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키우고 서울을 키운' 최용수, 서울이 만든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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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울월드컵경기장, 우충원 기자] 아무런 도움도 없었다. 또 완전히 제외했다. 스스로 자신들이 키운 지도자를 코너로 밀어넣고 있다. 

FC 서울은 29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5라운드(8강)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에서 1-5으로 대패했다. 

리그에서 부진을 FA컵서 극복하려고 했던 서울은 주전 멤버 위주로 나섰으나 무기력하게 패하며 끊임없는 수렁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서울 최용수 감독은 거듭 미안함을 표시했다. 최 감독은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상이나 이런 핑계를 말하지 않겠다. 팬들에게 그저 죄송한 마음 밖에 없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또 "어떻게든 해보기 위해 발악해봤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용수 감독은 다시 "팬들과 선수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포항전서 서울은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현재 가동할 수 있는 멤버들을 모두 기용했지만 무기력했다. 공격진의 부족함을 채울 선수가 없었다. 공격이 잘 이뤄지지 않으니 수비부담이 커졌다. 부상을 당한 오스마르와 윤영선의 공백이 굉장히 컸다. 

그러나 서울은 좀처럼 반전 기회를 만들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숨통이 트여야 할 공격진에 새로운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서 서울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기성용 영입으로 모든 선수 영입이 끝났다. 유일한 선수였다. 물론 코칭 스태프가 원한 선수 영입은 없었다.  

올 시즌 개막할 때 기성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최용수 감독의 뜻과는 다르게 서울은 그를 잡지 못했다. 물론 공격수 영입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페시치가 제대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았는데 서울 프런트는 일을 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선수 영입이 없었다.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최 감독은 허리 염증이 생겼다.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해졌고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시즌 뚜껑을 열면서 그 우려는 점점 현실이 됐다. 

여름 이적시장서 기성용을 영입할 때 최용수 감독은 배제된 상태였다. 한 관계자는 "최 감독과 프런트는 기성용 영입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 이적시장서 문제가 됐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기성용에게 매달렀다. 최용수 감독은 다른 루트를 통해 기성용과 의견을 나누었다. 감독이 배제됐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공격수 영입을 위해 노력한 최 감독의 의지와는 다르게 프런트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공격수 보강 없이 다시 시즌을 시작했다. 결과는 최악이다. 

최용수 감독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포항전을 마친 뒤 거듭 사과한 이유는 분명하다. 구단이 감독을 물러설 수 없는 곳으로 밀어 넣었다. 

최 감독은 1994년 서울의 전신인 안양LG에 입단한 후 일본 J리그 생활을 제외하면 한국에서는 오직 서울 한 팀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6년 현역 은퇴할 당시 소속팀 역시 서울이었다. 서울이 키웠다. 선수 은퇴 후에는 오랜시간 코치 생활을 했다. 그리고 서울의 위기 상황에서 감독대행으로 부임한 뒤 5경기서 4승 1무를 기록하며 팀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그 해 서울 10대 감독으로 임명됐다. 서울에서 최 감독은 많은 업적을 남겼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2000년 선수로서 우승을 이끌었고 2010년에는 코치로서 서울의 우승과 함께 했다. 그리고 2012년 감독으로 서울의 우승을 제조하며 최 감독은 생애 통산 '우승 트레블'을 일궈냈다. 

2018년 위기의 서울에 다시 등장했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갔지만 결국 서울을 지켜냈다. 지난해에도 선수 영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시즌을 3위로 마쳤다. 서울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 시켰다. 

그런데 올 시즌은 서울 프런트의 행보가 큰 문제로 다가왔다. 시즌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는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고 현재는 감독을 코너로 몰아넣고 말았다. 

물론 서울의 부진이 모두 프런트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감독이 뜻을 펼치기 위한 발판은 마련되지 않았다. 몇 년전부터 보인 서울 프런트의 행보는 자신들이 키우고 자신들을 키운 감독을 물러설 수 없는 곳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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