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 탈출, 왜 LG는 성공하고 한화는 실패했나 [배지헌의 브러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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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한화, 2000년대 암흑기 겪은 두 팀…LG는 암흑기 벗어나 우승후보
-LG 1군 선수단, 대부분 입단 이후 수년간 2군 생활 거쳐 어렵게 1군 데뷔
-한화에선 너무나 쉬운 1군 데뷔…1, 2년 차 선수 대거 1군 기용
-한화 출신 야구인 “우왕좌왕하지 말고 구단이 중심 잡아라”
 
 


[엠스플뉴스=대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똑같이 2000년대 들어 암흑기를 경험한 팀이다. LG는 2002년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2012년까지 10시즌 동안 하위권을 전전했다. 한화 역시 2007년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뒤 2017년까지 10년 동안 바닥을 헤맸다.
 
하지만 2020년 지금 두 팀의 현주소는 하늘과 땅 차이다. LG는 지난해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올해도 초반 리그 2위를 달리는 중이다. 1위 NC를 견제할 우승후보란 평가도 나온다. 
 
반면 한화는 2018년 반짝 가을야구 진출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9위에 이어 올해는 꼴찌로 내려앉았다. 역대 최다연패 타이기록인 18연패 수모까지 겪었다. 올 시즌 LG와 한화의 맞대결 전적은 4승 무패로 LG가 압도적이다.
 
한화에선 너무 쉬운 1군 데뷔…서산과 대전의 거리, 이천과 잠실보다 가까웠다
 
 


LG 1군 선수단 구성을 보면 LG에서 나고 자란 ‘자체 생산’ 선수가 대부분이다. 김민성, 로베르토 라모스가 빠진 6월 16일 대전 경기 선발 라인업은 선발투수 포함 10명 중의 9명이 LG 출신으로 구성됐다. 외부영입 선수는 FA(자유계약선수)로 데려온 김현수 하나. 이천웅, 오지환, 채은성, 박용택, 김호은, 유강남, 정주현, 구본혁, 정찬헌까지 모두 LG에서 데뷔한 선수다. 
 
이들 중에 입단과 동시에 바로 1군에서 기회를 얻고 주전 자릴 차지한 선수는 거의 없다. 이천웅은 2011년 육성 선수로 들어와 2016년에야 1군 자릴 얻었다. 채은성도 2009년 육성 선수로 입단해 2014년 1군 데뷔, 주전으로 올라선 건 2016년이다.
 
연세대 4번타자 출신 김호은은 2016년 입단해 5년 만인 올 시즌에야 1군에 데뷔했다. 유강남은 2011년 입단해 2015년 1군 고정 멤버가 됐고, 정주현도 2009년 들어와 2016년 1군 멤버로 고정됐다. 
 
부상으로 빠져있는 이형종 역시 2008년 투수로 입단해 2016년 외야수로 1군 멤버가 된 선수. 들어오자마자 1군 선수가 된 건 2009년 입단해 2010년 주전을 차지한 유격수 오지환 하나 정도다. 오지환도 공수를 겸비한 선수로 성장하기까진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LG 선수들은 1군에서 자릴 얻기까지 오래 걸렸고, 어렵게 자릴 잡은 만큼 절실했다. 올라왔다 다시 내려가고, 한 시즌 잘한 뒤 다음 시즌 슬럼프에 빠지는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주전 선수로 완성됐다. 김현수, 김민성 등 외부 영입 선수도 있고 정우영, 이민호 같은 슈퍼루키도 있지만 LG의 코어를 이루는 건 LG에서 나고 자란 자체 생산 선수들이다.
 
지금도 LG에서 1군의 벽을 뚫기는 쉽지 않다. LG에선 주전과 백업, 2군 선수의 구분이 뚜렷하다. 주전 선수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나 드물게 기회가 돌아온다. 그 기회를 살리면 계속 기회가 주어지고, 그러면서 1군 선수로 자란다.
 
반면 한화 선수 중엔 입단 1, 2년 안에 빠르게 1군에 올라와 기회를 얻은 선수가 많다. 정은원은 2018년 입단 첫해, 노시환도 2019년 입단과 함께 1군에 고정됐다. 18연패 기간엔 조한민, 박상언, 박한결 등 퓨처스 선수들이 대거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한화에서 서산과 대전의 거리는 LG에서 이천과 잠실의 거리보다 훨씬 가깝다.
 
물론 정은원처럼 곧바로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외엔 1군에서 뛸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올라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두 경기 반짝 활약은 몰라도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른 구단에서라면 1군 기회를 잡기 힘들었을 선수가 한화에선 계속 기회를 얻는 경우도 많다. 외야수 양성우는 2012년 입단하자마자 1군에서 45경기에 출전했다. 그해 양성우는 타율 0.195를 기록했다. 이후로도 매년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온다. 양성우의 통산 OPS는 0.665다. 반면 퓨처스 타격왕 출신 LG 홍창기에겐 5시즌 동안 66타석만이 주어졌다.
 
한화인의 충언 “우왕좌왕 말고 구단이 중심 잡아야”
 


  
물론 LG와 한화의 격차가 벌어진 데는 서울 팜과 지방 팜의 차이도 착용했을 것이다. 한화는 최근 10년간 신인드래프트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연고지에 좋은 선수가 나왔을 땐 신생팀 NC, KT에 우선순위가 밀렸고 1차지명이 부활한 뒤엔 황영국, 성시헌을 지명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화가 뚜렷한 비전과 전략 없이 우왕좌왕했단 데 있다. 성적에 올인했다가 잘 안 되자 ‘리빌딩’ 모드로 전환하길 수차례. 적절한 타이밍에 김현수를 ‘지른’ LG와 대조적으로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세대교체를 해보려다 운 좋게 성적이 나자, 여기서 또 판단착오를 일으켰다. 베테랑 선수를 빼고 세대교체를 해보려다 무너졌다. 베테랑 선수들은 반발했고, 너무 빨리 1군 기회를 얻은 어린 선수들은 실패했다. 반면 LG 류중일 감독은 송은범, 정근우, 이성우 등 베테랑 선수를 적절히 써먹으며 기존 선수들의 분발을 유도한다. 정우영급 천재과 신인이 아니고선 좀처럼 1군 기횔 얻기도 어렵다. 
 
다시 올 시즌을 앞두고 ‘1군은 성적-2군은 장기 육성’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18연패란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서 리빌딩 모드가 됐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1군 코칭스태프 경험이 많지 않다. 애초 최 대행 영입은 2군 유망주 육성 시스템이 목적이었다. ‘이기는 야구’보다는 리빌딩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볼 수 있다. 
 
한화는 18연패에서 탈출한 뒤 사과문을 내고 “팀 재정비와 쇄신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한화 출신 야구인은 한화가 정상화의 길로 가려면 구단부터 오락가락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성적이나 외부 요인에 일희일비하고 방향을 수시로 바꿔서는 강팀으로 가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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