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현역 복귀한 유튜버' 조원희, 초조한 입단테스트 과정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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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수원] 허인회 기자= 조원희(수원FC)가 1년 8개월 만에 현역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초조한 마음으로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1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가 조원희 복귀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수원 유니폼을 입은 조원희는 1일 '하나원큐 K리그2 2020' 12라운드 안산그리너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1년 8개월 만의 현역 복귀다. 현재 37세다.

수원은 주전 라이트백 최종환이 부상을 당해 이지훈 한 명 남은 상황이었다. 마침 조원희가 현역 복귀 꿈을 가지고 있었고 김도균 감독의 설득으로 입단테스트를 보게 됐다. 울산대학교를 상대로 70분가량 경기를 소화한 조원희는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몸은 준비됐지만 쉰 기간이 길었던 만큼 경기 감각이 아쉬웠다. 기다림 끝에 수원 유니폼을 입은 조원희는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땀을 흘리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

- 현역 복귀 후 1경기 뛰어 본 소감은
1년 8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는 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웠다. 우선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주신 수원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현역으로 복귀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 한편으론 부담이 컸는데 빨리 떨쳐내고 더 좋은 경기력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

- 쉬는 기간이 길었는데 불안하진 않았나
의지가 넘치는 성격으로 불안감을 극복하려고 했다. 불안보다 열정이 더 컸다. 자신감과 의지가 넘쳤다. 은퇴하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보여주고 싶은 게 더 있었다. 은퇴 과정도 아쉬웠다. 당시 재계약 과정이 힘들었다. 구단(수원삼성)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결국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은퇴 시기를 생각보다 빨리 잡았다. 그동안 잔디 냄새가 참 그리웠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었는데 열정과 의지, 자신감을 극대화시켜서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

-수원 입단 과정이 궁금하다
현역으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김도균 감독님께서 먼저 연락 주셔서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께선 내 의지를 확인하시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 우선 몸 상태를 체크해보자는 말을 하셨다. 연습경기를 통해 즉시전력감이 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 감독님께선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셨겠지만 어느 정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울산대학교와 연습경기에서 70분 정도 소화했다.
경기 이후 바로 답을 얻진 못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구단이 2~3일 정도 기다리라는 말을 했다. 선수등록 마감 기한 일주일 전에 경기를 했기 때문에 시간도 촉박했다. 초조하게 통보를 기다렸고 끝내 합격 연락을 받았다. 등록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메디컬테스트, 코로나19 검사를 거쳐 팀 훈련에 합류했다. 감사하게도 수원 유니폼을 입고 현역으로 복귀하게 됐다.

-현역 복귀할 때 가족들 반응은
아내가 가장 걱정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합격 통보를 받고 나서도 걱정했다. 은퇴 후에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첫째 아들이 아빠와 시간 보내는 걸 좋아했다. 다시 선수로 돌아가면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섭섭해 했다. 근데 내가 위건애슬래틱으로 복귀하는 줄 알더라. 가족들과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이젠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지금은 아내도 응원해준다.

-수원이 1위를 달리고 있는데
1위인 이유가 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간의 관계가 좋다.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경기장에서 같이 뛰고 대화를 나눠봤을 때 같은 선수로서 인정을 하게 된다. 실력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다. 베스트일레븐뿐만 아니라 후보 선수들도 능력이 좋다. 그 어느 팀보다 각 포지션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리그 1위팀에서 뛰는 부담감은 없나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모든 걸 쏟아 붓고 싶다. 그리고 선수들과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소통하고 싶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모든 선수들과 함께 팀에 녹아들고 하나가 되어 승격을 이루고 싶다. 2부리그 1위라는 부담감도 있지만 즐기고 싶다.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1경기 치렀는데 선수들이 나를 도와주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차박'을 강조하는데 차범근, 박지성이 해준 이야기가 있나
차범근 감독님께선 남들이 하지 못했던 도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랑스럽다고 응원해주셨다. 사실 서정원 감독님 아니었으면 나도 이 자리에 없었다. 선수 생활을 그리워할 때 서정원 감독님이 가장 먼저 도전하라고 해주셨다. 재능이 있으니 꿈을 놓지 말라고 자신감도 주셨다. 은퇴 이후 서정원 감독님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힘도 많이 받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현실이 된 게 꿈만 같다. 첫 경기 전 감독님께서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기본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는데 템포를 잘 따라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서정원 감독님은 내 현역복귀의 일등공신이다.
박지성, 이영표 두 선배들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남들이 하지 못한 것을 이뤘지만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하셨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자극받아야 할 것 같다. 두 선배 모두 긍정적으로 봐주셨다. 굉장히 든든하다.

