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에 1505억 안길 땐 '역시' 그런데 심상치 않은 '폭망' 분위기...'악마'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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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정후는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미국 메이저리그는 30개 모든 팀들이 스프링캠프를 차렸고, 이제 시범경기에 들어간다. 시즌 개막이 코앞이다.

모두가 야구로 행복할 때, 웃지 못하는 몇몇이 있다. 바로 '악마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새 팀을 찾지 못한 그의 고객 선수들이다.

한창 동료들과 운동을 하고 있어야 할 때, 자신이 어떤 조건으로 어느 팀에서 뛸 지를 알 수 없는 선수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느낌이다.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보라스는 전 세계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에이전트다. 얼마나 돈을 잘 받아내는지 별명이 '악마'다. KBO리그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에이전트의 별명도 자연스럽게 '한국의 보라스'가 된다.

류현진 포함,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둔 선수들은 엄청나게 설렜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프시즌이 시작된 후 얼마 되지 않아, 보라스의 고객이었던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약 1505억원)라는 엄청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는 최고의 선수였지만, 메이저리그 무대 경험은 없었다. 거포도 아니다. 성공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동양인 선수가 1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했으니,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버페이' 얘기도 나왔지만, 어찌됐든 구단이 원해서 선수에게 그런 높은 임금을 안겼다.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문제 등으로 선수들이 기피하는 구단이 됐다. 이정후에게 분명 운도 따랐다.


그 때만 해도 "역시 보라스"라는 말이 나왔다. 사실 국내에서도 이정후의 몸값이 5000만달러에서 1억달러 사이여도 높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보라스는 1억달러를 시작점으로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정후가 시작이자 끝이었다. 최근 빅리그 구단들이 점점 보라스의 협상 방식에 분노를 느끼며, 그가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과의 계약을 꺼리고 있다. 지나치게 고자세로,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받아내려는 그의 '벼랑끝' 협상 전술에 이제 구단들도 암묵적 집단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카고 컵스 톰 리케츠 구단주는 "나는 이제 보라스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선수 영입 문제는 구단주가 아닌 단장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런 코멘트를 했다는 자체가 보라스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미국 언론들도 보라스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사면초가다.


류현진도 보라스와 오래 동행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류현진에게 단년 계약, 옵션이 포함된 오퍼를 주로 던졌다. 하지만 보라스가 버텼고, 결국 류현진도 항복을 선언하고 한화 이글스 복귀를 선택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 대어급 선수들이 팀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코디 벨린저, 블레이크 스넬, J.D.마르티네즈, 맷 채프먼, 조던 몽고메리가 비운의 선수들이다.

뛰어난 선수들이기에 아예 '백수'가 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보라스가 원하는 계약 조건으로 도장을 찍을 확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벨린저가 원소속팀 시카고 컵스와 3년 8000만달러의 초라한(?) 금액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시즌 개막에 임박해서, 그리고 개막 후 계약은 선수에게 분명 좋을 게 없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니, 이정후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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