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들! 우리,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자” 김승기 감독과 진모·동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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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코트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삼부자. 아버지는 현역시절 악착같고,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 덕분에 ‘터보가드’로 명성을 떨쳤고, 덕분에 KBL에서 선수-코치-감독으로서 모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 됐다. 그런 굵직한 역사를 써온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 아들들이 농구공을 잡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농구선수로서 두 아들이 보이는 매력은 아버지와는 사뭇 다르다.

 

첫째 진모는 조용하면서도 강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반면, 둘째 동현이는 클러치타임에 빛나는 해결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두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어떨까. 김승기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운동선수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만큼 최선을 다해달라”는 진심을 전했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같은 듯, 조금씩 다른 삼부자
김승기 감독의 두 아들은 프로 무대를 바라보며 각자 대학교, 고등학교에서 준비 중인 학생 농구선수들이다. 큰 아들인 김진모는 중앙대 3학년에 재학 중이며, 둘째 김동현은 용산고 캡틴이다. 특히 김동현은 용산중과 용산고를 거쳐 아버지의 직속 후배다.

 

두 선수가 모두 허씨(허웅, 허훈) 형제들처럼 이름을 알릴 실력이 되면 좋겠지만, 큰 아들의 경우는 농구를 늦게 시작해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어린 시절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공부에 전념하다가 중학교 3학년 들어서야 농구공을 제대로 잡았다.

“솔직히 이야기 하면 첫째는 농구를 늦게 시작해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라고 웃어 보인 김 감독은 “그래도 열심히 하려해요. 우리(KGC인삼공사) 선수들에게도 항상 말하는 것인데,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운동을 하라고 해요. 진모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큰 아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반면 둘째 동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선진 농구를 배우기 위해 미국 뉴저지로 유학을 다녀올 만큼 개인 의지, 또 성장 가능성도 컸다. 김 감독은 “동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해서 몸도 좋고, 실력도 키워가고 있는 중이에요. 다만 정신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건 커가면서 좋아질 것 같아요(웃음).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고, 농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둘 다 개인적으로 노력을 했으면 좋겠죠”라고 둘째 아들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렇다면 두 아들이 본 아빠, 그리고 김승기 감독의 모습은 어떨까. 부친이 현직 프로팀 감독으로 있기에 이들에게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아버지 덕분에 눈길을 한번이라도 더 받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농구인 2세들이 모두 안고 있는 고충이기도 하다. 큰 아들은 첫째답게 신중하고, 조심스레 답했다. 게다가 중앙대에서 아직 입지를 굳히지 못해 아직 아빠의 그늘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저는 그냥 부담이 더 큰 것 같아요. 어디를 가든 수식어가 따라다니지 않잖아요. 어른들이 ‘네가 승기 형 아들이구나’라고 이야기 해주시면 감사하지만, 계속 절 보고 있을 것 같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니까 눈치도 보이는 것 같아요.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둘째 동현 군은 평소 털털한 성격답게 ‘댓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아무래도 아마추어의 경우는 방송 중계로 ‘선수 김동현’의 플레이를 보는 것보다 기사에 적힌 ‘김승기 감독의 둘째 아들’ 김동현이라는 단어가 더 눈에 띄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반 농구팬들에게는 후자에 더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날 경기를 잘하고, 인터뷰를 하면 꼭 아빠 이야기가 나와요. 댓글도 달리다 보니 스트레스도 받고, 불편하기도 하죠. 물론 제가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는데… 그래서 이번 대회에 보여드리려 했거든요. 멤버가 너무 좋아요(웃음). 백업자원이 좋고, 일단 (여)준석이가 있으니, 우승 전력이거든요.”



김승기 감독 역시 자신의 프로 시즌이 끝나고 아마추어 시즌이 되면 아들들의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을 해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각 팀 지도자들에게 맡기는 편이다. “지금은 이야기를 해도 잘 안 듣는 편이죠(웃음). 뭐라 하다 보면 사이만 멀어지는 것 같고, 각자 가르쳐주는 선생님들 있으니 열심히 하라고만 하는 거죠.”

