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은 가능하다"...류현진이 MLB 사이영상을 받아야 하는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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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 2위에 머물었던 류현진은 이번에도 1위를 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함께 후보에 오른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성적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비버는 2020시즌 12경기에 나서 8승1패로 다승 부문 1위에 올랐다. 또 평균자책점(ERA)은 1.63으로, 이 부문 역시 1위다. 탈삼진 부문에서도 77.1이닝에서 122개를 기록했다. 역시 1위다.

다승, ERA, 탈삼진 등 투수 평가 지표만 보면, 사이영상은 ‘따논 당상’이다.

류현진은 12경기에서 5승 2패와 2.69의 ERA를 기록했다. 삼진은 67이닝 동안 72개를 잡았다.

‘비교 불가’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비버와 류현진이 상대했던 팀 수준이 다르다.

2020시즌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장거리 여행이 불가능해져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소속 지구팀들끼리 대결했다. 서부지구 10개 팀, 중부지구 10개 팀, 동부지구 10개 팀으로 나뉘었다.

종전에는 서부지구에 있더라도 중부지구, 동부지구 팀들과 경기를 했으나 2020시즌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 3대 지구에서 가장 강한 지구는 동부다. 중부지구가 가장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중부지구 소속이다.

중부지구가 약하다는 사실은 팀 타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30개 구단 중 상위 10개 팀 중 무려 9개 팀이 동부(6개)와 서부(3개)에 속해 있다.

하위 10개 팀 중 6개 팀은 중부지구에 속해 있다.

비버는 약한 팀들을 상대한 것이다.

류현진은 강한 팀들을 상대했다. 토론토 수비가 허약한 데다 포수와의 호흡이 맞지 않아 시즌 내내 고생했다.

비버가 동부지구와 서부지구 팀들과 상대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비버는 동부지구 뉴욕 양키스와의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4.2이닝 동안 2개 홈런을 포함해 9개의 안타를 맞고 7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재미있는 것은, 2020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에 오른 3명 중 비버와 마에다 켄타(미네소타 트윈스)가 중부지구 소속이고 류현진은 동부지구 소속인데, 내셔널리그 역시 사이영상 후보에 오른 3명의 선수 중 2명(시카고, 신시내티)이 중부지구 소속이고 1명(뉴욕 메츠)은 동부지구 소속이라는 점이다.

둘째, 비버가 2020시즌 상대한 중부지구 팀은 불과 7개다.

류현진은 동부지구에 소속된 모든 팀을 상대했다.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가능한 많은 팀들과 경기를 해야 한다.

셋째, 환경이 류현진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비버는 클리블랜드 홈구장에서 던질 수 있었다.

류현진은 홈이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홈구장이 있는 토론토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류현진은 모든 경기가 원정경기였다.

투수는 보통 홈에서 강하고, 원정경기에서는 고전한다. 특히 류현진은 LA 다저스 시절, 홈에서 극강이었다.

리그도 달랐다.

줄곧 내셔널리그에 있다가 아메리칸리그에서 던져야 했던 류현진으로서는 리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비버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넷째, 팀에 대한 공헌도다.

이는 보통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로 평가한다.

류현진의 WAR은 3.0이다. 비버는 3.3이다. 비버가 조금 낫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류현진은 사실상 혼자서 마운드를 지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류현진은 공격의 도움도 받지 못했고, 수비진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책과 포수와의 호흡이 원활하지 않았음에도 선발투수의 역할을 해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또 류현진은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에이스로서 이를 끊어주는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결론적으로, 류현진은 숫자상의 지표로는 비버를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사이영상 수상자는 겉으로 나타난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류현진이 영화 ‘기생충’이 대역전극을 펼치며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듯, 비버를 누르고 대망의 사이영상을 수상할지 주목된다. 


사이영상 수상자는 12일(한국시간)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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