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대신 속구…RYU는 ‘카멜레온 괴물’
류현진(33·토론토)은 12일 살렌 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선두타자 조나단 비야를 상대로 초구 투심으로 파울을 만들어낸 뒤 2구째 스트라이크 존 위쪽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꽂아 넣었다. 89.2마일(약 144㎞)짜리 공에 비야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6구째 90.4마일(약 145㎞)짜리 공이 파울이 됐고, 7구째 류현진은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을 통과하는 커브(72.2마일·116㎞)로 삼진을 잡아냈다.
이날 토론토 경기를 해설한 토론토 스포츠넷의 벅 마르티네스는 “첫 타자 비야를 커브로 삼진 처리했다. 류현진이 그 장면에서 속구에 대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이 패스트볼이 비야의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한복판 커브에 반응이 늦은 채 헛스윙 삼진이 나왔다. 류현진이 그 장면에서 속구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류현진은 지난 6일 애틀랜타전에서는 체인지업 비중을 크게 높이며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전체 투구 84개 중 38%인 32개를 체인지업으로 던졌다. 우타자 바깥쪽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며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이날 마이애미전에서는 전략을 수정했다. 초반부터 속구가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으면서 속구 비중을 높였다. 체인지업은 보여주는 공이었고, 속구와 커터가 승부구로 쓰였다. 2회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살짝 몰리면서 홈런을 허용한 뒤에는 체인지업을 더욱 신중하게 구사했다. 대신 속구 비중을 더 늘렸다. 홈런 허용 뒤 루이스 브린슨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할 때는 공 3개가 모두 속구였다. 마르티네스는 이 삼진 장면 때 “오늘 가장 좋은 패스트볼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3회 선두타자 몬테 해리슨 역시 7구 승부 끝에 91.8마일짜리 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노렸을 마이애미 타자들에게 거꾸로 힘있는 속구 승부를 하면서 상대를 혼란에 빠뜨렸다. 스트라이크 높은 곳을 향하는 류현진의 ‘하이 패스트볼’에 마이애미 타자들이 꼼짝도 하지 못했다. 여기에 낮은 쪽에서 빠르게 꺾이는 커터가 섞이면서 마이애미 타선을 묶었다.
이날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21개(23%)로 줄이는 대신 지난 등판 18개였던 포심 패스트볼을 34개나 던졌다. 최고 구속도 0.4마일 정도 더 늘어나면서 이날 91.9마일(148㎞)을 기록했다. 지난 등판 뒤 “속구 구속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류현진은 이를 다음 등판에서 곧장 증명했다.
류현진의 장점은 다양한 구종을 완벽하게 던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마르티네스 역시 이날 경기 속구 비중을 늘린 류현진에 대해 “경기마다 다른 패턴의 투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류현진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무서운 투수인 이유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모르는 ‘카멜레온 괴물’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