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의 절망, 이범호의 한숨… 우승후보 KIA 구상 다 깨졌다, 대처에 시즌 성적 달렸다
[BO]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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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10:14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IA는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를 앞두고 한 선수의 검진 소식에 한숨을 돌렸다. 17일 광주에서 열린 kt와 시범경기에서 2루타를 친 뒤 2루를 밟다 오른쪽 발목 쪽을 삐끗한 새 주전 1루수 이우성이 큰 문제는 없다는 검진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 전 "괜찮다. 검진한 것에서 별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2~3일만 관리하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크게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트레이닝파트의 말로는 개막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경기에 출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경기가 안 된다고 하면, 며칠 더 걸리겠다고 하면 엔트리에 넣었다가 빼는 것보다는 하루 이틀 더 기다렸다가 엔트리에 넣는 게 낫다고 본다"고 구상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부상 방지에 더 철저한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유가 있었다. KIA는 지난해 주축 야수들의 부상 탓에 시즌을 망쳤다. 개막도 하기 전에 팀의 간판타자이자 핵심인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고, 개막 시리즈에서는 김도영이 3루를 밟다 발을 다쳐 역시 장기간 빠졌다. 시즌 막판에는 나성범 박찬호 최형우가 모두 경기 중 다치며 시즌 막판 원동력을 잃은 끝에 결국 포스트시즌에 못 나갔다. 이 감독은 지난해 타격 코치로 이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경기에 집중해 부상 변수를 같이 줄여나가자는 게 이 감독의 당부였다.
이 감독은 이우성 상황에 대해 "본인 부주의라고 생각한다. 선수가 줄여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부상을 안 당하게 본인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보면서 "한 번 더 선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줄여달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 감독이 선수들에게 제대로 말을 하기도 전에, 대형 악재가 구단을 강타했다. 나성범(35)이 다시 쓰러졌다.
KIA는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가 막판으로 흘러가던 시점, 하나의 충격적인 공지를 내놨다. 나성범이 병원 진단을 받았고, 진단 결과 햄스트링 근육이 부분 손상됐다는 것이었다. KIA 구단은 "나성범 선수는 오늘 전남대 병원에서 우측 허벅지 MRI 검진을 실시했으며, 햄스트링 부분손상 진단을 받았다. 2주 후 재검진 예정이며, 복귀 시점은 재검진 후 판단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기 전까지 나성범이 병원 검진을 받는다는 공지는 없었다. KIA의 따르면 나성범은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시범경기 3회 도중 2루에서 3루로 가는 주루 플레이를 하다 우측 허벅지에 통증을 느꼈다. 결국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교체됐다. 이우성의 부상보다 오히려 더 먼저 나성범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상태가 심상치 않자 나성범은 18일 오후 병원을 찾아 MRI 촬영을 했고, 그 결과 좋지 않은 소식을 받아들였다.
최소 2주는 결장이다. 3월 23일 시작되는 2024년 개막전 출전은 불가능해졌다. 일단 3월 말까지는 회복에 주력하며 상황을 지켜볼 전망이다. 그리고 2주 후 재검진을 해야 정확한 결장 기간과 재활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금방 복귀할 수 있다는 소견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소견이 나오면 KIA는 큰 타격을 받는다. 그만한 비중이 있는 선수다. 올해 우승권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는 KIA가 시즌 시작부터 큰 악재 속에 시작하는 것이다. 원래 좋은 타선이지만 나성범이 있고 없고는 그 무게감이 분명 다르다.
◆ 부상만 없으면 된다고 했는데… 2년 연속 개막 불발, 얼마나 결장하나
나성범으로서는 절망스러운 일이다. 그간 KBO리그를 대표하는 철인으로 활약했던 나성범이다. 144경기 전 경기 출전 기록이 다섯 시즌이나 있다. KIA가 그에게 6년간 총액 150억 원을 투자했던 것은 쉽게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력과도 연관이 있다. 실제 나성범은 이적 첫 해인 2022년 144경기에 모두 나가며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두 차례의 큰 부상이 있어 시즌을 망쳤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2024년도 시작부터 절망스러운 상황을 마주했다.
