전에서 한 차례 체인지업을 시도했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크게 빠져나가는 실투가 되고 말았지만 이제 겨우 첫 발을 뗐을 뿐이다.
실제로 많은 투수들이 정우영과 같은 이유로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사이드암투수 우규민(삼성)과 박진우(NC) 모두 좌타자 시야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다가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우타자만큼 좌타자도 잘 잡는다. 그런데 이들 모두 정우영처럼 빠른 공을 던지지는 못한다. 정우영의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은 구속이 140㎞대 후반까지 찍히며 뱀꼬리처럼 움직인다. 임창용의 뱀직구와 가장 유사한 패스트볼을 던지는 현역 투수가 정우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정우영이 체인지업을 완전히 습득한다면 좌타자에 대한 고민도 쉽게 덜 수 있다. 정우영이 말한 것처럼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피치 터널 이론을 대표하는 조합이다. 류현진이 빅리그 특급으로 자리매김한 비결 또한 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그리고 체인지업 세 가지 구종이 절묘한 터널을 형성하는 데에 있다.
정우영의 뒤를 이어 신인왕을 노리는 이민호도 체인지업을 훈련하고 있다. LG 류중일 감독은 이민호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피치인 것을 두고 “민호는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선수다. 커브도 평소보다 많이 던지고 뚝 떨어지는 공도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이제 대학교 1학년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며 “민호가 떨어지는 공으로 체인지업을 꾸준히 훈련하는 것으로 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민호가 체인지업을 던지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실전용이 아닐 뿐이지 던질 줄 아는 구종은 많다. 이민호는 세 번째 구종으로 커브를 던지고 이따끔씩 스플리터도 구사한다. 그러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큼 제구하지는 못한다. 물론 류 감독의 말대로 향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의도치 않게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흡사한 투구 메커닉을 갖추게 된 이민호가 체인지업까지 습득한다면 KBO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오른손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
LG는 지난해부터 트랙맨을 비롯한 최첨단 장비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래킹 데이터와 영상을 조합해 빅리그식 이론을 선수육성에 접목시킨다. 흥미로운 점은 지도자만큼이나 선수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임찬규와 최근 입단한 신예 투수들 대부분이 매일 자신의 트래킹데이터를 습관처럼 확인한다. 정우영과 이민호가 나란히 체인지업을 구사할 때 LG의 최첨단 장비를 활용한 선수육성은 굵직한 시작점을 찍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