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긴급진단! WKBL에 4강 플레이오프가 돌아온다, 그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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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2020-2021시즌을 앞두고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또 한 번의 변화를 택했다. 지난 6월 29일 이사회를 통해 차기 시즌부터 정규리그 4위까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것. 이미 외국선수 제도를 잠정 폐지한 가운데, 추가적인 제도 변화는 다가오는 시즌은 더욱 예측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WKBL이 외국선수와 플레이오프라는 굵직한 주제를 동시에 손본 이유는 무엇일까. WKBL 현장에 함께하는 이들에게 4강 플레이오프가 가져올 효과들에 대해 들어봤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플레이오프 무대를 키워야 했다
WKBL이 플레이오프 진출 순위 변경의 목적으로 내세운 건 ‘흥미’였다. 이미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WKBL은 사무국장단 회의를 통해 이번 변화를 암시한 바 있다. 또, 4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필요성도 그 전부터 수면 위에 올라있었다. 한 예로, 지난해 10월에 열렸던 스포츠조선 주최 한국농구 발전 포럼에서도 여자농구 관계자들이 모여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당시 패널로 참석했던 청주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은 “한 팀이라도 더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팬들이 좋아하는 팀을 오래 응원할 수 있게 하는 게 리그 발전에 좋지 않겠나. 어떻게 리그를 재밌게 끌고 가냐가 중요하다”며 그 필요성을 짚었다.

지난 2013-2014시즌부터 WKBL은 플레이오프를 3강 시스템으로 시행해왔다. 정규리그 1위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고, 2~3위가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치르고 올라가 정규리그 1위와 맞붙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다. 단 한 번도 업셋이 나오지 않았다. 2013-2014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정규리그 1위팀이 우승하는, 즉 통합우승만 7년 연속 나온 것이다(2019-2020시즌은 코로나19로 플레이오프 취소). 심지어 최근 세 차례의 챔피언결정전은 모두 시리즈 스코어 3-0으로 끝났다. 플레이오프가 챔피언결정전보다 관심도가 높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WKBL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 분위기가 6개 구단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 것일까. 이번 결정을 위한 이사회를 앞두고 한 WKBL 관계자는 “보통 이사회에 안건이 선정된다는 것은 그 전 사무국장단 회의에서부터 6개 구단들의 공감대가 충분하게 형성됐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플레이오프 제도 변화에 큰 걸림돌이 없었음을 알리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이사회가 제도 변경을 발표한 이후 6개 구단 감독들의 반응도 WKBL의 목적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부분 긍정을 표했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1위를 탈환했던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예전에도 시행했던 제도이지 않나. 최근 몇 시즌동안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반전이 없다 보니 재미를 주기 위해 다시 4강으로 바꾼 뜻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규정이라는 건 항상 똑같을 수는 없다. 목적을 가지고 변화를 줬다면 그 속에서 재미있게 적응해나가면 된다”며 제도 변경을 바라봤다. 포럼 당시에도 4강 플레이오프를 지지했던 안덕수 감독도 “예전부터 논의됐던 얘기다. 4강 플레이오프 제도가 시행되면 각 팀들이 이 무대에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이게 되지 않겠나. 기존대로라면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들도 4위 막차 티켓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재미라는 목표를 쟁취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 하나원큐 이훈재 감독은 “이 결정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프로리그의 꽃은 플레이오프인데 그동안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챔피언결정전이란 리그 최고의 두 팀이 맞붙은 거라 예측이 어려워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 그동안은 흥미가 반감됐다”는 솔직한 의견과 함께 변화를 긍정적으로 맞이하기도 했다. 6개월간의 장기 레이스 치고는 끝을 예측하기가 쉬웠기에 이번 결정은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규리그 1위에 대한 보상은?

모든 제도의 변화에는 득과 실이 존재하는 법. 플레이오프의 흥미를 키우자는 궁극적인 목적에는 긍정의 목소리가 많았던 반면, 정규리그 1위팀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급감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간 정규리그 1위팀은 2위와 3위가 3판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부분이 1위만이 누릴 수 있는 어드밴티지였던 것. 단기전을 치러야하는 플레이오프에서 며칠간의 휴식은 체력에서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2014-2015시즌 KB스타즈, 2018-2019시즌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3위의 자리에서 2위를 업셋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결국 우승은 1위의 몫이었다. 그만큼 정규리그 1위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확실하게 적용했던 셈.

