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퍼스타에 푹 빠졌다…아이돌 콘서트 방불케한 농구장
[BO]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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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 10:37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의 가드 렌즈 아반도(26·필리핀)가 고향 팬 앞에서 코트를 누빈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관장은 지난 10일 필리핀 세부의 라푸라푸 훕스돔에서 열린 2024 동아시아수퍼리그(EASL) 3-4위 결정전에서 78-76으로 이겼다. 지난해 대회 초대 챔피언 정관장은 대회 2연패는 실패했지만, 3위(상금 약 3억3000만원)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에서 자국의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아반도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정관장 선수단이 경기장에 도착하는 순간 미리 진을 치고 있던 수백여 명의 팬들이 아반도를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아반도가 공을 잡으면 관중석은 열광했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다. 반면 SK 선수가 아반도에게 반칙을 범하면 야유가 쏟아졌다. 선수단 호텔에서도 아반도를 보기 무작정 기다리는 팬이 있었다.
그는 다행이 타고난 것도 있었다. 폭발적인 탄력을 이용한 점프였다. 체공 시간이 워낙 길어 주변에선 '하늘을 나는 것 같다'는 칭찬을 받았다. 덕분에 그는 중학교 때까지 농구와 함께 배구와 육상 단거리 선수를 병행했다. 아반도는 "15세 때부터 덩크슛을 하게 됐다. 키는 1m75㎝에 불과했지만, 점프력이 워낙 좋았다"고 설명했다.
타고난 신체 능력에 노력을 더했다. 그는 팀 훈련이 끝난 뒤엔 길거리에서 3대3 농구를 하며 현란한 개인기를 연마했다. 특급 유망주로 성장한 아반도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여러 후원사의 지원 속에 필리핀 대학 농구의 특급 스타로 성장했다. 2022년엔 필리핀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아반도는 "나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밑바닥부터 최정상인 국가대표까지 됐다. 나와 비슷한 상황인 많은 필리핀 국민이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반도는 대학 졸업을 앞둔 2022년 여름 아시아권 프로팀에게 영입 제안을 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2022~23시즌 KBL에 데뷔했다. 아반도는 "활달한 성격이 아니라서 해외에서 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수준 높은 선수들과 부딪혀 보고 싶은 승부욕에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 '더킹' 등 한국 드라마와 블랙핑크의 노래를 들으며 한국행을 준비했다"며 웃었다.
블록슛 부문에선 당당히 4위(경기당 0.9개)를 차지했다. 1~3위는 모두 2m급 빅맨이었다. 아반도는 "큰 키가 아니라서 영리한 농구를 하려고 노력한다. 덩크든 블록슛이든 탄력보단 타이밍이 중요하다. 프로 무대 목표였던 챔피언 반지를 낀 나는 행운아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 시즌은 지난해와 달랐다. 주축 멤버가 떠난 정관장은 정규시즌 9위에 머물러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기사제공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