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FA컵 탈락, 어쩌면 오히려 잘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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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디펜딩 챔피언’ 수원 삼성이 FA컵 8강을 넘지 못했다. 16강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승리한 뒤 8강전에서 성남 FC에 패한 수원은 8강에서 도전을 멈추게 됐다. 2연속 우승을 노리던 수원 처지에서는 속상한 일이겠지만,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FA컵 탈락은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대회 최다 우승 기록(5회)을 새로 쓴 수원이 2020 하나은행 FA컵 8강에서 탈락했다. 29일 성남과 8강전을 치른 수원은 후반 28분 토미에 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FA컵 최강자 타이틀이 무색한 결과다.

수원의 FA컵 탈락이 의미하는 건 이제 리그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FA컵 우승을 통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건 아쉽지만, 이는 매 경기 바쁘게 달려야 하는 수원에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재 수원은 옆이나 뒤를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리그 순위는 11위에서 9위로 올라서며 이제 막 반등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임생 감독 사임 후 팀은 주승진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마저도 오래 갈 수 없다. 늦어도 9월 중순까지는 P급 지도자 라이선스를 보유한 새 감독을 찾아야 한다.

달리 말하면 앞으로 감독 선임에 적어도 1개월 반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그 사이 감독 대행이 FA컵과 리그를 모두 균형 있게 챙기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리그와 대회 사이 균형을 이루는 것은, 현재 각 K리그 구단을 이끌고 있는 사령탑들에게도 결코 만만한 과제는 아니다. 주승진 감독 대행은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무너진 경기 리듬과 밸런스를 되찾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남은 정규 라운드 아홉 경기 동안 수원은 스플릿 A 라운드 진출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한다. 13라운드를 마친 현재 스플릿 A 마지노선에 있는 6위 강원 FC와 수원의 승점 격차는 단 2점에 불과하다. 한 경기만으로도 급격한 순위 변동을 이룰 수 있고, 나아가 남은 경기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낸다면 스플릿 A 진출은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더 나아가 순위로 당당히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낼 수도 있을 테다.

리그 역시 현재 수원에 버거운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남은 건 정말 리그뿐이다. 모든 걸 쏟아 부어 리그 성적을 잡을 때가 왔다. FA컵 탈락의 쓰라림이 상처로만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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