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많은 힘이 됐죠"…'눈물'의 이별했던 안권수와 만남, 롯데 외야 삼형제가 뭉친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일본 오키나와에서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의 외야를 든든하게 지켰던 '3인방'이 뭉친다. 어쩌면 '퍼펙트게임' 사사키 로키(치바롯데 마린스)와의 맞대결보다 더 반가운 인물과의 만남이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직전 스토브리그에서 17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분명 뼈아팠다. 하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롯데는 윤동희, 김민석이라는 향후 롯데의 외야를 맡길 두 명의 유망주들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윤동희는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후 지난해 재능을 만개했다. 데뷔 첫 시즌에는 1군 출전이 4경기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107경기에 출전해 111안타 2홈런 타율 0.287 OPS 0.687의 성적을 남겼다. 윤동희는 정규시즌의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을 비롯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발탁,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다.
특히 윤동희는 시즌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주전이 확정됐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위해 미국 괌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윤동희를 주전을 못 박았다. 이후에도 사령탑은 "윤동희는 정말 다르다. 루틴이 딱 정립이 돼 있다. 그라운드에 나오면 루틴이 다 보일 정도다.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너무 진지하다. 그래서 뭐라고 할 게 없을 것 같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할 것 같다"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더라. 그래서 주전 우익수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정도로 믿음이 간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민석 또한 훌륭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2023년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은 김민석은 롯데 유니폼을 입기도 전부터 호주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경험을 쌓기 시작, 곧바로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난해 129경기에 출전해 102안타 3홈런 타율 0.255 OPS 0.652의 성적을 남겼다. 2021년 겨울부터 쉴 틈이 없는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면, 분명 훌륭한 수치였다.
특히 김민석은 고교 시절까지 내야수로 뛰었는데,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후 본격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하지만 실책은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좋았다. 사령탑은 "(김)민석이는 현재 프로야구 센터를 기준으로 평가를 하면 안 된다. 내가 두산에 있던 시절 최고의 센터(정수빈)과 함께하지 않았나"라고 웃으면서도 "내야를 봤던 신인이 외야에서 중견수로 저정도로 활약했으면 정말 잘한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새롭게 부임한 김태형 감독이 극찬을 쏟아낼 정도로 기대감을 품게 만든 윤동희와 김민석이 지난해 1군 무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권수'라는 존재가 있었다. 안권수는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은 뒤 3시즌 동안 활약, 2023시즌부터 롯데에 입단해 95경기에 출전해 72안타 2홈런 타율 0.269 OPS 0.662의 성적을 남겼다.
'재일교포' 출신이었던 만큼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던 탓에 지난시즌을 끝으로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윤동희와 김민석에게 안권수는 '친형'과도 같은 존재였다. 부산에 연고가 없는 셋은 사직구장 근처의 숙소에서 함께 지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함께 밥도 먹고, 서로 피드백도 주고받고, 특히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유망주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유독 가깝게 지냈다.
김민석은 "부모님 없이 부산으로 왔는데, (윤)동희 형이 부모님 역할을 해줬다. 그리고 (안)권수 선배님과도 쉴 때 재밌게 지루하지 않게 보냈다"고 말했고, 윤동희 또한 "(안)권수 형과 (김)민석이랑 같이 지내면서 경기 끝나고 거실에서 야구 얘기를 참 많이 했다. 권수 형에게 배우는 것이 많았다. 특히 권수 형에게 들은 것을 바탕으로 민석이와 야구장에서 실행도 많이 해봤다. 쉬는 날에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에서 서로 많이 힘이 됐었다"고 안권수와 추억을 떠올렸다.
특히 윤동희는 "인터뷰 때마다 말을 했지만, 작년에 수비에서 70%는 (안)권수 형한테 배웠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내게는 선생님과 같았다. 숙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리뷰를 하는데, 수비에서 실수가 발생할 때면 '그럴 땐 이렇게 하면 더 좋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이를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하다 보니 내가 조금 더 나아져 있더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1년의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안권수와 나눈 추억이 매우 소중하게 머릿속에 남은 듯했다. 그런 이들이 곧 안권수와 재회하게 됐다. 롯데는 미국 괌에서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친 뒤 21일 2차 캠프가 진행되는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했다. 안권수의 거주지는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현이지만, 윤동희와 김민석 등 동생들과 전 동료들을 보기 위해 오키나와를 방문하기로 한 것.
이들은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기 전날에도 영상통화를 할 정도로 서로를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어쩌면 25일 치바롯데 마린스와 교류전에서 맞붙을 최고 165km의 강속구를 던지는 '괴물' 사사키 로키와 맞대결보다 안권수와의 만남을 더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민석은 "(안)권수 형과는 하루에 한 번은 영상통화를 하는 것 같다. 3월에 이틀 정도 오키나와를 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윤)동희, (한)동희 형과 식사를 할 것 같다"며 "권수 형이 '포지션은 어디를 보느냐', '잘하고 있느냐' 등 질문을 많이 하더라. 일본에서는 이제 야구는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한다고 근황도 알려주시더라. 지난해 (양준혁) 자선 야구대회가 마지막 만남이었다"고 재회를 고대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윤동희와 김민석, 그리고 안권수. 오랜만에 롯데 외야수 3인방이 뭉친다.
기사제공 마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