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자존심보다 '리스펙'이 중요하다" 러셀 향한 시선과 기대

[BO]스포츠 0 935 0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리스펙'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곳의 문화에 최대한 맞추고 싶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키움이 3-2로 앞선 상황. 리드를 하고는 있지만, 두산을 상대로 1점 차는 안심하기는 이른 점수였다. 추가점이 필요했다. 마침 9회초 키움 타자들이 이형범을 상대로 차례 차례 출루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허정협의 안타, 박준태의 볼넷 그리고 서건창의 희생번트 성공. 1사 2,3루 득점 기회가 만들어졌다.

다음 타자는 2번 김하성 그리고 김하성 다음이 이날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에디슨 러셀이었다. 1루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두산 배터리와 벤치는 고의4구를 택했다. 바로 김하성을 걸러 1루를 채우고 만루에서 러셀과 승부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날 경기의 실질적 승부처나 마찬가지였다. 러셀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올스타에 뽑힐 정도로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그러나 두산이 러셀과의 승부를 택한 이유는 이날이 첫 경기인데다 아직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김하성은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친 타자였다.

하지만 두산이 띄운 승부수를 러셀은 초구에 엎어버렸다.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뚫는 깨끗한 좌전 적시타. 주자 2명이 득점하기에 충분했다. 키움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점수였다.

사실 이름이 알려진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로서, 데뷔전이라고 해도 바로 앞 타자 고의4구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러셀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차분하고 침착하게 "자존심이 상한 것은 거의 없었다. KBO리그는 내게 새로운 리그이기 때문에 서로 '리스펙'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이곳의 문화에 최대한 맞추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쉬운 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격수로 출장한 러셀은 4회말 정수빈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포구 후 공을 빼는 템포를 한 박자 늦게 끌었다가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러셀은 "(정수빈이 빠른 타자라는)정보는 미리 알고 있었는데 내 실수였다"면서 "그래도 정수빈을 그 이후 1루에 잘 묶어놨고 이닝을 (무실점으로)잘 마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잘된 것 같다"며 웃었다.

러셀은 키움이 대권 도전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다. 기대치도 크고,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손 혁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루틴을 잘 지키면서 계획대로 하는 선수라는 게 보인다"며 중심 타자, 내야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했다.

러셀도 자신을 향한 주위의 높은 기대감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는 "키움은 내야가 탄탄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야수들 뿐만 아니라 포수까지도 좋은 팀이다. 내가 그 사이에 잘 들어가서 좋은 내야를 이끌고, 어느 포지션에서든 잘하고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만큼 앞으로 그가 거둘 성적과 활약에 시선이 쏠린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