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떠나며 펑펑 울었던 kt 오태곤의 SK행 “이번에는 눈물이…”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지금으로부터 3년여 전인 2017년 4월 18일 사직구장.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모두 끝난 늦저녁 무렵. 롯데 클럽하우스에서 수상한 기척이 들려왔다. 선수 몇 명이 눈물을 흘리는 소리였다.
뜻밖의 소란은 롯데 내야수 오태곤의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발생했다. 이날 경기 후 롯데는 kt 위즈와 2대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오태곤과 우완투수 배제성이 kt로 가고, 우완투수 장시환과 김건국이 롯데로 오는 맞교환이었다.
그런데 오태곤의 사연이 참으로 기구했다. 2010년 롯데로 입단한 오태곤의 원래 이름은 오승택이었다. 그러나 장기간 계속된 부상과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름을 바꾼 뒤 바로 이날 KBO 개명 절차를 모두 끝내고, 새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손아섭의 이름을 지어준 바로 그 작명소에서 새 이름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오태곤은 이날 경기 전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새 출발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후 롯데는 오태곤의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오태곤은 친정에서 새 이름을 단 하루만 써본 채 둥지를 옮겨야 했다.
오태곤의 이적 소식을 접한 롯데 클럽하우스는 눈물바다가 됐다. 당시 김원형 수석코치가 “오늘은 (오)태곤이 마지막 날이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마음껏 해봐라”고 오태곤을 일으켜 세웠고, 오태곤은 작별인사를 건네기 위해 동료들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정든 식구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는 참아왔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평소 절친했던 강민호와 김문호 등 지금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은 선수들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트레이드 눈물바다’로 회자된 추억을 뒤로하고 kt로 건너온 오태곤은 이후 내야수와 외야수로서 두각을 나타내며 존재감을 높였다. 3할 타율이나 20홈런을 기록한 적은 없었지만, 2할대 중후반의 타율과 착실한 수비를 앞세워 주축 야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kt와 이별은 또 예고 없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트레이드.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13일 오태곤은 이홍구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트레이드 직후 연락이 닿은 오태곤은 “오늘 소식을 들었다. kt로 와서 많은 기회를 받았다. 그런데 내가 이를 살리지 못했다. kt에서 좋은 추억이 많았는데 이렇게 동료들과 헤어지게 돼 아쉬운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오태곤은 이번 트레이드는 3년 전 이적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고 했다. 당시에는 둥지를 옮긴다는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이 컸지만, 이제는 마지막 기회를 잡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오태곤은 “롯데에서 kt로 올 때는 참 많이도 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 나이도 더 먹었고, 가정도 생겼다. 더 잘해야겠다는 독기 덕분인지 3년 전과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kt 2군이 있는 익산 숙소에서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오태곤은 곧바로 수원케이티위즈파크로 올라와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간 함께한 프런트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오태곤은 “부족한 나를 그간 아껴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구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니 비로소 이적을 실감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kt 이강철 감독 역시 이날 SK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사실은 내가 (오)태곤이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좋은 선수인 만큼 SK로 가서도 잘하리라고 믿는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렇게 이적 절차를 모두 마친 오태곤은 14일부터 SK의 광주 원정을 함께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당분간 적응을 마친 뒤 확장 엔트리가 시행되는 18일부터 1군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SK 박경완 감독대행은 “오태곤은 내야와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우타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태곤은 “어느덧 세 번째 유니폼을 입게 됐다. SK에서도 분명 필요성을 느끼고 나를 영입했다고 생각한다. 새 동료들과 팬들을 위해서라도 있는 힘껏 뛰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