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위에 군림한 무자격 운동처방사, 어떻게 군인대표팀에서 활동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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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행위와 폭언·욕설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전 국가대표 최숙현을 죽음으로 몰아간 가해 혐의자들은 법적 처벌과 별개로 ‘영구제명’과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6일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최 선수가 생전 몸담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 모에게 ‘영구제명’ 처분을 내렸고,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김 모에게 ‘자격정지 10년’을 결정했다.

그러나 함께 벌을 받아야 할 인물은 제외됐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폭력적 성향까지 드러낸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다. ‘팀 닥터’로 불린 그는 협회 등록자가 아니라 공정위에 회부될 수 없었다.

최 선수와 많은 추가 피해자들은 안 씨를 끔찍한 가해자로 지목했다. 그는 치료 대신 가학적 행동을 했다. 음주를 일삼고, 구타하고,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며 선수들을 못살게 굴었다. 심지어 다양한 명목으로 선수들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한 혐의도 있다.

특히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선수들 상당수가 안 씨를 의사로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의료면허 소지자가 아니다. 정식 물리치료사도 아니다. ‘무자격 처방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무자격자가 어떻게 실업운동부에 들어왔는지 의문이다. 김 감독과 안 씨의 관계를 이상하게 여긴 한 체육인은 “둘이 고향 선후배 관계라고 했다. (안 씨가) 자신을 미국에서 ‘정골의학’을 공부했다고 소개했다. 혹여 진짜라 해도 실업팀 트레이너 자격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주시청과 협회,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모두 안 씨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선수들로선 감독이 각별하게 여기고 쩔쩔매는 안 씨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둘의 행보는 경주시청에 머물지 않았다. ‘군인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에 2차례(2015년 문경·2019년 중국 우한)나 참가했다. 김 감독은 문경대회를 앞두고 그해 2월 임시로 트라이애슬론 종목을 창단한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초빙 지도자로 위촉돼 군인 대표팀을 이끌었고, 안 씨도 의무 담당으로 함께 했다.

당시 비용은 국방부가 아닌 협회가 지원했다. 하지만 군은 체육회, 문체부와 마찬가지로 군인들의 몸을 관리할 인물의 신원과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상무에는 의무실이 있고 물리치료실까지 운영하지만, 안 씨와 같은 무자격자의 활동을 막지 못했다.

또 다른 체육계 인사는 “군 트라이애슬론 대표팀 운영을 위해 장기간 머물렀던 부대 내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이들이 음주를 일삼았다는 정황도 있다. 군인이나 군무원 신분이 아닌 민간인들의 부대 내 비정상적 생활과 활동이 어째서 허용됐고, 어떻게 관리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협회와 경주시체육회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과 소속선수들에게 직접적 피해를 입힌 안 씨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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