나성범은 지난해 개막도 함께하지 못했다. 부상 때문이다. 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나성범은 종아리 부상으로 8주 이상 재활에 매달렸다. 당초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여겼는데 검진을 거듭할수록 재활 기간이 늘어났다. 그간 종아리 쪽에 그렇게 큰 부상이 없었던 선수이기에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당황했다. 그 결과 시즌 첫 경기는 4월도, 5월도 아닌 6월 23일에야 이뤄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성범이 이렇게 부상 악령에 발목에 잡힐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재활을 잘했고, 재활 기간 중 오히려 몸을 더 만들며 복귀를 별렀다. 그리고 복귀 후 성적도 아주 좋았다. 나성범은 복귀 후 58경기에서 타율 0.365, 18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8이라는 호성적으로 KIA 타선을 이끌었다. 나성범과 김도영이 모두 부상을 털고 돌아온 KIA 타선은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선보였다. 시즌 초반 고전하던 KIA가 치고 나간 시점과 일치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시즌 막판 나성범이 주루 플레이 도중 우측 햄스트링을 다치며 모든 게 급변하기 시작했다. 나성범은 지난해 9월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3-4로 뒤진 8회 3루로 뛰다 햄스트링을 다쳤다. 재활에만 10주에서 12주가 걸린다는 소견을 받았다. 상당한 손상이었다. 결국 나성범은 그대로 시즌을 마쳤고, KIA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 부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햄스트링은 한 번 다치면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나성범도, 구단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고, 정상적인 몸 상태에서 시즌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쳤다. 주루 플레이 과정에서 급격한 기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성범이나 야구 선수들이 평생하는 비교적 평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건강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나성범의 경력에도 흠집이 났다. 2년 연속 다친 우측 햄스트링은 이제 앞으로 나성범에게 성가신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이번에 복귀하더라도 계속해서 재발에 신경을 써야 하고 보강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과오를 씻겠다는 각오 속에 시즌을 준비한 나성범으로서는 시즌 개막 전에 찾아온 이번 부상이 영 찜찜할 수밖에 없다.
◆ 어그러진 이범호 구상, 나성범 빠진 타선 구상 어떻게?
이범호 KIA 신임 감독의 구상도 시즌 시작부터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오랜 기간 팀의 타격 코치를 하다 이번에 감독이 된 이 감독은 지난해와는 조금 다른 타순을 구상하고 있었다. 박찬호 최원준 김도영이라는 기동력 좋은 선수들을 1~3번에 배치해 팀 공격력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을 꾸준하게 실험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을 홈으로 불러들일 적임자로 나성범을 뽑았다. 주로 3번을 쳤던 나성범을 4번에 둬 해결사 몫을 맡긴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성범이 이제 없다. 지난해 성적에서 보듯이, 나성범의 몫을 오롯이 대신할 수 있는 선수는 팀에 존재하지 않고 리그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최형우나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4번에 넣어 일단 타순 전체의 골격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반적인 타순이나 개막 엔트리 등에서 고민할 게 많아졌다. 게다가 올해 팀의 키플레이어인 최원준도 시범경기 성적과 타격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전체적인 틀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주로 1루수로 쓸 가능성이 높았던 이우성을 다시 외야로 보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고, 이 감독의 구상에 따라 기사회생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이우성이 그대로 1루를 지킨다면 외야 쪽에 자리가 하나 더 생긴다. KIA는 이우성이 외야를 겸업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외야 엔트리를 6명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성범 소크라테스 최원준 최형우는 확정이고, 남은 두 자리를 놓고 공격력이 좋은 고종욱, 전반적으로 고른 기량을 자랑하는 이창진, 수비력이 뛰어난 김호령, 빠른 발과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박정우, 한 방이 있는 거포 자원인 김석환 등이 다투고 있었다. 다만 나성범이 빠짐에 따라 한 자리 더 여유가 생겼다. 어떻게 조합을 할지가 관심이다.
만약 이우성을 외야로 다시 보낸다면 이번에는 1루 쪽에 자리가 생긴다. 황대인 변우혁 등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올해 2군 캠프에서 시작했으나 시범경기 들어 세 개의 홈런을 때린 황대인이 현시점에서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로 분류된다.
KIA는 지난해 나성범의 결장 기간 중 남은 선수들이 그 공백을 비교적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나성범이 있을 때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개막 이후 6월 22일까지 팀 타율은 0.260으로 이 기간 리그 평균을 살짝 웃돌았다. 이우성의 좋은 활약이 있었다. 올해는 팀의 전체적인 목표치가 높아진 만큼 그 이상을 해내야 한다. 나성범이 얼마나 결장할지에 촉각이 곤두선 가운데,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올해 KIA의 성적이 달려 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