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지만 모두 알고 있어 힘든 LG 불펜 트레이드 영입[SS비하인드]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정)우영이와 (고)우석이 앞에 한 명만 딱 있으면 좋을텐데…”
사령탑과 단장이 마치 입을 맞춘 듯 함께 아쉬움을 삼킨다. 더할나위없이 뚜렷한 과제지만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주축 선수를 희생하는 것을 물론 미래까지 포기해야 거래가 성사된다. 1위를 질주하고 있다면 과감히 승부수를 던질 수 있지만 현 상태로는 정상등극을 확신할 수 없다. 트레이드 마감일까지 이틀 남은 가운데 트레이드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는 LG다.
예상대로 트레이드 시장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마침내 NC가 KIA와 트레이드를 통해 불펜 강화에 성공했다. NC는 지난해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문경찬을 데려와 원종현 홀로 지키고 있었던 뒷문에 지원군을 얻었다. 이어 지난 13일에도 KT와 SK가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당장 시즌 판도를 흔들 규모의 트레이드는 아니지만 KT는 이홍구 영입으로 포수진을 두껍게 만들었다. 추가 트레이드에 대비할 수 있는 카드를 획득한 KT다.
물밑 협상은 이보다 뜨겁다. 대부분의 팀이 마지막까지 트레이드 문을 열어둔 채 전력강화 혹은 밝은 미래를 응시하고 있다. LG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송은범을 영입해 정우영 부상 이탈을 극복했던 것처럼 끝까지 시장을 주시할 방침이다. 그런데 올해는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LG가 원하는 카드도 당시 송은범보다 가치가 높고 지난해보다 많은 팀들이 불펜진 강화를 노리고 있다. 특급 불펜투수의 가치는 그야말로 ‘금값’이다. NC와 KIA의 트레이드 또한 김선빈과 류지혁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다는 게 야구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LG 류중일 감독은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 앞서 “지난달 롯데, 키움, KT에 크게 이기고 있다가 진 적이 있다.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줄 수 있는 투수 한 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우영이와 우석이 앞에 한 명만 딱 있으면 좋을텐데… 하지만 투수 얻기가 참 어렵다. 모든 감독들이 강한 투수진을 원하는 만큼 투수가 비싸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LG 차명석 단장 또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확실한 불펜투수다. 정우영과 고우석 앞에서 던질 투수가 필요하다”면서도 “불펜투수들의 가치를 맞추기가 어렵다. 정말 승부를 걸어볼 시점이라면 트레이드를 단행할 수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LG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도 알고 있고 지출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다른 팀들도 불펜투수를 얻기 위한 카드가 오갔는데 이를 기준으로 두면 정말 모험을 단행해야만 한다.
트레이드 외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3월과 4월 가장 빠른 공을 던졌던 이상규, 그리고 지난해 고우석, 정우영과 함께 필승조로 활약한 김대현이 페이스를 찾으면 불펜진 마지막 한 조각을 맞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둘다 언제 페이스를 찾을지 확신할 수 없다. 류 감독은 “대현이와 상규 모두 현재 2군 경기에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은 구위가 한창 좋았을 때와는 다르다. 기다려 볼 것”이라고 했다.
트레이드 마감일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까지 시장 상황은 특급 유망주, 그리고 최상위 지명권을 희생해야 불펜진 보강을 확실하게 이룰 수 있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LG는 트레이드 마감일을 조용히 보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