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가 너무 잘한다" 말하는 이정후의 진짜 의욕
[엑스포츠뉴스 고척, 조은혜 기자]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는 타이틀 지표를 안 본 지 오래됐다는 말을 하며 "로하스가 너무 잘해서"라고 웃었다. 그는 상대를 치켜세우면서 자신의 의욕을 너무 드러내지도, 감추지도 않았다.
14일 현재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는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의 이름이 가장 위에 올라 있다. 타율(0.384), 홈런(29홈런), 타점(74타점), 출루율(0.443), 장타율(0.755), 루타(234루타), OPS(1.198) 1위다. 득점(72득점)과 안타(119안타)에서 각각 김하성(74타점), 이정후(120안타)에 밀려있지만 키움이 훨씬 많은 경기를 치렀고, 차이가 미미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로하스의 이 페이스가 계속된다면 KBO 시상 타격 기록에서 도루를 제외한 타율과 홈런, 타점, 득점, 안타와 출루율, 장타율 전 관왕도 가능하다는 전망. 하지만 분명 이런 로하스를 위협하는 존재는 있다. 이정후는 현재까지 84경기 전 경기 출전해 120안타 13홈런 69타점 57득점, 타율 0.367을 기록하면서 안타 1위, 타율 3위, 타점 3위, 출루율 5위, 장타율 2위 등을 기록하며 로하스의 뒤를 무섭게 쫓고 있다.
지난 12일 고척 한화전,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친 후 이정후에게 '타이틀 욕심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정후는 "타이틀 지표를 안 본지 오래됐다. 로하스가 너무 잘한다"고 웃으며 "지금처럼 모든 면에서 골고루 잘했으면 좋겠다. 타이틀을 따면 좋고, 아니면 아니다. 경기가 얼마 안 남았다면 신경쓰이긴 하겠지만 아직은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잘하는 선수가 있고, 그 선수와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내년, 내후년을 위해서 올해의 이 경험이 큰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당장의 수치에 일희일비 하지 않았고, 상대의 뛰어난 퍼포먼스에 자신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계산했다. 어떻게 보면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보다 더 전의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4년 차 이정후는 앞선 시즌과 비교했을 때 이미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절반을 돈 시점에서 이미 지난해의 타점을 넘었고, 홈런은 두 배를 넘어섰다. 장타율이 4할대에서 6할대까지 올랐으나 타율은 줄지 않고 오히려 높아졌다. "경쟁도 경험"이라는 이정후의 마음가짐이라면 납득이 가는 발전이다. 그래서 올 시즌이 끝난 후, 그리고 그의 내년과 내후년이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