이 부분은 그간 1위 후보로 꼽혀왔던 우리은행, KB스타즈 뿐만 아니라 6개 구단이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하나원큐 이훈재 감독과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을 것 같다”며 긍정의 입장을 표하면서도 “다만, 정규리그 1위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진 것도 맞다”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통합우승 6연패를 달성했던 위성우 감독도 “1위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없는 게 아쉽긴 하다. 그래도 플레이오프를 재밌게 만들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규리그 1위에 대한 보상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보완책은 없을까. 일단, 이번 이사회 발표에서는 플레이오프 방식이 3강에서 4강으로 바뀐다는 내용만 있었을 뿐 기존에 정규리그 1위의 챔피언결정전 직행과 맞먹는 새로운 규정은 없었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부산 BNK 유영주 감독은 “정규리그 1위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지는데, 챔피언결정전 직행 대신 정규리그 우승 상금을 더 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라며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변화에 다른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앞서 말했듯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직결될 정도로 정규리그 1위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너무 컸기 때문에 이는 사라지는 게 맞다는 뜻이었다. 여자농구의 한 관계자는 “일단, 정규리그 우승 상금은 과거에 한 차례 올랐던 사례가 있다. 그간 3강 플레이오프에서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1위가 통합우승을 했던 건 어드밴티지 자체가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일단, WKBL은 플레이오프와 관련한 더 이상의 제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 전했다. WKBL 관계자는 “소수의 의견으로 정규리그 1위 팀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적지 않냐는 분위기가 있긴 했다. 하지만, 같은 일정을 치르는 동일 선상이라고 생각했을 때 1위팀이 플레이오프 첫 라운드를 4위팀과 치르는 것 자체가 메리트라 생각되기도 한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무대는 단기전이라는 기본적인 특성만으로도 충분히 변수를 만들어낸다. 하나, WKBL의 3강 플레이오프는 그간 그렇지 못했다. 더 다양하고 흥미 넘치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변화가 필요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절반 이상이 PO행 … 반응은? 

6개 팀이 정상을 다투는 리그에서 4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절반 이상의 팀이 플레이오프를 진출한다는 결정에 있어 긍정적인 시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장기레이스를 버텨낸 팀들에게 주어지는 우승의 기회이기 때문에 참가팀 수가 많아지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하나, 이 점에 있어 현장은 오히려 대부분 긍정적인 분위기다.

그간 WKBL은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이었던 3위라는 벽이 워낙 높았다. 1위 경쟁을 하던 우리은행, KB스타즈와 더불어 3위 한 자리에는 삼성생명이나 신한은행이 왔다 갔다 했던 정도였다. 하지만, 그 마지노선이 4위까지 넓어지게 되면 리그 판도 예측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는 그간 플레이오프에 초대받지 못했던 팀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곤 한다. BNK의 창단 첫 시즌에 5위를 기록했던 유영주 감독은 “우리 팀 입장에서는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으니 좋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정규리그 결과가 2강에서 바뀌지 않았다. 팬들의 재미를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시즌 막판 3위 경쟁이 치열했던 그림이 이어지면 훨씬 재밌을 것이다”라는 솔직한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 역시 “하위권을 형성하던 팀들이 정규리그 끝까지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거다. 4위 한 자리가 더 생겼다는 게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나. 리그 전체적으로 팀 수가 적어서 4강 플레이오프라는 그림이 아쉬워 보일 수는 있지만, 플레이오프 무대 자체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라고 제도 변경 찬성의 의견을 냈다. 이와 더불어 과반수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다수의 관계자가 타 리그의 예를 들기도 했다. 비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KBL(10개 팀 중 6개 팀)을 시작으로 WNBA도 12개 팀 8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정상일 감독은 남자프로배구(7개 팀 4개 팀, 준플레이오프 시행 시)의 예를 들기도 했다.

