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최고 중견수 박해민을 '1루수' 기용하는 삼성의 현실
리그 최고의 중견수 박해민(30)을 1루수로 기용한다. 선수층이 무너진 삼성의 현주소다.
박해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 중견수다. 수준급 외야수들이 '수비를 잘하는 선수'로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2010년 골든글러브 수상자이자 SK 간판 외야수 김강민이 꼽는 '최고 외야수'도 박해민이다.
삼성에서 하이라이트 필름을 가장 많이 만들어낸다. 11일 대구 두산전에서도 그림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1-3으로 뒤진 4회 초 무사 2루에서 허경민이 친 중견수 방면 타구를 달려가 다이빙 캐치로 처리했다. 타구 판단과 쇄도, 캐치까지 모두 퍼펙트했다. 적시타를 순식간에 아웃카운트로 연결했다. 경기를 중계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박해민만 할 수 있는 수비 동작"이라고 극찬했다. 팀은 패했지만, 무더위 속에 야구장을 찾은 홈팬들이 위안 삼을 만한 명장면이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12일 경기에선 박해민을 중견수가 아닌 1루수로 기용했다. 선발 중견수는 박승규였다. 박해민이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게 올 시즌 세 번째. 공교롭게도 세 번이 모두 8월에 몰려있다. 허 감독은 "그만큼 팀이 급하다"고 했다.
삼성의 1루수 고민은 예견된 수순이다. 지난 시즌이 뒤 2017년부터 3년을 함께한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와 재계약하지 않으면서 1루에 구멍이 생겼다. 러프는 이승엽과 함께한 첫 시즌을 제외하면 줄곧 주전 1루수였다. 미국에서 뛰던 시절에도 주 포지션이 1루여서 큰 문제가 없었다. 최근 3년 동안 삼성이 1루수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던 것도 러프의 역할이 컸다. 이 기간 삼성은 백업 1루수 자원을 만들지 못했고 러프가 팀을 떠나면서 실타래가 꼬였다.
가장 빠른 보완책은 러프를 대신할 외국인 선수를 1루수로 뽑는 거였다. 그러나 멀티 플레이어 타일러 살라디노를 영입했다. 이마저도 부상을 이유로 일찌감치 짐을 싸 팀을 떠났다. 개막전 주전 1루수였던 이성규는 극심한 타격 슬럼프 속에 선발 출전 기회가 확 줄었다. 이성규도 주 포지션은 1루가 아니다. 이원석, 이성곤, 최영진을 투입해 고정 1루수 없이 돌려막기로 공백을 채우려고 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최영진이 발목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고 이원석이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가용 자원은 더 줄었다.
삼성의 최근 3경기 주전 1루수는 박해민-이성곤-박해민이다. 두 선수 모두 주 포지션은 외야수다. KBO 1군 엔트리에도 내야수가 아닌 외야수로 분류된다. 허삼영 감독은 얇은 선수층을 극복하기 위해 멀티 포지션을 강조한다. 거꾸로 말하면 주 포지션에 투입되는 선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팀 내 1루수는 부족한데 2루수와 유격수 자원은 넘쳐나는 불균형이 심각하다.
그나마 살라디노를 대신해 영입한 대체 외국인 타자 다니엘 팔카가 외야와 1루를 모두 맡을 수 있다. 지난 5일 입국 후 2주 자가격리 중인 팔카는 빨라야 23일 대구 롯데전에야 1군 등록이 가능하다. 2군에서 타격감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면 25일 대구 LG전에서 첫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간 삼성은 전문 1루수 없이 또 버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