그렇다면 플레이나 생활에서 삼부자가 닮은 점은 어떤 점이 있을까? 김 감독은 “둘째가 날 더 닮았죠”라고 웃으며 아직은 부족한 점만 보인다고 말했다. “첫째는 열심히 하려는데, 농구를 늦게 시작했다보니 부족한 게 많이 보이고,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어요. 조금만 일찍 시작했더라면 지금보다 나았을 텐데, 아쉽기만 해요. 둘째는 천방지축이에요. 철이 덜 들었어요. 플레이에 있어서는 다 다른데, 둘째가 실력이 조금 낫긴 하지만 나만큼은 열심히 안하는 것 같아요. 아, 깔끔 떠는 건 저와 닮은 것 같아요”라며 아들들을 바라봤다.

두 아들은 현장에서도 아버지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일단 두 형 제가 닮은 건 경기에서의 리액션. “당황하거나 화를 낼 때 보면 리액션이 비슷해요”라고 동현 군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자 진모 군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단 눈이 커지는 등 리액션이 강한 것 같아요. 특히 억울해할 때 비슷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동생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삼부자가 똑 닮았을 때는 바로 사우나를 다녀온 직후. 동현 군은 “아빠가 머리를 넘기고 있잖아요. 저도 머리를 넘기고 있으면 똑같다고 해요”라고 웃어보였고 진모 군 역시 “운동하고 사우나에서 나오면서 머리를 넘기면 어우 김 감독님 아니시냐고 해요”라며 삼부자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집에서 만나는 우리, 만약 팀에서 만난다면
대다수 직장인들이 그랬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족들간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했다. 농구경기는커녕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김승기 감독 가족들도 모처럼 집에서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됐다. 갑작스럽게 남편은 물론 두 아들까지 챙기게 된 아내이자 엄마, 김지혜 씨(46)의 삶은 어떨까.

 

김지혜 씨는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이렇게 오랜 기간 밥을 함께 먹는 건 결혼한 뒤 처음인 것 같아요. 요즘 ‘돌밥’이라고 하거든요. 돌아서면 밥을 차려야 한다고(웃음). 힘들긴 한데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에요. 언제 이렇게 시간을 함께 보내겠어요”라며 웃어보였다. 김 감독 덕분에 한시름 놓기도 했다고. “집에 있으면 정말 다른 사람이에요”라고 평소 남편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 그는 “집에서 애들이 아빠가 해주는 밥이 더 맛있다고 해요. 도와주니까 너무 좋아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두 아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의 요리 솜씨에 엄지를 세웠다. 진모 군은 “우리 집 주방장이에요. 엄마가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 한 잔 드시면, 아빠가 안주도 해주시고. 요리를 정말 다 잘하세요. 고기도 잘 구워주시고, 쫄면 양념장도 직접 만드 세요”라며 자랑을 늘어놨다. 동현 군 역시 “엄마 주방을 뺏으셨어요(웃음). 떡꼬치 아시죠? 양념장을 시중에 파는 것도 똑같이 만들어주세요. 요리는 정말 끝내주세요”라고 거들었다.

그렇다면 삼부자가 집이 아닌 팀에서 만난다면 어떨까? 김승기 감독은 “어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팀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팀이)망가져요”라고 손을 가로 저으며 “내 선수로 온다면 맨날 혼날걸요(웃음). 그래도 KGC인삼공사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알고 있어요. 아직까지 아들들은 즐기기 위해 농구를 하고 있는데, 프로 무대에 도전하고, 뛰어든다면 성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거예요”라고 말했다.



두 아들의 대답은 평소 성격과도 같았다. 진중한 첫째는 “감독님으로 봤을 땐 앞에서는 호되게 혼낼 때가 많은데, 그래도 뒤에서는 잘 챙겨주시는 감독님이세요. 복 받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요웃음)”라고 말하자 자유 영혼인 둘째는 “형이 아빠와 맞는 선수였다면, 전 아마 안 맞는 쪽이었을 거예요. ‘정신 상태가 아직 멀었어!’하고 내보내지 않았을까요. 저도 도망갔을 것 같아요(웃음)”라고 답했다.

아빠이자, 선배인 김승기 감독이 자랑스러웠을 때는 언제일까. 두 아들은 2016-2017시즌 서울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을 외쳤다. 김승기 감독이 바로 선수-코치-감독으로서 우승을 거둔 최초의 인물이 됐을 때다. 김승기 감독은 현역 선수 시절인 2002-2003시즌 원주 TG(현 원주 DB) 소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07-2008시즌에는 코치로서 동부(DB)의 우승을 이끌었으며, 이후 9년 만에 감독으로 다시 한 번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축포가 터진 순간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각자의 장소에서 아빠의 팀을 응원하며 박수를 보냈단다.