-복귀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
개인적인 시간이 많다 보니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축구선수로 복귀하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여겼다. 감각적인 건 선수들과 어우러지면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유튜브에선 '수비 기계'같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유튜브는 즐거움, 감동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단순한 일 대 일 대결과 달리 실제 경기장은 훨씬 넓다. 일 대 일 수비에 대해 기대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상대의 전력과 전술을 대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체력적인 문제는 없나
GPS를 착용하고 선수들과 동등하게 훈련을 받고 있다. 누구보다 많이 뛰려고 한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아직까지 큰 문제 없다. 경기장 안에서도 누구보다 많이 뛰기 위해 노력한다. 20대 선수들만큼 할 수 있을 진 모르지만 항상 노력하고 있다.

-주변에 유명인이 많은데 K리그 활성화를 위해 도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박지성 선배는 수원 출신이고 지역에 대한 애착도 크다.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와서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이영표 선배는 내가 수원에 입단할 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 일부러 더 꼼꼼히 경기를 지켜봐 주신다. 바쁘시겠지만 K리그 팬들을 위해 경기장을 찾아 주시면 선수들까지 힘이 날 거다.

-K리그 통산 300경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현재 293경기)
기회가 되면 올시즌 안에 이루고 싶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팀 승격이다. 300경기 달성 욕심이 아주 크진 않다. 올시즌 리그 13경기 남았다. 그 안에 원하는 승점을 모두 획득하고 1부리그로 승격하는 게 먼저다. 그 다음에 기록을 생각하겠다.

-현역 복귀하고 생활 패턴이 달라졌나
선수들 마다 몇 시에 자고, 무엇을 먹고, 언제 화장실 갈지 루틴이 정해져 있다. 쓰는 근육이 달라지기 때문에 마그네슘, 크레아틴, 프로틴, 글루타민도 다 섭취해야 된다. 비타민 같은 영양제도 기본으로 챙겨야 한다. 선수를 그만뒀을 땐 육류를 자제했는데 최근 다시 육류를 많이 먹고 있다.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야 잘 뛰는 성향이기 때문에 밥도 많이 먹는다. 공복에 먹어야 할 영양제도 있다. 일어나자마자 영양제 먼저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오른쪽 종아리와 아킬레스건 피로를 줄이기 위해 운전도 최대한 피하고 있다. 나보다 관리를 더 잘 하는 선수도 많다. 이런 것들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하다.

-선수들과 호칭은 어떻게 하나
플레잉코치로 왔지만 선수들은 형이라고 부른다. 감독, 코치 자리는 조금 무겁다. 나는 선수들과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고 밥도 같이 먹는다. 어린 후배들이 요새 날 보면 왜 이렇게 웃는지 모르겠다. 은퇴 전에는 강해보이고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를 잘 모를 땐 그렇게 보이나 보다. 지나가다 마주치면 웃는 후배가 많다. 내 진짜 모습을 알아봐 주는 것 같아 즐겁다.

-유튜브 '이거해조 원희형'을 운영 중인데 전략이 바뀌나
기대해 주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지금은 수원 소속이기 때문에 구단 허락 하에 모든 영상이 나갈 수 있다. 구단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 콘텐츠는 수원에 숨은 진주 같은 선수들과 함께 영상을 찍는 것이다. 일 대 일 콘텐츠가 인기가 많기 때문에 쉬는 날 일정을 잡고 찍으려 한다. 구단도 배려해줬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은퇴를 준비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난 화려하거나 축구를 엄청 잘 했던 선수가 아니었다. 팀을 위해 노력하고 녹아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선수였다.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남고 싶다. 열정 하나 만큼은 그 누구보다 대단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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