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과 충돌→"제가 쳐다봤어요?" 그래도 존댓말 품격 왜? 이제는 말할수 있다 [
[스타뉴스 |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승부에 더욱 집중하다 보면 때로는 신경이 예민해질 수도 있다. 심판 판정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면 때로는 선수와 심판이 서로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평소 '순둥이'의 모습을 갖고 있는 박해민(34)도 그런 적이 있었다. 지난해 5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LG전. 박해민이 연장 12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다. 초구 스트라이크 판정에 한동안 타석을 벗어나며 아쉬움을 표현한 박해민. 이어 2구째를 공략해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난 뒤 헬멧을 던지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후속 홍창기가 안타로 출루한 뒤 문성주가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된 가운데, 주심이었던 권영철 심판위원이 더그아웃에 있는 박해민을 향해 다가갔다. 이 과정에서 권영철 심판은 "너만 힘드냐. 나도 고생해 지금"이라고 했고, 이에 박해민은 "제가 언제 고생 안 한다고 했어요? 왜 그러시는 건데요. 제가 쳐다봤어요?"라며 맞대응했다. 다행히 심판진과 LG 코칭스태프 및 동료들이 말리면서 더 큰 충돌로는 번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팬들이 주목한 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박해민이 그 와중에서도 심판을 향해 끝까지 꼬박꼬박 존댓말을 썼다는 점이었다. 팬들은 이를 두고 '그의 인성에서 품격이 느껴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한창인 가운데, 현장에서 만난 박해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근데 어느 선수였어도 존댓말을 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사실 저도 뭐 그렇게 했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저희 선수들도 심판들을 존중하고, 그리고 야구계 선배로 계셨던 분들이다. 그렇기에 저뿐만 아니라 어느 선수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어쨌든 선수와 심판 간에 그런 모습이 나오면 안 된다. 그래도 서로 존중하는 그런 게 있었기에 그런 모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제가 뭐 존댓말을 의식해서 사용한 건 아니다. 그런 장면이 다시는 절대로 나오면 안 되겠지만, 어떤 선수라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다 존댓말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감정을 서로 감정이 오고가는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존댓말을 썼던 것이다.
이제 어쩌면 선수와 심판이 스트라이크·볼 판정으로 충돌하는 모습은 사라질 수도 있다. 올해 KBO 리그에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전격 도입되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관계로 체험할 수 없는 상황.
박해민은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배포한 자료를 봤는데, 심판분들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정확도가 90% 이상이더라. 저는 사람이 90% 이상을 정확히 판정하는 건 정말 잘 보는 거라 생각한다"면서 "다만 ABS 도입이 결정된 이후, 선수들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사실 캠프에서 적응을 시작해도 될까 말까인데, 10년 이상 야구를 해온 선수들에게 있어서 스트라이크 존을 한 번에 바꾼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심판분들과 언쟁은 피할 수 있겠지만, 경험도 많이 해보지 못한 채 실전에 들어가는 게 저는 좀 아쉬운 것 같다"는 소신도 내놓았다.
기사제공 스타뉴스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