4위 막차 티켓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겠거니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팀이 늘어나게 되면 업셋의 가능성도 조금이나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4강 플레이오프가 시행됐던 2000년 여름리그부터 2012-2013까지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38번 중 9번 업셋이 나왔고, 우승까지 이어진 건 총 세 차례(2003년 여름리그 우리은행, 2004년 겨울리그 금호생명, 2005년 여름리그 신한은행) 있었다.

업셋 우승을 직접 경험했던 입장에서는 지금의 변화가 어떻게 느껴질까. KBS N 스포츠 김은혜 해설위원은 “나는 개인적으로 4강 플레이오프를 더 선호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아무래도 재미가 있지 않나. 1위 팀의 어드밴티지가 떨어지긴 하지만, 원사이드한 결과가 사라질 거란 기대감에 4강이 더 낫다고 생각해왔다. 나도 4위에서 업셋 우승을 해봤기 때문에 그 재미를 안다. WKBL이 의도한 플레이오프의 흥미 상승이라는 목적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도 “1위 보상 감소에 대한 부분을 뒤로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더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위와 4위가 붙어 4위가 올라갔던 적은 거의 없다. 그 실력의 순위는 냉정하게 봐야 하는데, 일단 정규리그 레이스에 있어 하위권 팀들에게 희망이 생겼다는 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거다. 결국 모든 제도의 변화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실도 있겠지만, 얻는 것도 있을 거니까 예전의 제도를 다시 부활시킨 게 아닐까”라며 긍정적인 시선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로 조기종료를 맞이한 결과였지만, 지난 시즌 정규리그 순위표를 살펴보면 3위를 기준으로 4위는 0.5경기차, 5위는 1경기차, 6위는 2경기차로 간격이 촘촘했다. 4,5위 간의 승차가 2018-2019시즌, 2016-2017시즌에도 1경기차로 최근의 사례로 살펴보면 4강 플레이오프를 펼쳤을 때 막차 티켓 경쟁이 뜨거워질 거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정규리그를 막판까지 뜨겁게 하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부작용은 없을까

4위 티켓을 바라보면 정규리그에서 끝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 하나, 또 한 번 이면을 살펴보면 1~2위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서 3위를 만날 것인지, 4위를 만날 것인지에 대한 취사선택이 가능해질 거란 걱정도 있다. 매 경기 공정하고 최선을 다해야하는 프로스포츠 무대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는 것. 안덕수 감독은 “상위권 팀들이 생각이 많아질 우려도 있다. 순위에 상관없이 상대팀에 대한 상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4강 상대를 고를 수도 있지 않겠나. 정규리그 막판이 좋지 못한 방향으로 과열되면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상일 감독도 “상위 팀이 상대를 고르기 위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때 다른 팀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과거에 분명 그런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의견에는 김은혜 해설위원도 동의했다. “그런 상황이 나오면 안 되겠지만,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기도 하다. 정규리그도 중요하지만, 프로스포츠에 있어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란 게 워낙 큰 의미이지 않나. 정규리그 우승보다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이런 선택을 했던 감독님들이 기억나기도 하는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WKBL 뿐만 아니라 수많은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정규리그 막판 플레이오프 상대를 취사선택하려 하는 분위기는 흔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결코 공정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정진경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정규리그 순위 싸움이 치열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플레이오프 진출팀들은 또 다른 머리싸움을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이 부분을 짚기도 했다. 또한 “오히려 탈락팀이 두 팀으로 더 적어지다보니 이에 대한 판도는 오히려 빠르게 파악될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동기부여가 사라지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손익계산서, 득과 실, 양날의 검 등 이런 단어들이 말해주듯 모든 일이 이상적인 결과만을 이끌어낼 수만은 없다. 8년 만에 다시 만들어진 환경인만큼 과거의 사례로부터 긍정적인 것들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은 WKBL부터 시작해 6개 구단 사무국은 물론 선수들까지 모두가 합심해야 가능한 일. WKBL 관계자는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면 의미가 없다. WKBL도 무조건 업셋이라는 변수를 원해서 4강 플레이오프를 부활시킨 게 아니다. 그저 챔피언결정전이 더 재밌어지고, 농구팬들이 플레이오프를 한 경기라도 더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진심 어린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외국선수는 없고, 플레이오프 규모는 커진 WKBL의 2020-2021시즌,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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