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전성기 이끈 최용수, FC서울을 위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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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지막까지 발악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게 마지막 말이었다. K리그 최고의 '승부사'로 통하는 최용수 감독의 마지막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고, 결국 FC서울을 위해 팀을 떠났다.

최용수 감독이 FC서울의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놨다. 현역 선수 시절, 코치 시절, 감독 시절까지 FC서울에 K리그 우승컵을 안겨준 최용수 감독은 최근 팀 부진에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나기로 했다. 서울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용수 감독 자진 사퇴 소식을 알렸다.

# 선수-코치-감독으로 FC서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용수



FC서울이 최용수 감독의 자진 사퇴를 알리면서 전한 것은 선수 시절, 감독 시절 커리어였다. 그만큼 최용수 감독이 서울의 살아있는 레전드라는 것을 의미하고,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최용수 감독은 현역 시절 서울의 전신인 LG치타스에서 활약했고, 1994년 입단하자마자 신인상을 탔다. 2000년에는 K리그에서 득점 2위, 도움 1위를 기록하며 리그 MVP에 올랐고, 우승을 이끌었다. 최 감독은 현역 시절 서울에서 총 148경기에 출전해 54골-26도움을 기록했고, 서울의 진정한 레전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도자 커리어도 화려했다. 일본 J리그 무대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했던 최 감독은 2006년 서울의 플레잉 코치로 복귀했고, 같은 8월 은퇴해 곧바로 코치진에 합류했다. 이후 이장수, 세뇰 귀네슈, 넬루 빙가다, 황보관 감독을 보좌하며 코치로 활약했고, 2012년 황보관 감독의 자진 사임으로 감독 대행에 올라 뛰어난 지도력을 보여줬다. 한때 하위권까지 내려갔던 서울이지만 최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팀을 빠르게 재정비했고, 결국 리그 3위까지 끌어올리며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서울의 최전성기를 함께 했다. 2012년 데얀, 몰리나의 콤비를 중심으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고, 결국 승점 96점이라는 K리그 최다 승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13년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후 서울을 계속해서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결국 2016시즌 도중 중국 슈퍼리그의 장쑤 쑤닝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서울을 떠났다.

서울이 위기에 빠진 순간 언제나 최용수 감독이 있었다. 이미 감독 대행으로 서울을 구해냈던 최 감독이 강등 위기까지 몰린 서울을 구하기 위해 2018년 10월 서울로 복귀했다. 경기력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팀을 빠르게 장악했고, 결국 잔류에 성공했다. 이후 2019시즌에는 3-5-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강력한 압박 축구를 펼쳤고,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임에도 팀을 3위로 이끌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 기성용 복귀 무산-리얼돌 논란-공격수 부재, 시작부터 꼬인 2020시즌



2020시즌 서울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2019시즌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울을 3위로 올려놓은 최용수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믿음이었고, 김진야, 한찬희, 한승규, 아드리아노를 영입하며 선수단 보강도 이뤄져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서울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초반에 보여준 경기력은 분명 희망이 있었고, 전북, 울산 등과 함께 상위권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 개막이 연기되며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한국 축구의 '레전드' 기성용이 서울 복귀를 추진했다가 무산되자 비난의 화살은 거세졌고, 여기에 리얼돌 논란까지 나오며 팀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모든 것이 문제였다. 최강의 중원이라 자부했지만 예상 외로 힘이 약했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공격적인 3백은 이미 상대들에 읽힌 상황이었다. 믿었던 3백은 붕괴됐고, 엄청난 임대료를 주고 데려온 페시치는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 결국 서울은 처참하게 무너지기 시작했고, 대구에 0-6 완패 등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받아야 했다. 이에 서울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기성용을 영입하며 급한 불을 끄려했지만 이미 팀은 망가져 있었고, 오히려 부족한 포지션은 공격수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 FC서울의 전성기 이끈 최용수, FC서울을 위해 떠났다



결국 최용수 감독의 선택은 자진 사퇴였다. 포항과 FA컵 8강전에서 1-5 참패를 당한 최용수 감독은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경기 후 최 감독은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2실점 이후 전체 균형이 무너졌다. 어떤 핑계도,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 제가 부족했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고 했고, 이어 "지도자를 하면서 좋은 시기도 있었지만 힘든 시기도 있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발악했지만 쉽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팬들에게 죄송한 말을 전하고 싶다"며 거듭 사과했다.

이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이미 최용수 감독의 발언에서 마지막이 느껴졌고, 최용수 감독은 서울을 위해서 자신이 스스로 내려왔다.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선수단의 분열, 차기 감독 등 최용수 감독이 서울을 떠나자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분명한 것은 긍정적인 말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최용수 감독은 FC서울을 위해 모든 것을 떠안고 떠났다. 이제 더 이상의 잡음은 안 된다. 서울은 자신들의 전성기를 함께 한 최용수 감독을 위해서라도 반등을 해야 하고, 마지막 예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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