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대통령 지시에만 수동적 대응하는 관계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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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온 나라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관계 당국과 그 수장들의 의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직접 지시를 내려야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와 폭행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구시대의 유산”이라고 비판하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반복돼선 안 된다. 철저한 조사로 합당한 처벌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철인3종 선수 인권침해 관련 회의와 브리핑’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이 자리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수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장을 비롯해 공봉숙 대검찰청 형사2과장, 장하연 경찰청 차장 등도 참석했다. 사건과 관련된 모든 관계부서가 처음으로 모인 자리다. 대통령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신속하고, 광범위한 대책 회의가 열렸을지 의문이 들만한 장면이다.

대통령의 고 최숙현 사건과 관련된 언급은 이번이 두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을 신고한 날이 4월 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이 꾸려지면서 사건의 진실규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불과 며칠만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박 문체부 장관, 최 제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은 6일 고 최숙현 사건 관련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분노하는 인물과 조사 상황에 대해 “모른다” “준비중이다”라는 말만 남겼다. 주무부서와 상급단체의 수장들은 하나같이 사건의 핵심 가해자인 운동처방사 ‘팀 닥터’의 신상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것도 모자라 특별조사단에서는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입을 모아 악행을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주장인 A선수에 대한 조사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혀 지켜보는 이들의 한숨을 짓게 만들었다.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나온지 5일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날 국회에 등장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규명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다짐은 믿음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고 최숙현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만 커졌다.

정부 당국의 미진한 대응이 도마에 오를때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가족이었다면 이렇게 일을 처리했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곤한다. 고 최숙현 사망 사건도 마찬가지다. 체육계 악행에 대한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는 윗 사람의 눈치를 봐야하는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체육계를 짊어지고 나갈 어린 선수들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과제다. 사건을 접한 국민의 바람은 단 한가지다. 하늘로 떠난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다. 최 선수는 세상을 등지기 직전 어머니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남겼다. 사건 조사와 진실규명에 나선 관계당국이 가슴 속에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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