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떠났던 이재은·김나운, 실업무대에서 선수생활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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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제천/강예진·김예솔 기자] 그들은 끝내 배구공을 놓지 못했다. V-리그를 떠난 선수들이 실업무대에서 뛰며 배구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0일 제천에서 폐막한 제75회 전국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배구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이 코트에 보였다. 대구시청 세터 이재은(33)과 화성시청 윙스파이커 김나운이 코트에 복귀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한 것이다.

KGC인삼공사에서 은퇴한 이재은, 지난해 11월 출산 후 대구시청 입단
이재은은 2018~2019시즌까지 KGC인삼공사 주전세터로 활약했다. 당시 그는 결혼과 출산 계획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은퇴했다.

이재은은 “작년에 은퇴하고 난 후 감독님께서 연락이 오셨는데 그땐 내가 결혼이나 출산 문제 때문에 1년 정도 쉬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후에 내가 필요로 해서 다시 불러주시면 가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올해 초 연락이 왔다. 출산 후 생각보다 회복이 빠른 것 같아 결정하게 됐다”라고 복귀 과정을 설명했다.

이재은은 지난해 6월 결혼 후 11월 아들을 출산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복귀를 결심했다. 이재은은 “오랜만에 배구를 하니까 재밌지만 확실히 몸이 다르다. 선수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서 아쉽다”라면서 “눈으로는 보이는데 머리 따로 몸 따로 간다”라며 웃었다.

경기 중 공격하는 모습도 종종 엿볼 수 있었다. 이재은은 “예전 같았으면 자신 있게 때렸을 텐데 확실히 몸이 안 따라주니 자신이 없었다. 선수들이 많지는 않지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은은 KGC인삼공사 리베로 오지영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FA계약 축하한다고 했다. 지영이가 아기 선물도 많이 사주고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와서 자고 가기도 한다”

육아와 운동을 병행 중인 이재은은 “아침 6시에 아기가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서 놀아주다가 8시에 운동하러 간다. 오전 운동을 마친 후 조금 쉬다가 오후 운동마저 끝낸 후 집에 돌아오면 다시 육아에 돌입한다. 정말 힘들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된 일정을 소화하는 만큼 프로 복귀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접어둔 건 아니다. 이재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업팀에 온 것도 운동을 아예 그만둔다고 생각했으면 오지 않았다. 여기서 몸을 끌어올리고 싶다”라며 속마음을 전했다.

이재은은 “내가 어디에 있던 응원해 주신다는 소식을 듣긴 한다. 배구하는 모습 꾸준히 보여드릴 테니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떠난 김나운, 화성시청에서 공수 겸장 활약
김나운(33)은 지난 6월 삼성화재를 떠났다. 삼성화재는 선수단을 개편하며 김나운을 웨이버 공시했다. 그는 당시 “만약 실업팀에 간다면 선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이 한 몸 바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나운은 곧바로 화성시청에 입단함으로써 자신이 했던 말을 지켰다. 김나운은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상무와 경기를 치르며 여전한 공격력을 보였다. 노련한 경기력으로 상무를 힘들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을 이끌었고, 경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김나운은 “연습기간이 짧았다. 몸이 100% 올라온 상황은 아니다.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든다. 하지만 재밌는 경험인 것 같다”라는 실업팀 합류 후 첫 대회에 출전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원래 있던 선수들과 나이 차가 좀 난다. 먼저 다가와주고 장난쳐줘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라며 팀원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나운은 상무에 패한 뒤 “서브범실이 잦았다. 대회 전 서브연습을 많이 했는데 경기에서 50%도 나오지 않은 것 같다”라고 패인을 설명했다. 화성시청은 결국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주전으로 경기에 임한 그는 “내가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는 것에 만족한다.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그때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프로와 실업은 다르다. 김나운은 두 곳을 모두 경험한 선수다. 그는 “프로에 있을 때는 딱딱한 분위기였다.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굉장히 심했다. 당연히 경기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조금 더 밝은 모습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더욱 변화하고자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나운에게 약 한 달간 생활해본 화성시청의 분위기에 관해 물었다. 그는 곧바로 “선수들이 어리고 가족같은 분위기다. 아직은 못 느꼈지만 분명 단점도 존재할 거다. 모두 안고 함께 나아가고 싶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그는 “아쉽게 팀에서 나오게 됐다. 현재는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지만, 나중에 관중 입장이 풀린다면 실업리그에도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밝게 긍정적인 모습 보여드릴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항상 감사하다”라며 자신을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진심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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