진모 군은 “고등학교 때 였는데, 야간 훈련을 하러가야 할 시간이었어요. 당시 코치님이 경기를 보라고 하셔서 숙소에서 TV로 봤거든요. 마지막 작전 타임이 기억에 남아요. 이정현 형이 1대1을 해서 넣고, 아빠가 형과 끌어안으실 때 보니 뭉클했거든요”라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동현 군은 ‘집관’을 했단다. “저는 운동 끝나고 바로 집에 가서 보는데, 3쿼터인가 그랬어요. 질 것 같았는데, 양희종 형의 슛이 계속 들어갔죠. 설마 했는데, 꿈인 줄 알았어요. 혼자가방도 풀지 않고, 경기를 마지막까지 본 기억이 나요”라며 당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삼부자의 2020년
아마추어의 경우 다가오는 하바기부터 시즌 스타트 버튼을 누를 예정이다. 중고농구의 경우는 춘계연맹전을 취소한 가운데 7월 이후로 대회 시작점을 조율 중이다. 대학리그의 경우 9월초, 2020 KUSF 대학농구 U-리그로 시작을 알릴 예정. 조기종료 됐던 KBL 역시도 두 달간의 휴식 후 지난 6월 1일부터 2020-2021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시즌 우승 트로피를 하나도 들어 올리지 못한 용산고는 올 시즌 여준석이 복귀하면서 단숨에 정상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 됐다. 중앙대 역시 박진철을 중심으로 박태준, 성광민, 이기준 등 4학년과 더불어 지난 시즌 저학년들 역시도 경기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전력이 나쁘지 않다.

KGC인삼공사는 다음 시즌 챔피언을 바라보고 있다. 박지훈의 상무 입대로 공백이 있긴 하지만 이재도가 비시즌을 잘 보낸다면 큰 문제가 없을 전망. 기승호의 이적도 오리온으로부터 함준후를 영입하면서 공백을 막았다. 김 감독은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지난 두 시즌 동안 선수들을 육성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선수들이 성장해서 그 능력을 발휘해줬거든요.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난 것 같은데, 부상으로 힘든 시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잘 버텨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우승을 한 뒤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출혈이 있긴 했어요. 그 상황에서 선수를 다시 영입하고 해서 좋은 멤버 구성이 됐죠. 외국선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일단 다시 한 번 팀 구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요.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요”라고 새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를 전했다.

용산고 캡틴인 동현 군 역시 “우승은 무조건이죠”라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제 장점은 공격이에요. 수비와 멘탈이 약점이긴 한데, 계속 코치님이 하신 말씀을 생각하면서 보완해가려고 해요. 올 시즌에는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고등학교 마지막 생활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진모 군은 일단 출전 시간을 부여받는 것이 목표다.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일단 꾸준하게 준비해서 경기에 출전하는 게 목표에요”라고 덧붙이며 대학무대에서 본인을 알리고 싶어 했다. 부친이 현역 시절 터프한 플레이로 ‘터보가드’란 별명을 얻은 만큼 이들도 얻고 싶은 타이틀이 있을까. “믿음직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 진모 군은 “주인공 보다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 조용하면서도 강한 선수요”라고 진모 군이 말하자 동현군은 “전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 이정현 선수처럼 클러치 타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그들이 바라는 선수상을 전했다.

앞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며 함께 식사하고, 여행가는 ‘가족’으로의 시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네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농구인 2세들이 많은 건 좋다고 생각해요. 아들이 아버지가 하는 종목을 따라 하는 건 더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거든요”라고 이야기를 꺼낸 김 감독은 “아들들이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아들들을 격려했다.

김지혜 씨 역시 “지금처럼만”이란 말로 대신했다. 가끔은 아들들을 혹독하게 대하는 남편을 보고,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아이들을 감싸주지도, 남편을 말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탈 없이 잘 걸어갔으면 좋겠어요”라며 삼부자를 응원했다.

#삼부자의 프로필
김승기 감독_ 1972년 2월 26일생, 182cm, 용산중-용산고-중앙대, 2015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김진모_ 1998년 11월 24일생, 197cm, 용산중-배재고-중앙대 3학년
김동현_ 2002년 2월 15일생, 190cm, 용산중-용산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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