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로움 향한 도전' 日 무대 앞둔 윤봉우 "모든 걸 쏟아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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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저는 잃을 게 없어요. 모든 걸 쏟아붓는다면, 뒤에 더 좋은 기회가 생기리라 생각해요."
 
2003년 현대캐피탈 전신인 현대자동차에 입단해 2019~2020시즌까지 국내 무대를 누빈 윤봉우(38)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윤봉우가 일본 V.리그 디비전1 소속 울프 독스 나고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8월 7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적이 공식 발표됐다. V-리그에서 뛰던 한국 남자 선수가 일본 리그에 진출하는 건 윤봉우가 최초이다.
 
우리카드에서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던 윤봉우는 개인 훈련을 통해 나고야 합류에 앞서 몸 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10일 윤봉우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나고야로 이적하기까지 과정과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로운 무대에 나서는 마음가짐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윤봉우는 “지난주까지는 한양대에서 주로 훈련했다. 지금은 한양대가 대회를 앞두고 있어 현대캐피탈에서 주로 훈련 중이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볼 운동도 할 수 있고 감독님, 코치님이 훈련도 도와주신다. 치료도 한 번에 받을 수 있다”라고 근황을 밝혔다.
 
윤봉우는 이런 준비 과정에서부터 많은 걸 느끼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루틴으로 몸을 만들고 훈련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최초로 일본 무대에 도전한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면 지금 시기에 KOVO컵을 준비하고 다 같이 훈련한다. 하지만 나는 한 달 조금 넘게 개인 운동 중이다. 이런 부분은 적응이 안 된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은 보통 개인 운동을 몇 개월씩 하고 합류하는데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런 경험이 없다. 몸 상태를 어느 정도로 만들고 가야 하는지도 고민이었다. 그래도 나고야 감독, 코치와 꾸준히 연락하며 조절 중이다.”
 
윤봉우는 감독과 1대1로 연락하며 훈련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역시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도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생소하다. 신선한 부분이다”라며 “정신적인 면도 강조하신다. 몸 관리, 정신적인 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시고 어떤 배구를 하고 싶은지 배구관도 물어보신다. 나이는 어리지만 많이 깨어있는 분이라고 느껴졌고 아직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가면 재밌을 것 같다”라고 나고야 토미 틸리카이넨과 연락하며 받은 느낌도 설명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에 대해 느낀 바와 영상으로 본 나고야 훈련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윤봉우는 “팀 훈련 비디오나 영상을 보내달라고 한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훈련한다. 감독님도 재미를 유도하면서 훈련을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패턴을 빠르게 펼치면서 반복훈련으로 소화한다. 이런 점은 가서 빨리 적응해야겠다고 느꼈다. 여러 상황에서 변수를 많이 고려한다. 일본 선수들이 개인 기술이 좋아서인지 그런 플레이에서 볼 처리도 된다. 보고 배우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윤봉우가 일본으로 갔을 때 기술적으로 가장 먼저 적응해야겠다고 느낀 점도 이런 부분이었다. 윤봉우는 “우리는 디그 후 올라오는 볼을 리베로가 올리면 주로 양 측면으로 간다. 일본에서는 의외로 속공을 많이 올리고 변칙적인 게 많다. 경기 중에도 그런 상황이 자주 나온다. 변칙 상황에 빨리 적응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면과 함께 달라지는 팀 내 위치도 윤봉우가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가본 적도 없고 주위에 가까운 시기에 선례가 없으니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조금 걱정되긴 한다”라고 말한 윤봉우는 “문화 차이, 언어 차이에 따른 소통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런 걸 감수하고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더 움직이고 체육관에 먼저 나오고, 기존에 한국에서 하던 걸 더 신경 써서 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라고 적응을 위해 노력할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이렇게 생각 중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나도 그렇고 아무도 모른다”라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의사소통에 대해서는 “영어는 평생 숙제였다. 꾸준히 하다가 마는 식이었는데 올해 초부터는 인터넷 강의로 시간 날 때마다 취미 삼아 공부 중이었다”라며 “지금은 이제 취미가 아니다. 운동 반, 영어 반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도전을 앞두고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기에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봉우는 많이 고민하진 않았다고 돌아봤다. “결국에는 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는 그의 말처럼, 해외 무대를 향한 윤봉우의 의지는 그만큼 강했다. “20대 시절,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하던 때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나이를 먹고 그런 생각을 아예 접어두고 있었고 은퇴를 고민하던 중에 기회가 와 주저하지 않았다.”
 
홀로 일본으로 가는 가운데 한국에 남는 가족들에게 미안함도 전했다. 윤봉우는 “가족들은 선수 생활을 할 때까지는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정말 미안하다. 아내가 8~9개월 혼자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다녀오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해줘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봉우는 일본 진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과거 인연으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돌아봤다. 현대캐피탈 선수 시절 만난 도요타 고세이(울프 독스 나고야 전신) 분석관을 지금 단장으로 다시 만난 것 역시 그 일환이었다. 윤봉우는 “그분이 나를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장 문을 그분이 열어준 이야기를 듣고 당시가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나이도 많은 나를 왜 선택했을까 생각도 했다. 나중에 보니 일본 측에서 크로스체크를 많이 했다. 한국에 나에 관해 물어보는 주위에서 좋게 이야기해준 게 플러스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윤봉우는 자신의 도전이 가지는 의미와 함께 다부진 각오로 인터뷰를 마쳤다. “쉽게 생각하면 똑같은 배구지만 또 새로운 배구를 맞이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문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잃을 게 없다. 그곳에서 모든 걸 쏟아붓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후에 더 좋은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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